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 2006-04-27  

안녕하세요^-^
문화와 철학 듣고 싶었는데 전필때문에 못 듣고 있는 학생입니다 흑 ㅠ 지금까지 알튀세르 글을 학회 커리 같은 데서만 읽어왔는데요. 제대로 처음부터 읽고자 마음먹고 이리저리 알튀세르를 소개하는 글들을 읽어 보는 중이에요-_ㅠ 읽었던 글들도 자꾸 까먹고.. 뭔가 틀이 안 잡혀 있는 것 같아서요 ㅠ 어제 <알튀세르:이론의 우회> 라는 책을 스윽 읽었는데요, 마지막 장에 알튀세르주의의 실추가 언급되는 부분에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ㅠ 알튀세르의 이론이 자기비판을 통해 움직여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한 역사유물론의 우위에 대한 철폐?!라던가 <자본>이 헤겔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으로 가득차 있다는 비판이라던가..알튀세르가 자신의 기존 작업을 부인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는데요. 아직 알튀세의 저작을 완전히 읽은 게 없지만 그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글들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것인지, 아닌지 마구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ㅠ '오늘날의 맑스주의' 무렵에 행해지는 알튀세르의 자기 비판이 정말로 회의에 빠져버린 모습인가요?(잘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세를 강조하는 등 의미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았는데, 저 책은 알튀세르주의에 작별을 고하고 있더군요;) 지금까지 알튀세의 글을 마르크스주의의 과학화로만 이해해왔던지라 후기의 저작들에 대해 저런 설명을 접하고 나서는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_ㅠ 정말 체계적이지 않게; 아무렇게나 주어진 글을 읽어오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발리바르는 후기 알튀세의 입장(맑스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 등등에서 제시된 많은 명제들의 철폐 같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ㅠ 선생님은 후기 알튀세 저작을 통해 그 전의 저작들을 어떻게 다시 읽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도와주세요 ㅠㅁㅠ (아차, 알튀세에 관한 좋은 개설서 같은 거 있음 추천을.. ^-^;)
 
 
balmas 2006-04-2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알튀세르를 공부해보려다가 좌절을 겪었군. ^-^
그레고리 엘리어트 책은 본 지가 꽤 오래 돼서 지금은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으니, 어쩌지?
그래도 이런 얘기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엘리어트 책은 알튀세르의 여러
문헌들을 섭렵한 바탕 위에서 서술한 책이기 때문에 영미권에서는 알튀세르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서 중 하나로 꼽히지. 하지만 이 책은 지난 1987년에 나왔고(내 기억으로는 ... ;;;) 20대 후반의 젊은 연구자, 더욱이 철학자라기보다는 역사학자로 볼 수 있는 연구자가 쓴 책이야.
1987년이라는 시간이 의미있는 것은, 그 때는 알튀세르가 부인을 살해한 뒤 정신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할 때였기 때문이지. 더욱이 알튀세르의 유고 같은 것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이기도 하고. 엘리어트의 책은, 사실 발리바르의 [계속 침묵하십시오, 알튀세르여!]라는 글(우리말로는, 아마 [루이 알튀세르] 윤소영 옮김(민맥, 1991)에 번역, 수록되어 있는 것 같아)과 상당히 유사한 관점, 더욱이 발리바르의 글보다 좀더 외재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balmas 2006-04-2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글의 공통점은 알튀세르의 후기 작업을 초기 저작에 대한 자기 파괴적인 작업, 더욱이 절망스러운 해체 작업으로 본다는 데서 찾을 수 있어. 하지만 발리바르는 알튀세르와 오랫동안 긴밀하게 작업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알튀세르 작업의 복합성과 다양한 면모를 좀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 그래서 그 뒤에 쓴 몇 차례의 알튀세르에 대한 글에서는 후기 알튀세르의 작업이 지니는 긍정적이고 새로운 측면들에 좀더 주목하지. (가령 [비동시대성: 정치와 이데올로기]나 [철학의 대상: 절단과 토픽] 같은 글들이 그렇지)
이런 관점에 따르면 후기의 알튀세르는, 초기의 작업에 대한 절망적인 자기파괴를 수행한 사람이 아니라 이전의 작업이 지닌 과학주의적이고 형식주의적인 측면을 좀더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부단히 정정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지.
물론 발리바르가 보기에 알튀세르가 극복하지 못했던 한계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야. 가령 발리바르는 알튀세르가 말하는 마르크스주의 정치 = "국가 바깥의 정치" 라는 테제를 받아들이지 않지. 그대신 인권의 정치와 민족 형태라는 개념, 그리고 시빌리테의 정치라는 개념을 가지고 알튀세르와 고전 마르크스주의가 공유하고 있던 한계,

balmas 2006-04-2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말하면 "이론적 무정부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어쨌든 사실 90년대 중반 이후 알튀세르의 유고들이 공개되면서 후기 알튀세르의 작업이 어떤 맥락에서 유래했는지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후기의 알튀세르는 좀더 광범위한 구도에 따라 초기 자신의 사상을 비롯한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개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지. 알튀세르가 말년에 말한 "불확실성의 유물론"이나 "마주침의 유물론" 같은 것들은, 물론 지극히 개략적이고 때로는 모호한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자기 파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엘리어트의 평가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1980년대 영미권에서 알튀세르를 수용하던 한 가지 방식(그것도 상당히 우호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거야.
알튀세르에 관한 개설서는 엘리어트 정도를 읽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 또는 발리바르가 쓴 몇몇 글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마르크스를 위하여]나 [아미엥에서의 주장] 같은 것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balmas 2006-04-2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튀세르가 쓴 정치철학에 관한 글을 묶은 [마키아벨리의 고독] 같은 책을 한번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좋고. 알튀세르 작업의 면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론 [자본을 읽자] 같은 책하고 유고로 나온 몇몇 중요한 글들을 읽어야 하는데, 지금은 좋은 번역서들이 없으니 일단 그나마 읽을 만한(물론 좋은 번역이라는 뜻은 아니야) 위의 책들을 직접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그동안 알튀세르 저작은 하나도 번역을 못했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슐라르"가 겪는 좌절감의 일부는 나한테도 책임이 있네. 이런 ...

바슐라르 2006-04-2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부분 생각하면서 발리바르 글들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탐독하겠습니다-_-! 다음에도 어려운 일(?) 있으면 질문드릴게요ㅎ 감사합니다~

balmas 2006-04-30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고.
앞으로 공부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종종 들르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