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과학에 관한 담론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책 한 권 소개하고 싶어서 페이퍼를 씁니다.

지난 주에 나온 책인데요,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이 붙은 책입이니다. 바로 요 놈!







제목만 봐서는 “또 한 권의 교양과학서군”라기 십상일 텐데, 사실은 그것과는 성격이 좀 다른 책이죠.


부제를 볼까요? [“과학 시대”를 사는 독자의 주체적 과학 기사 읽기] 바로 이게 이 책의 부제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 책의 성격을 아주 정확하게 축약하고 있는 부제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최신 과학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요약해 놓은 대중과학서가 아니라,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 매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과학에 관한 담론이 믿을 만한 것인가, 타당한 것인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책입니다


사실 가히 과학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요즘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수만원이 넘는 교양과학서들이 좋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고, 초등학생을 위한 교양과학 시리즈도 수십종씩 나와 있고, 신문이나 TV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과학에 관한 기사나 특집 다큐멘터리를 싣고 있죠.


물론 이런 과학 이야기, 과학에 관한 담론의 절정은 최근 있었던 황우석 교수에 관한 이야기이겠죠. “산업 혁명”에 비견할 만한 세계사적인 과학 업적을 한국인이 해냈다는 자부심, 이 업적이 앞으로 낳을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 앞으로 이 연구가 수많은 난치병 환자를 구해내리라는 인류애적인 감동이 뒤섞여 언론은 앞다투어 “황우석찬가”를 쏟아냈고, 정부는 황교수를 연간 3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제 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함으로써 여기에 화답했죠.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반응도 대단했구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계나 시민단체에서 이처럼 대단한 황교수의 업적에 대해 “감히”(많은 네티즌들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제기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물론 일간신문이나 TV 등에서 이런 비판을 접하기는 어려웠고(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 문제를 토론 주제로 다룬 적이 있기는 합니다), 일부 인터넷 신문 등이나 시민단체 사이트에 이런 비판이 실렸죠.


그래서 도대체 황우석 교수를 어떻게 봐야 할지, 좀 어리둥절하게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을 텐데, 이 책은 이 궁금증에 대해 적어도 조금은 해결을 해줍니다. 어떻게 해결해 주냐구요? 그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알게 될 테고, 저는 그저 저자의 말을 약간 인용하는 걸로 그치겠습니다. 


“뇌가 구멍이 숭숭 뚫려 스펀지처럼 된다는 괴질이 광풍처럼, 때론 유령처럼, 유럽과 미국을 떠돌다 이웃 일본에까지 이르렀을 때, 황우석 교수팀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해 냈다는 보도가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의 주요 뉴스와 1면을 장식했다. 광우병과 경제 침체로 시끄럽고도 우울했던 그해, 2003년의 마지막 달은 광우병에 대한 극적인 ‘반전’을 전하는 뉴스로 마감하는 듯했다.”


“프리온prion[광우병을 유발하는 인자]이라는 것의 실체와 ‘광우병’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쾌거’가 나왔다는 건 여러모로 어리둥절한 일이다. 그렇게 ‘생산’한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선 이상할 만큼 침묵했다. 그리고, 한국을 먹여살릴 그 소가 정말 먹을 수 있는 소인지, 혹은 세계인이 그 소를 기꺼이 먹어줄 것인가라는, ‘유치한’ 의문 또한 ‘당연히’ 품지 않았다.”


결국 광우병 내성소에 대한 보도를 다른 방식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광우병과 프리온이 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광우병에 안 걸릴지도 모르는 소를 생산했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단다. 그 소가 정말 광우병에 안 걸릴지 어떨지는 아직 실험 전이라 모르겠다.>”([광우병 안 걸리는 소,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 인용)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안 걸리는 소’는 황우석 교수를 확실한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 그러나 의심이 더 깊어지기 전에, 황우석 교수팀은 더욱 놀라운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 ‘영향력 지수’에서 최정상급이라 할 만한 저널에 논문이 실린 것이다. ... “복제한 (인간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내용이다. 언론은 2개월 전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열광’했다.”


“이 연구는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배아 줄기세포를 얻은 것으로서, 처음부터 없던 개념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증거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황우석 교수팀은, 기술적인 면에서 본다면, 난자의 핵을 제거하는 방식에서 (분명히) 진전을 보았다.”


“황 교수 스스로, 인간 복제는 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현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수시로 말해 왔지만, {사이언스}가 “올해의 10대 연구”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면서 밝힌 이유 안에는 그가 공개적으로 밝혀 온 ‘의도’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동물들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복제가 인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했다”({조선일보} 2004년 12월 16일)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팀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제럴드 섀튼 박사는 여러 해 전부터 ‘원숭이 복제연구’에 매달려 왔으며, 그렇게 실험한 결과를 {사이언스} 등에 발표해 국제적 ‘뉴스’와 ‘이슈’를 제공해 온 사람이다. ... 그러나 원숭이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배아를 만드는 연구는 난자의 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고, 결국 그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장류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다.”


“황우석 교수는 섀튼과 같은 {사이언스} 단골 게제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영장류 ... 복제불가라는 일종의 ‘항복 선언’을 취하하게 한 연구를 함으로써, “10대 연구”라는 것에도 선정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사람들이 인간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믿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원숭이 복제 성공을 낙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최근의 원숭이 개체 복제 실패를 통해 사람들이 인간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믿기를 바란다. 그렇게 “인간 복제에 대한 논란이 불식”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기술적 혁신 이외에도, 242개의 건강한 난자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 힘입은 바 크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는 것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얘기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 ‘흑백시대’로의 회귀] 중에서 인용)


“한국에서의 문제는, 난자 채취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든가 치료용이라고 말하고 연구용으로만 난자를 사용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난치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것”이고, 거기서 한국의 경제와 자존심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세계가 얼마나 ‘찬사’를 보내고 있느냐 등을 전달하는 게 한국 언론의 주 업무가 된 듯하다. 한국인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탓이기도 하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 지지자들의 주장은 현대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끊임없이 진보하는 과학, 인류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과학”의 이미지와 쉽게 결합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확산시키는 데 이미 성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국가주의적 응원”이 덧붙는다. 한국인에게 지난 백 년의 역사는, 스스로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외국에서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일이야말로 지고한 가치를 가지는 일이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정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단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억압의 역사”는 그런 식으로 심리적 분출구를 만들어 냈다.”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 희망은 애드벌룬처럼]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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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6-3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감사합니다, 새벽별님. ^_____________________^

알고싶다 2005-07-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발마스님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저 인형때문에?

클리오 2005-07-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개군요.. 정말. 관심있어요... ^^

balmas 2005-07-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암만 해도 이미지 덕을 많이 보는 듯 ...

balmas 2005-07-0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사이에 클리오님이 ...

nemuko 2005-07-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땡스투 두번째는 아마도 저일거예요^^

MANN 2005-07-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balmas 2005-07-0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네무코님 감사합니다. 땡스투꺼정!!!
재미있게 읽으시기를 ...
MANN, 음, 재미있고 유익하더라구, 한번 꼭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