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가 이번 주에 동문선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직 책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지금 심정은 한편으로 기대가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불안하다.
이전에 민음사에서 김성도 교수가 번역했던 [그라마톨로지]의 <교훈>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역자가 좀더 정성을 기울여서 번역했을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기대감(또는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희망),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를 한글로 읽어서 시간을 좀 벌 수 있었으면 하는 다소 이기적인(?) 욕구,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데리다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이 책을 한글로 제대로 번역하지 않고서는 국내에 데리다 철학을 정확히 소개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사실에서 따라나오는, 이 책은 제대로 번역되어야 하니 제대로 번역되었어야 하고 따라서 제대로 번역되었을 거라는, 거의 망상에 가까운 추론(?)이
함께 뒤섞여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는 반면,
그 동안 국내의 데리다 번역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이 책 역시 제대로 번역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매우 비관적인 귀납적 추론,
출판사의 명성(?)을 감안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번역자 자신의 개인적 능력과 성실성뿐인데, 과연 이러한 주관적 조건이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의 객관적인 난해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회의가
이러한 부풀려진 기대감을 여지없이 터뜨려버린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구내 서점에 가서 번역의 질을 꼼꼼하게 검토하기 전에는 절대 이 책을 사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불확실한 상품구입에 3만원이 넘는 돈을 도박하듯 걸어볼 수는 없을 뿐더러 잘못된 번역본의 환불 요구 문제로 출판사와 입씨름하기도 싫고,
처치곤란인 책을 찢어버리지도 못하고 좁은 방구석에 쌓아두지도 못하고 모른 척하고 헌책방에 내다 팔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될 처지가 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번역이 잘 되었다면?
아직까지 나는 희망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