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구시렁구시렁

(궁시렁궁시렁이 맞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구시렁구시렁이네. ᄏᄏᄏ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군)

 

비가 와서 좀 시원해지는가 했는데, 더위는 여전하다.
창밖을 보니 아직 불을 켜놓은 창들이 몇군데 보이고(반갑군^^) 사방은 적막하다.

『법의 힘』 나온지 며칠 안됐는데, 이 적막한 밤에 등짝과 엉덩이를 땀으로 적시면서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최종교열을 보느라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자니, 딱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서, 어이 없는 웃음이 나온다. 킥.

늘 겪는 일이면서도 좀처럼 고치지 못하는 나쁜 버릇 하나가 있다(어디 하나뿐이겠는가만은-_-;;;). 자기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버릇.

방학 동안 번역 하나 끝내는 것도 벅찬 일인 줄 알면서도, 논문 발표를 세 편이나 약속해놨다. 끌끌 ... 다행히 한 편은 『스피노자와 정치』에 수록될 ⌈역자 해제⌋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슨 수로 감당하겠다고, 세 편이나 되는 글을, 그것도 거의 같은 시기에, 덜컥 약속을 해놓았는지, 원,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덕분에, 푹푹 끓어오르는 열기가 스트레스의 압력을 받아 거의 폭발 직전이다(그런데도 한편으로는 느긋한 심정이다. 정말 대단한 여유다;;;)

이럴 때 보면 도움이 될까 해서 처음과 끝 님이 추천해준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뒤적이는데, 아~~~ 무슨 등장인물이 이리 많은 거야, 게다가 연표까지 따로 있고, 등장하는 로보트 기종들에 대한 해설 및 사전(!!)이 책들 끝에 따로 실려 있다.

더군다나 1권을 다 읽고 나서 헷갈려서 혼났다. 처음 인물 소개에는 파티마 라키시스가 아마테라스 황제의 파트너라고 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라키시스와 소프가 도망치는 걸로 되어 있지 않은가! 웬 비극 모드? 하면서, 계속 읽는데 마지막 결론에서는 "이렇게 해서 라키시스는 아마테라스에게 갔다" 고 적혀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하고 갸우뚱거리며 2권을 읽었더니, 그리고 3권의 인물소개를 봤더니, “레이오스 소프는 아마테라스의 어릴 적 이름”이란다 ...;;;  그래서 다시 1권을 뒤적여 보니, 아마테라스로 등장한 인물은 사실은 아마테라스가 아니었고, 끝 부분에서 소프는 다시 아마테라스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 (허탈) ;;;

어쨌든 재미는 있는데, 연도와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별들 사이의 관계가 복잡해서, 거의 무시해가면서 보고 있다. 몇몇 주인공 이야기만 쫒아가면서 ...

처음과 끝 님, 어쩌자고 저에게 이렇게 복잡한 만화를 소개해주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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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8-05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파이브스타스토리는... 저런 복잡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은 아니죠...
책 자체에 올인해야 하는.. -_-;;; (저는 다 나오면 읽으려고 3권까지인가 읽다 말았는데.. 작가가 제자 키워서 완결하게 할거라는 둥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는....)
저는 사사키 노리코의 동물의사 닥터 스크루 추천이요!!

superfrog 2004-08-0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터 스크루에 한 표! what's michael?도요!! ^^

balmas 2004-08-0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느림 님, 금붕어 님, 둘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군요.
방금 주문했는데, 기대가 되는군요.
지난 달에 외국에 책 주문했던 것 중 하나가 취소돼서(불운한 일인데, 마치 다행이라는 듯이), 추천하시는 책들은 자동적으로 주문하게 되는군요.^^

릴케 현상 2004-08-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저 역시 복잡했다는 기억만 남고 대부분의 내용은 어수선하게 느껴지네요. 애니로 본 부분은 좀더 또렷하게 기억나지만...
그건 그렇고 제가 헤겔 또는 스피노자를 드디어 떡하니 제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평생에 철학책은 철학에세이랑 김상환 이진경의 책밖에 안읽어본 사람이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옛날에 (허정아씨였나?) 데리다의 시네퐁주를 헌책방에서 사서 읽었더랬는데(제가 퐁주를 좀 좋아할 때여서)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어서 포기햇더랬죠

balmas 2004-08-0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지금 3권을 보고 있는 중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복잡해질지 자못 궁금해하면서도 겁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화는 규정을 하자면 대하(정말 대하다;;;) 우주 공상 과학 만화인 듯한데, 그림은 순정만화 풍이더군요(파티마와 마스터의 사랑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그런가??). 문제는 제가 워낙 순정만화에 둔감하다는 ...
ㅋㅋㅋ [헤겔 또는 스피노자]를 구입하셨군요. 시간날 때 조금씩 읽어보세요. 이 책은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마 3, 4장, 특히 4장은 조금 논의를 따라가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마슈레의 문체가 난삽하지 않고 논점이 매우 뚜렷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고 하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읽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시면 질문하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다 답변해드릴 만한 능력은 없지만, 몇 가지 정도야 도움을 드릴 수 있겠죠.

nrim 2004-08-0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벌써 주문하셨군요.. 빠르기도 하시지.. ^^
흠... 순정만화에 둔감하시다니... 아까 스크루 추천하면서.. 요즘 제가 가장 열광하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추천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안 하길 잘 했네요..
그래도..... 재밌는데... 순정이라 분류되어도 폭이 다양하니.. 한번 관심을 가져보시는 것은...^^;;;

릴케 현상 2004-08-0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감사합니다. '역자와의 대화'를 할 수 있다니 감격!
저도 만화 추천; 말레이시아 만화 <캄펑의 개구쟁이 1> 라트 (지은이), 김경화 (옮긴이) 한 번 보시길^^
일본 만화로는 <5년생>을 강력 추천! 일단 보시라^^(아참 절판이네. 만화는 대본소에서 보는 게 제 맛이에요^^)

balmas 2004-08-05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러다가 앞으로 만화 평론을 하게 될 듯^^ ...
추천해주신 만화들은 감사합니다. 시간나는 대로 한번씩 읽어볼게요.
자명한 산책 님! 마슈레와의 대화도 아니고, 역자와의 대화인데요 뭘 ...

비로그인 2004-08-0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닥터 스크루가 제격인데...권한다구 그렇게 주문해서 읽어댈 줄 뉘 알았답니까...? 역순이라 복잡해보이지만 보고나면 별거아니에요. 저는 그림풍도 싫고 그 만화가도 싫었지만 이상하게 다 읽고나서 좋아지더라구요, 약간의 비애감같은 것들이 인상적이어서요...

하여튼 저도 머리 복잡합니다. 권하지도 않은 '법의 힘'읽느라구요, 쌤쌤이죠. 도서관에서 빌려볼 작정이었는데, 벤야민의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에 관한 글 때문에 안사고는 못배기겠더군요, 궁금해서.

balmas 2004-08-0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가 좀 순진한 데가 있어서 좋다고 권하면 한다니까요.
[법의 힘]을 사셨군요.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는 참 좋은 글이죠. 저는 이성원 교수가 번역한 글을 88년쯤에 처음 읽었는데, 아주 난해하면서도(사실은 오역의 탓도 좀 있었지만^^)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그 때부터 벤야민을 좋아하게 됐죠.

MANN 2004-08-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바쁜 시기에 잡은 만화가 하필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니... ^^;

balmas 2004-08-1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글쎄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