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天(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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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호사로웠다.
벼르고 별러 코리아나 화장미술관 들렀다가, 인사동 '고도사' 주최 "옛 사람 솜씨전" "옛 가구 민속품전" 찾아 우리 옛 보자기와 소반의 꽃이라고 불림직한 해주 소반 맘껏 보고 피어리스 후배 최철수 지점장 점심도 자아알 얻어 먹었다.
좁다란 골목길 돌아 천상시인 천상병의 미망인 목순옥여사의 歸天 찻집에 들러 모과향 그윽한 분위기에도 맘껏 취할 수 있었다.
'통문관' 지나 '통인가게' 거쳐 양의숙씨 "예나르"도 들리고 '미술자료공사'에서는 언감생심 '조선고적도보' 옛 도자기 그림에 물끄러미 넋놓기도 하다가...새삼 옥션경매장 조선시대 청화백자 화장도구도 만나고 '민예사랑'에서는 비치개,첩지,칠보비녀,버선본집이나 수저집의 자수, 혹은 비취나 옥 가락지에 마음 홀리곤 했었다.
초면의 민속품 가게 '나락실'에서는 한 시간여 우리 고가구나 민속품에 관한 정담의 여행속으로 박수치듯 빠져들다가 좋은 동무 삼아도 좋을 듯한 여주인의 향기에도 스미듯 젖어 들다가, 전라도 돌장승 한 구가 주는 말없는 감동에 왼몸 징징 달아샀다가...
돌아오는 길.
굳이 피어리스 사옥이 있던 충정로 뒷길
아바이순대집 찾아가 순대국 안주 삼아 최지점장과 백세주 나누고
서둘러 총총 서울발 저녁 8시 열차에 몸을 실은,
참 오래 벼르기만 하던 소풍....
어제는 호사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