이 철면피 같은 인간들,
오늘 바로 이런 기사 내보내는 걸 봐라.
섀튼의 이중성에 기대어, PD 수첩을 엮어넣으면서
자기들은 고고하게 도덕군자인 것처럼 뒤로 빠지고 있다.
수구 꼴통들의 본성이란 게 이렇다.
조중동은 과연 어떤 기사를 내보낼지 자못 기대된다.
[세계의 눈]섀튼교수·PD수첩에 보내는 쓴소리
[세계일보 2005-12-15 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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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이 증폭되면 인간성이 전면으로 툭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왜 이럴까. 양식 체면 등의 답답한 가면을 쓰고 있을 여유가 없어져서다. 이에 따라 본색이 드러나고 때론 품격도 나타난다. 푼돈이 걸린 고스톱판에서도 강력사건이 빚어지기 일쑤이니, 명운이 걸린 중대 국면에서 인간성이 활개를 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올해 5월 사이언스에 게재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논문을 둘러싼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도 그렇거니와 길바닥에 내던져지는 가면들도 볼거리로는 부족할 게 없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 아마도 최근 그 행태를 반길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세계 과학계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그는 일방적인 결별 선언에 이어 사이언스에 보낸 서한을 통해 공동저자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 이해가 안 되는 행태라고는 할 수 없다. 심적 갈등이 얼마나 컸으면 그토록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길로 달리겠는가.
문제는 가면을 벗고 나선 그 진면목이다.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듯이 난치병 치료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새긴 것이 불과 7개월 전이다. 그 당사자가 이런 식으로 발을 빼려 시도한다면 어떤 설명을 붙이더라도 꼴불견의 모양새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 진면목은 그래서 일그러져 보인다.
섀튼 케이스에서 학자 양심은 방패로 앞세워질 수 없다. 그런 양심은 논문이 게재되기 이전에 발동돼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기는커녕 제대로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논문에 이름을 내걸었다는 것이 학자로서 말이 되는가. 사이언스는 논문저자가 원래 주장을 입증할 수 없음을 시인하는 것은 ‘비행에 대한 조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면피 행태에 대한 불쾌한 시선이 담겨 있는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면피에 급급한 인간성은 어느 눈에도 추악해 보인다.
MBC PD수첩팀도 칭찬을 듣기는 어렵다. 강압취재 파문에 더해진 녹취록 보도경위 의혹 때문이다. 최근 녹취록을 게재한 인터넷매체는 입수 경로에 대해 ‘익명의 제보자’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PD수첩팀이, 강압과 협박으로든 대화와 협조로든, 어렵게 얻어낸 ‘중대 증언’의 녹취록이 PD수첩팀과 무관한 경로를 통해 전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간에선 지난 4일 공식 사과와 함께 PD수첩 2탄 방영유보 입장을 밝혔던 MBC 측이 사뭇 효과적으로 2탄을 전파시켜 상황 반전에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취재 방식 등을 둘러싸고 물의가 빚어진 만큼 2탄 방영이 실현됐더라도 PD수첩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인터넷 매체를 통한 녹취록 전파가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방아가 무성하다. 보도경위는 나중에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언론 정도를 저버렸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PD수첩팀과 섀튼 교수. 배아줄기세포 논문의 실체적 진실에 관계없이 구설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쓴 입맛을 더욱 쓰게 하는 ‘가면 던지기’ 세태다..
이승현 전국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