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n 2022-03-15  

선생님 안녕하세요? 혼자 나름대로 고민해보다가 도저히 잘 안 풀려서 조심스럽게 질문드려 봅니다.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국역본 98쪽과, 그의 [[정치의 세 개념]], [[보편성들]] 과의 연관성 여부인데요. 1. '국가의 고유한 개체성의 보존'은 '실재적 보편성', 2. '공공의 복리'와 '질료'와 '신체'는 '이상적 보편성', 3. '공적 질서'와 형상'과 '정신'은 '허구적 보편성'과 각각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대입해서 읽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인 것일까요? 바쁘시겠지만 시간 나실 때 간략한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balmas 2022-03-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sean님. 댓글 고맙습니다. ㅎㅎ 아주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딱히 맞다 틀리다 하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고, 그게 또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적으로 새로운 해석의 시도를 해본다는 점이죠. 그런 점에서는 아주 흥미롭고 도전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조금 더 부연해주실 수 있나요? 특히 2번과 3번처럼 생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sean 2022-03-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다시 생각해보니 1번은 ‘이상적 보편성‘, 2번은 ‘실재적 보편성‘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1번을 이상적 보편성, 2번을 실재적 보편성, 3번은 허구적 보편성으로 수정해서 제 나름의 가설(?)에 대해 다시 질문드려봅니다.

스피노자의 정식에 따르면, 정신은 신체의 관념이고, 그래서 2번 신체는 경제적 모순(그리고 여타 다른 심급의 모순)의 생산으로, 3번 정신은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또한 3번과 관련해 발리바르가 98쪽에서 ‘형상‘을 ‘국가제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이데올로기적)국가장치‘이고 이데올로기는 허구적 보편성의 영역이 아닌가 제 나름대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발리바르는 ‘형상‘을 ‘주권자의 역량‘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주권자의 역량은 ‘화용론적 공통통념‘, 곧 ‘시민다움‘의 원천이고, 따라서 허구적 보편성과 연관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발리바르가 ‘질료‘를 ‘개인들의 운동을 조정하는 안정된 관계들의 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안정된‘이라는 표현이 약간 걸리긴 하지만 ‘관계‘는 ‘사회적 관계‘ 곧 ‘실재적 보편성‘의 영역을 지시하는 게 아닐는지요?

‘국가의 고유한 개체성의 보존‘은 ‘하나의 신체와 하나의 정신 또는 사고를 갖고 있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개체‘라고 표현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국가의 개체성‘은 ‘국민의 개인성‘과 유비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여지가 있고, ‘국민의 개인성‘이란 ‘소속‘(1차적 동일성)을 괄호치고 국민으로 호명되는 2차적 동일성의 영역(1차적 동일성에서 2차적 동일성으로, 다시 개인성에서 그것의 잔여인 독특성의 보존으로 향하는 운동의 흐름은 허구적 보편성과 이상적 보편성에 걸쳐쳐 있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과 다시 유비관계에 놓이는 셈이어서, 이는 곧 ‘이상적 보편성‘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연성이 있는 생각일까요?

balmas 2022-03-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답변 고맙습니다.^^ 알다시피 발리바르가 말하는 현실적 보편은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를 가리키고, 이상적 보편은 ˝평등자유명제˝ 같은 것이고, 허구적 보편은 이것이 국민국가들의 체계 속에서 실제로 제도화되는 방식, 특히 정체성들의 위계적 제도화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스피노자 철학과 바로 연결시키기가 좀 어려운 이유는, 발리바르의 현실적-이상적-허구적 보편의 틀이 프랑스혁명 이후의 근대적 세계를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스피노자 철학과 연결시키고 싶다면, 이 세 가지 보편의 핵심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골라봐야겠죠. 현실적 보편에 해당하는 요소는, 아마도 개체들 사이의 질서와 연관이 될 터이고, 이상적 보편에 해당하는 것은 코나투스의 능동화의 운동이 되겠고, 허구적 보편은 코나투스의 능동화 내지 이성화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들 정도가 되겠죠.^^

sean 2022-03-1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개념 파악에 혼란이 많이 있었네요. 특히 정체성 형성 부분에 혼동이 컸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명쾌한 설명을 들으니 이제 머릿속이 정리가 되네요. 바쁘실텐데 친절한 설명 정말 감사드립니다~^^

balmas 2022-03-16 22:13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사고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약간 서투르더라도 자기 스스로 사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다 보면, 좋은 연구자, 좋은 활동가, 좋은 시민이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