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8-02-11  

balmas님과 이 곳 서재를 방문하는 철학 전공자님들 공부하신다고 심신이 힘드실텐데 머리 좀 식히자는 뜻에서(과연 식을지는 장담 못하지만^^;;) 미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철학'과 '철학자'의 모습을 올려볼게요. 작년에 제가 모아둔 이미지들을 올려볼까 하는데요, 아마도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의 흉상 조각이나 그림(대표적으로 시스틴 성당 벽화 중 하나인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1510))은 많이 보셨을거에요. 이런 류의 작품은 대게 해당 분야의 독보적인 미술가(당시엔 '장인')가 교회나 아카데미의 하청(?)을 받아서 만든 것들인데요. 이와 달리 제가 지금 소개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그러한 주문 제작 형식의 기념비적인 초상화의 성격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들이랍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당대 철학과 철학자에 대한 미술가들의 개인적인 '평가'가 보다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 평가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겠죠. (아주 나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안 올렸어요^^;)  * 퍼온 사진들과 직접 찍은 사진들이 섞여 있어서 보는데 불편하실 수 있어요 *

 Gerbrand van den Eeckhout, The Philosopher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네델란드의 화가 에크호트(Eeckhout)의 <철학자(The Philosopher)>(좌)와 <책을 보고 있는 학자(Scholar with his book)>(우)에요. 이 두 그림 모두 17세기 중반에 그려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에크호트는 네델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애제자였죠.

Luca Giordano, The Philosopher

이태리 출신의 루카 지오다노(Luca Giordano, 1634~1705))가 그린 <철학자>에요. 지오다노가 그린 다른 그림들(특히 스페인 궁정화가 시절 그림들)에 비하면 대상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보이네요. 전 이 그림 속 철학자의 얼굴을 보고 이탈리아의 철학자였던 브루노가 화형당했던 사건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서 난감했다는=_+;

Jean-Baptiste Oudry, The Philosophy Lesson <i>or</i> The Triumph of Goodness

프랑스의 화가이자 도안가인 오드리(Oudry)가 그린 <철학 레슨(The Philosophy lesson)>(1713)입니다.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오늘날 국립미술대학교 정도?) 회원답게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아주 고상하게 그려놓았네요.

Jean Louis Ernest Meissonier, The Philosopher

이 그림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메소니에(Jean-Louis-Ernest Meissonier)가 그린 <철학자>(1878)란 제목의 수채화에요. 그림 속 철학자 분 너무 의식하신 듯.ㅋㅋ 메소니에는 1848년 프랑스 이월 혁명 때의 혼란상을 그린 화가로 국내에서 더 유명하죠. 대표작으로 <바리케이드>가 있어요.

Edward Hopper, Excursion Into Philosophy (study)

역시 국내에서 인기 많은 미국 화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1959년에 그린 드로잉인 <철학으로의 여행(Excursion Into Philosophy)>입니다. 꼭 저렇게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색해야 하는 것일까요?

  

앤디 워홀의 판화들. 왼편이 마틴 부버, 오른편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 판화들은 원래 "20세기 10명의 유태인 초상들"  시리즈 중 하나에요. 워홀의 비지니스 감각이 미치는 범위는 철학자라고 예외는 아니네요...체 게바라가 끝인 줄 알았는데-_-*

http://www.warholprints.com/portfolio/Jews.html 방문하시면 더 많은 판화를 보실 수 있어요.

 Wang Mai oil on canvas, 240 x 220 cm. Courtesy ALEXANDER OCHS GALLERIES BERLIN I BEIJING  Wang Mai acrylic oil on canvas, 260 x 150 cm. Courtesy ALEXANDER OCHS GALLERIES BERLIN I BEIJING

요즘 한국 미술품 중개상들과 큐레이터들한테 주목 받는 중국 작가 왕 마이의 <마르크스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좌)와 <자본주의의 광명(The Brilliance of Capitalism)>입니다.(마르크스는 왼편 그림 호랑이 얼굴 속에 있어요.)

Photo
이 그림은 마크 더쳐(Mark Dutcher)의 <철학자의 고뇌(The Martyrdome of Philosopher)>라는 작품이에요. 처음 보면 현란한 색상 때문에 마냥 화려한 채색화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계속 보면 모래시계, 맥주병, 유리잔, 초, 그리고 윗 부분에 둥둥 떠다니는 우주때문에 제목처럼 철학자의 고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1999년 암스테르담에서 전시했던 스피노자 조각상-_-;;(비닐 포장도 작품의 일부라고 하네요 ㅎ)

이건 2000년 아비뇽에 세워졌던 들뢰즈 조각상-_-;;

2004년 파리에서 열린 <24H 푸코>전 Thomas Hirschhorn, "24h Foucault"  를 클릭해주세요.

위의 스피노자와 들뢰즈, 그리고 <24H 푸코>전을 제작한 작가는 스위스 출신의 토마스 허쉬호른(Thomas Hirschhorn)이라고 제가 무척 관심있어 하는 작가인데요,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고, 또 소개된다하더라도 인기가 있을지 의문인 작가입니다. 허쉬호른이 왜 유독 스피노자, 바타유, 푸코, 들뢰즈와 같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 오는지에 대해서는  http://www.papercoffin.com/writing/articles/hirschhorn.html 를 참고하시면 좋으실 듯 해요. 사실 이 세 작품은 허쉬호른의 작업 중 시각적으로 꽤 양호한 편-_-; 제작년 미국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허쉬혼의 전시에서는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당한 영혼들을 아래와 같이 다시 불러내더군요.

 허쉬호른은 작년부터 <스피노자 맵(Spinoza Map)>에 올인하고 있대요. http://artnews.info/texts.php?g_a=index&g_i=5219 가서 보시면 되요.

   

이 작품은 2007년에 뉴욕에서 전시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안젤로 필로메노(Angelo Filomeno)의 자수(embroidery) 작품이에요. 두 점 가운데 왼쪽 작품의 제목은 <철학자와 그의 여인>인데, 나중에 들은 얘기론 그건 부제이고 원래 제목은 <My Love Sings When the Flower is Near>라더군요. 오른쪽 작품 제목은 <응가하는 철학자(Shitting Philosopher)>에요. 확대해서 보면 저렇답니다. 사진상으로는 알아볼 수 없지만, 작가가 실크 위에 직접 수를 놓았는데요, 군데 군데 반짝반짝한 점들은 크리스탈이에요.  이런 작업은 실제로 봐야 그 맛이 나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balmas 2008-02-11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대단합니다, 쫄바지님. 너무 멋진 선물이네요. 허쉬호른의 작업은 정말 흥미롭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