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논술이 몰고 온 ‘전 사회의 철학화’

글쓰기 앞서 책읽기를 가르쳐라

김지석의 종횡사해 /


거의 30년 전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전방 부대에 배치됐을 때다. 철학과 출신이라고 하자 여러 고참이 철학이 뭔지 물었다. 철학 강의를 좀 들었다고 해서 이런 고차원의 질문에 조리 있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철학개론에 나오는 대로 ‘철학은 학문의 학문’이라고 했더니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철학도답게 자신들의 사주팔자나 화끈하게 봐 달라고 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동문 송년모임을 알리는 초대장을 받았다. ‘철학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이때가 아니면 언제 모이겠느냐’라는 게 초대글의 요지였다. 사실이 그렇다. 중·고등학생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철학사의 주요 저작들이 모두 요약 해설판으로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책도 곧 등장할 듯한 분위기다. 한 후배는 이를 두고 ‘전 사회의 철학화’가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철학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나머지는 아래 주소로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555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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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야 어찌 됐든 나를 포함해서 철학과 선생들 자신이 알게모르게 논술 광풍을 부추긴 책임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좀 더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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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8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철학사 익히기'가 아닌 '철학하기'에 촛점이 맞추어지면 참 이상적이겠는데 이게 참 힘들죠. -_- '철학하기'를 교육하고 그걸 시험친다는게.

balmas 2007-12-0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글쎄 철학사 익히기도 아니고, 철학사 도식화하기니까 그게 문제겠죠, 쩝 ;;;
살청님/ 글쎄 말이죠, 칸트나 헤겔을 전공하지 않는 철학 전공자들도 사실 칸트나 헤겔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운데,고등학생들 대상으로 뭐하러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원.

승주나무 2007-12-0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교육과 원거리 외교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드네요. 무슨 말을 쓰기는 써야겠고 써야할 말은 생각나지 않고, 학원에서 배운 내용만 읊조리고 있을 때의 비참함. 그리고 문득 자신이 '삼성로보트'처럼 읊조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반발하는 마음이 작용하지만 어찌할 수 없을 때의 처연함.
누가 아이들을 말없는 논술가로 만들었을까요. 논술문에서 '대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만큼 슬픈 게 없네요. 관문을 어떻게 어떻게 통과한 사람들은 세상에 사고와 대화가 필요없음을 널리 광고하고 다니는데..대학수능논술고사라는 꼬리표 어느 구석에서 '철학'이라는 두 글자가 탈출할 수 있을지 참 난감합니다.
당분간, 적어도 한 10년간은 이런 뇌까림을 계속해야겠지만, 11년 후에 좀 다른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잘 지내시죠?~

balmas 2007-12-1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끄럽긴 마찬가집니다. ;;;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는, 문명인의 가장 원초적인 바탕을 이루는 행위들이고 또 삶 속에서 내내 실천하고
발전시켜야 할 인간 실존의 기본 덕목들인데, 학생들이 이런 것을 잘 갖추고 발전시키도록 도와준 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하고 불구화했던 것은 아닌지, 또는 적어도 그것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던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무언가 대안적인 방안들이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
오랜만에 승주나무님의 진솔한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