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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있는/悲哀(비애)를/지금은 昏迷(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사랑은 또 처음의 依裳(의상)으로/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그 꽃들은 바람에/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담은 편지 위에/愛情(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그때 그들 머리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어리는데/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幸福(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氣盡(기진)한 발걸음이 다시/도어를 노크/하면,/그때 나는 어떤 微笑(미소)를 띠어/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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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님의 글을 읽고 따스한 온기를 느꼈답니다.
모처럼 가슴까지 환해지면서 박가분과의 소중한 인연에 기대어
허, 이것 참!
씨이익~웃기도 하였답니다.

어제는 제사 뒤끝에 후배 부부를 초청해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
거실에 걸린 추사의 "세한도" 를 얘기했습니다.
추운 연후에야 소나무의 진가를 안다는 구절을 떠올리며, 유배간 스승을 위해 두 번씩이나 역관 자격으로 북경에 가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이상적이라는 제자를 생각 했습니다.
다시 고려동경 수집 얘기를 하다 쇠 금(金)변에 소 축(丑)자를 쓰는 한자가 생각안 나 서로 12획이다, 13획이다 잠시 골머리를 앓기도 하고...
막바지, 후배는 직접 녹차를 우려내고..
죽로지실(竹爐止室)-추사의 절묘한 구성과 자유자재로운 운필에 잠시 넋을 놓기도 하고, 아니 황상(黃裳)이라는 친구에게 써주었다는 그 우정의 깊이를 부러워하다가...결국 연전에 추사의 예서체 글씨 현판이 팔려나간 어느 골동품가게에서 혼자 보고 혼자 즐기던 오랜 기쁨 하나 송두리 채 무너져...이제는 때로 문득 도록에 인쇄된 '죽로지실'에 담긴 뜻에나 물끄러미 빠져들다가...
집에 간 후배는 새벽 4시가 넘어 전화를 해
형, 손잡이 뉴나 꼭지 뉴가 맞네요.
맞아 맞아...청동기시대 동경중 다뉴세문경이라고 꼭지가 하나가 아닌 두 개라..꼭지가 많아 많을 다(多)를 쓸 때 꼭지 뉴를 쓰는데 왜 그게 생각이 안났을까?

그렇죠.
"죽로지실"-그런 현판은 설혹 없을지라도 ,황상이라는 친구가 없어 예서의 법도에 충실하고 자체의 구성이 절묘했다는 글씨를 써줄 곳이 없을지라도, 때로 가까운 곳 후배와 서로 너나들이로 밤마실 오고가듯 박가분에 들르면 좋겠네요.
밥이 되지는 않지만 좋은 시 한 편 주고 받을 수 있어 감사드리며...
늘 갓맑고 끼끗하게(?) 우려낸 좋은 녹차 한 잔 하는 기쁨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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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정에 대하여 ] - 강세화


잔정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거덜거덜하게 낡은 양말을 버리지 못하듯이

처마 밑에 제비가 날아와 집을 붙이면
어지럽고 사나와도 엔간히 참고
기어이 똥받이를 대 주듯이

뻔뻔한 놈이
미운 짓을 잘난 듯이 우쭐거리고 있어도
부아를 안 드러내고 보아주듯이

잔정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아무도 아끼지 않는 것을 외면하지 못하듯이

화분에 삐죽이 돋은
거슬리는 잡초 한 포기를
간대로 안 뽑고 놓아두듯이

곶감 거죽에 묻은 시설(枾雪)을 보며
마음속에 오래 못 잊는 흰 낯을 떠올리고
부러 알뜰히 털어내지 않듯이

잔정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흰 머리카락을
눈을 반짝이며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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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하다'에서 나온 거라고 하지요.
결국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늘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내 모든 생각이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사람에게서 끝이 난다는 것입니다.
'정'이라는 말은 다른 이를 염려하고 헤아리는 마음이라 하지요.
결국 정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늘 그 사람이 안쓰럽다는 것입니다.
나와 이어가는 인연의 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더해가는 따뜻함의 깊이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
누군가에게 정을 준다는 일...
이렇게 사전 속에서는 참 쉽게 정리되어지는데
막상 사전에서 꺼내어 내 삶으로 옮겨왔을 때는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고 마음 벅차게 하는 것은
하늘의 별과 달을 따다 줄 수 있는 정말로 큰 사랑(?)이 아니라
늘 옆에서 씨익 웃어주는 작은 정과 마음입니다.

혹, 게시판 관리자분께서 제 글에 답을 하셨을까 싶어 확인하러 들어 왔습니다.
제 글 위에 새 글이 하나 놓였는데, 그 글의 제목도 좋길래
'아.. 나처럼 기분 좋게 구매한 어느 고객의 감사글이겠거니..'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글에 담당자분의 답글이 달렸더군요.
그 분 말씀이 사장님께서 올리신 글이 있으니 꼭 확인하라는 거였습니다.
(주) 박가분 사장.. 이란 수식어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의 글 속에는 시를 고르고 글을 가다듬는 정성만 그득할 뿐,
어디에도 '사장님'의 권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귀사의 규모가 어느만큼이건, 게시판 글 하나까지 몸소 챙기는 경영자가 계신 곳이라면
그 임직원들의 성품 또한 따듯하리라 믿습니다.
사장님과 박가분님들의 정성에 기분 좋은 주말이 그려집니다.
향 좋은 차 한 잔과 작은 정을 나누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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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어 윤희님의 글을 보고 ......
비록 매 번 보내던 한지에 곱게 적어나간 시는 아닐지라도 이 겨울 어울릴 듯 싶어 애써 서가에서 빼어 들었답니다.

저 녁 눈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박용래시인의 시를 다시금 읽으면서
윤희님의 겨울도 푸근하고 따사로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긴 글 고마웠구요...
축복처럼 소중한 인연들 많이 만나 꽃피우는 새 해 되시길...
윤희님의 글로 인해 우리 박가분 식구들 더욱 열심히 하고픈 마음이 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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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 (양장본)
정대영 지음 / 동인방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장을 다 읽고 난 지금 우리 고가구를 보는 나의 눈이 많이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겠다. 우연히 신문에 난 기사 한 줄에 의지하여 알라딘에 책을 신청했지만 한국의 장은 대중적으로 널리 팔리고 쉬 읽히는 책은 아니었던지 취급 서점도 한정되 있었고, 그래서 내게로 책이 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드는 순간 내 잠시간의 기다림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책은 쉬 잊고 지나칠 수 있고, 하등의 관심이나 흥미도 없을만한 우리 옛 가구에 대한 시각과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면서 소중한 우리 삶의 숨겨진 일면을 보여주기에 족한 책이었다.

많은 자료 사진과 꼼꼼한 설명과 제작 기법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우리 고가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뜨거운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동대문에서 우리 고가구점을 이십 수년 운영해 오면서 우리 것을 수시로 접하고 만지는 가운데, 사라져 가고 외면 받는 우리 고가구에 대한 애정에서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참 너무 빨리 갑작스럽게 바뀌는 세상살이 가운데 자비를 들여 애써 한국의 장을 저술한 정대영씨 같은 분들이 있어, 그나마 우리네 삶이 너무 팍팍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조금은 감칠맛 나고 윤기 흐르는 순간들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감히 너무 쉽게 조금은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만 길들어 살아온 삶이었지만, 오늘 잠시 눈 주어 우리 옛 가구들을 돌아보고 싶다. 때론 어수룩하고 무딘듯 하면서도 기교나 꾸밈이 없이 생긴대로 나무를 다루고 장석을 부착하고 쓰임에 맞게 이루어낸 우리 한국의 가구들을 이제 그윽한 눈길로 돌아보고 싶다. 아니 기회가 닿는다면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단아하고 기품있는 옛 책장이나 이층장이나 약장 하나 집에 들여 그것을 만들고 쓰던 옛사람의 정신의 향기와 체취에 취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 옛 한국의 장을 만들었거나 즐겨 그런 기물을 썼던 사람들은 이 땅에 없다. 하지만 잠시 우리 가구의 참된 가치를 찾고 구하는 이 있어 즐겨 우리 생활에 쓰고자 한다면, 그런 안목과 애정이 함께 한다면 우리 옛 한국의 장들은 우리에게 말로 수식할 수 없는 참다운 가치와 사랑을 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본인의 경우 한국의 장을 읽고 같은 저자의 저서 <한국의 궤>를 구하고자 여러 곳을 알아 보았으나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런 책들이 자비가 아닌 출판사의 기획물로 나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소개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함께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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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서양 앤틱가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우리 고가구가 주는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조금더 나이가 들어 가구를 바꾸어야 할 때 하나씩 장만해보고 싶어요. 님의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정수진 2007-10-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정대영님의 자료를 찾다가 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고가구를 공부하고 있는데요.. 리뷰 감명깊게 읽었구요.. 제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의 궤를 구하신다고 하셔서 제가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꼭 말씀나누고 싶네요

박가분아저씨 2007-10-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가구를 공부하신다니까 반갑습니다.
'한국의 궤'는 어렵게 구해서 갖고 있습니다.

011-545-5372

이 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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