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친구가 방명록에 올린 글입니다.
뜻 있는 분들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후원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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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데도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체격에 항상 기침을 달고 사는 아이. 물론 공부는 최하수준. 영어 알파벳도 다 외우지 못하지만 단어시험이라도 치면 열심히 외워서 뭔가를 그려내기는 한다. 읽을 줄도 모르고 뜻은 더욱 모르는 단어를, 마치 우리가 이집트 상형문자 시험을 치른다면 그렇게 할 것처럼. 그 아이가 몸이 아프다며 교무실로 찾아온다. 담임 선생님은 항상 약하던 아이가 걱정이 되어 병원에 데려간다. 생활 보호대상자라 진료비는 천원.약값은 다른 건강보험환자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간 담임 선생님은 놀라운 걸 알았다. 그 아이는 태어난 후 처음으로 병원에 와본 것이었다. 이유는 돈도 보살핌도 그 아이는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란다.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다는 게 뭐냐 하면 위염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것 같다고..열다섯 나이에 열 살의 체격을 가진 아이의 몸 속에 생긴 위염. 내 마음 속에 돌덩이가 들어찬 듯하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삶이 나아질까마는 ... 바로 오늘 내가 사는 곳에서 시내버스로 삼십분만 가면 있는 서울 시내의 어느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가 전에 올린 글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바로 이 아이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 아이가 학교에 지각을 했다. 더러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뭘 물어도 빙그레 웃기만 하고 말이 없어서 왜 지각을 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왔던 담임선생님은 오늘은 좀 더 얘기를 시켜 보았다. 겁먹은 얼굴로 횡설수설하던 아이는 답답한지 그림을 그리겠단다. 아이는 종이 위에 칼과 이상한 얼룩을 그리고는 그게 자기가 지금까지 흘린 피라고 했다. 겨우 알게 된 사정은 이런 거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한 번씩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서는 밤새 행패를 부리고 아이가 잠도 자지 못하게 한다. 어머니는 일을 다닌다는데 집에 거의 있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런 날 아침이면 지각을 하는 것이었다. 약한 아이를 걱정하던 어느 선생님이 가끔 빵과 우유같은것을 주면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침을 왜 먹어야해요?" 그 아이는 아침을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거다.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학교급식으로 먹는 점심이 아마 아이의 유일한 식사같다고 한다.
처음엔 아이가 매일 아침이라도 먹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학교 앞 가게에 돈을 주고 아침마다 우유라도 먹게 할까 아니면 하교길에 밥을 먹게 분식점 같은 곳을 알아 볼까. 그런데 그렇게 해주는 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민감한 나이에 아이에게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버지의 술주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어려서부터 느꼈을 그 두려움과 놀람은 어떻게 해야 지워질까?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고 그래서 공부라곤 전혀 모르는 이 아이의 앞으로의 삶은 어떨까?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지난 밤 한 숨도 못자고 지금 이 글을 올립니다. 지금 생각엔 부근의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공부방을 알아볼까 합니다. 급식도 해주고 공부와 다른 활동의 기회도 주는 곳이 있더군요. 당장은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우리 사회엔 이런 아이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소외되고 억눌리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마치 유령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만 그들의 모습과 절박한 목소리가 보이고 들리니 말입니다. 정부의 정책과 주류 언론과 우리의 생활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보이나요? 아니 우리는 그들과 대면하기를 원하나요?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http://www.gongbubang.org/besupport.htm 서울지역공부방연합회입니다. 후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