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인질사건에 치밀하고 성숙한 대처를

이라크의 과격 무장 테러단체가 한국인을 인질로 삼아 한국군의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가 없으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인질로 잡힌 김선일씨가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는 모습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우리는 무엇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민간인에 대한 납치 테러 행위에 분노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김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테러의 표적이 됐다면 이것은 한국과 한국민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다.

한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돕자는 것이지 이라크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같은 한국의 파병 목적과 활동은 그동안 서희·제마부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라크인들의 마음에 새겨졌으며 추가 파병되는 자이툰 부대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이러한 선의(善意)와 파병 목적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것이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지금 김씨를 구출하는 데 최대의 장애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장 이라크의 종교지도자들을 통해 테러단체를 설득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필요하면 막후 교섭도 벌여야 한다. 일본은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했지만 납치된 일본인을 무사히 구해낸 경험이 있다.

이런 우방국들의 경험과 채널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한 외교 공조태세도 갖춰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중동지역 교민들의 안전 대책과 함께 국내 테러에도 대비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의 테러 예방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도 스스로의 불행과 국가적 곤경을 막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치밀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테러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따라서 테러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테러가 일어나고 난 뒤 정부와 국민이 얼마나 성숙한 대응 자세를 갖는가 하는 점이다.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또 다른 테러를 불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 파병의 원칙과 정신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떤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추가 파병 자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황망한 상황 속에서 여당 일부 의원들이 이라크전과 관련한 반미 성명을 내고, 서울시내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인질을 구출하는 데도, 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조선>, 김선일 씨를 죽이자는 말인가?

신미희 기자

<조선일보>는 납치된 김선일씨를 죽이자는 말인가. 김선일씨 납치사건을 겪고도 조선일보의 파병불변 원칙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2일자(가판) '인질사건에 치밀하고 성숙한 대처를' 제하의 사설에서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한 이라크 파병 원칙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조선은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의 김씨 피랍사건에 대해 민간인 납치행위를 규탄하고 테러 예방을 거론하면서도 "이라크 파병의 원칙과 정신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아무리 치밀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테러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며 "테러 예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테러가 일어나고 난 뒤 정부와 국민이 얼마나 성숙한 대응자세를 갖는가 하는 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조선이 강조한 성숙한 대응은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또다른 테러를 불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그 이유로 내세운 근거는 "어떤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추가 파병 자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어 파병반대 운동이 피랍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까지했다. 조선일보는 "여당 일부 의원들이 이라크전과 관련한 반미 성명을 내고, 서울 시내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인질을 구출하는데도, 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한 생명이 목숨이 달린 긴급한 상황에서 생뚱한 한국인 테러 방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파병목적과 활동에 대한 선의를 이라크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리는 게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한국인 피랍이 한국군 비전투병 파병의 취지를 알리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인가. 조선일보는 한국이 군대를 이라크에 보낸 것 자체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즉각 한국군 철수를 요청한 김선일씨의 호소를 아직 듣지 못한 듯하다.

2004/06/21 오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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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기에 <조선일보>의 사설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 우리당의 입장을 정확히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상한 것은 <오마이뉴스>가 여기에 대해 흥분한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그럴 이유가 있을까?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오마이뉴스>의 기회주의는 <조선일보>의 그것에 버금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선인 2004-06-2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만 미친 거 아니에요. 외교부도 미쳤어요. 왜 굳이 파병불변 방침을 기자회견에서 밝힙니까? 노코멘트를 하거나 아직 논의중이다 이런 식으로 흐리면 될 것을. 으... 열불나.

balmas 2004-06-2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정부 내에 주체적인 시각, 전략이 얼마나 부재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겠죠.

릴케 현상 2004-06-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 진중권이 이라크 파병 반대할 자격 있냐고 묻는 거랑 비슷하네요

balmas 2004-06-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씨가 그랬나요? 저는 모르고 있었네요.

모모 2004-06-2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아이 / 진중권이 그런 이야길 했다는 건 처음 듣는 데요. 어디서 한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으신가요? 진중권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그가 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balmas 2004-06-2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씨가 그런 말을 분명히 하긴 했군요.

아래는 [디지털 말] 188호 2002년 2월 21일자, 고동우 기자와의 인터뷰 [내가 극우·극좌·북한추종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 ] 중 일부입니다.

파란색은 고동우 기자의 질문이고, 그 다음이 진중권 씨의 답변입니다.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한 유럽의 나라들이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지지하거나 직접 참여하는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요.

"중국은 어땠어요. 찬성했잖아요. 북한도 테러에 반대한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 중요한 것은 자기 나라가 사는 것이거든요. 지금 상황 자체가 미국 말 안 듣고는 못 살아요. 미국 애들이 깡패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튀어버릴 수가 없다는 거예요. 사민주의 정권도 마찬가지예요. 왜냐하면 자기들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전체를 대변해야 하거든요.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미국한테 밉보여서 당장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에요. 할 수 없이 그러는 것이라고 봐요. 또 유럽 국가들도 속으면 안되는 게, 사민주의 정당도 집권하면 전쟁물자 팔아요. 그럼 자국 내 이해관계도 따져야 하는 거죠. 우리 같은 경우도 봐요. 만일 미국한테 못 도와주겠다고 해봐요. 그럼 작살나는 것이거든요."

그럼 만일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이 집권해도 어쩔 수 없다고 보는 겁니까.

"전 물론 전쟁에 반대해요. 진보정당도 그렇죠. 그러나 정책결정을 할 때는 이상만 가지고 할 수 없다는 거죠. 정치라는 게 원래 더러운 거예요. 우리 이념, 원칙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어요. 진보정당이 국가권력을 잡아도 국가적 결정, 운영을 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국가는 합의에 따라 결정되고 운영되는 것이잖아요. 만일 거부하면 고립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 북한 꼴이 되든지, 이라크 꼴이 되든지 하겠죠. 우린 당장 무너져요. 한 3개월이면 경제 완전히 쪽박차고 개판나죠."

어려운 문제군요. 하지만 너무 패배주의적인 것은 아닌가요. 싸울 것은 싸워야 하지 않나요.

"싸우고 있잖아요. 그러나 북한의 경우만 봐도 싸움만 해서는 못 살아난다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어차피 자본주의체제 속으로 편입되어야 하거든요. 그럼 고립되어서 살 수 없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니겠어요? 어차피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어요. 물론 화끈하게 싸우겠다면 전 말릴 생각은 없는데, 민중들이 참 불쌍해질 것 같아요. 이라크에서 10만 애들이 굶어죽었다고 합니다. 물론 사담 후세인은 아랍권에서 떡하니 폼잡고 있죠. 미국에 대항한다면서.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죠. 밥 굶는데 무슨 자주성이 필요해요. 그럼 인간적인 위엄이 없어지는 거예요."

진중권 씨는 분명히 자기의 이런 말에 대해 먼저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