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정에 대하여 ] - 강세화
잔정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거덜거덜하게 낡은 양말을 버리지 못하듯이
처마 밑에 제비가 날아와 집을 붙이면
어지럽고 사나와도 엔간히 참고
기어이 똥받이를 대 주듯이
뻔뻔한 놈이
미운 짓을 잘난 듯이 우쭐거리고 있어도
부아를 안 드러내고 보아주듯이
잔정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아무도 아끼지 않는 것을 외면하지 못하듯이
화분에 삐죽이 돋은
거슬리는 잡초 한 포기를
간대로 안 뽑고 놓아두듯이
곶감 거죽에 묻은 시설(枾雪)을 보며
마음속에 오래 못 잊는 흰 낯을 떠올리고
부러 알뜰히 털어내지 않듯이
잔정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흰 머리카락을
눈을 반짝이며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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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하다'에서 나온 거라고 하지요.
결국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늘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내 모든 생각이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사람에게서 끝이 난다는 것입니다.
'정'이라는 말은 다른 이를 염려하고 헤아리는 마음이라 하지요.
결국 정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늘 그 사람이 안쓰럽다는 것입니다.
나와 이어가는 인연의 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더해가는 따뜻함의 깊이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
누군가에게 정을 준다는 일...
이렇게 사전 속에서는 참 쉽게 정리되어지는데
막상 사전에서 꺼내어 내 삶으로 옮겨왔을 때는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고 마음 벅차게 하는 것은
하늘의 별과 달을 따다 줄 수 있는 정말로 큰 사랑(?)이 아니라
늘 옆에서 씨익 웃어주는 작은 정과 마음입니다.
혹, 게시판 관리자분께서 제 글에 답을 하셨을까 싶어 확인하러 들어 왔습니다.
제 글 위에 새 글이 하나 놓였는데, 그 글의 제목도 좋길래
'아.. 나처럼 기분 좋게 구매한 어느 고객의 감사글이겠거니..'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글에 담당자분의 답글이 달렸더군요.
그 분 말씀이 사장님께서 올리신 글이 있으니 꼭 확인하라는 거였습니다.
(주) 박가분 사장.. 이란 수식어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의 글 속에는 시를 고르고 글을 가다듬는 정성만 그득할 뿐,
어디에도 '사장님'의 권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귀사의 규모가 어느만큼이건, 게시판 글 하나까지 몸소 챙기는 경영자가 계신 곳이라면
그 임직원들의 성품 또한 따듯하리라 믿습니다.
사장님과 박가분님들의 정성에 기분 좋은 주말이 그려집니다.
향 좋은 차 한 잔과 작은 정을 나누는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