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사는 친구에게 ] - 안도현
세상 속으로 뜨거운 가을이 오고 있네
나뭇잎들 붉어지며 떨어뜨려야 할 이파리들 떨어뜨리는 걸 보니
자연은 늘 혁명도 잘하는구나 싶네
풍문으로 요즈음 희망이 자네 편이 아니라는 소식 자주 접하네
되는 일도 되지 않는 일도 없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싶거든, 이리로 한번 내려오게
기왕이면 호남선 통일호 열차를 타고 찐계란 몇 개
소금 찍어 먹으면서 주간지라도 뒤적거리며 오게
금주의 운세에다 마음을 기대보는 것도 괜찮겠고,
광주까지 가는 이를 만나거든 망월동 가는 길을 물어봐도 좋겠지
밤 깊어 도착했으면 하네, 이리역 광장에서 맥주부터 한잔 하고
나는 자네가 취하도록 술을 사고 싶네
삶보다 앞서가는 논리도 같이 데리고 오게
꿈으로는 말고 현실로 와서 걸판지게 한잔 먹세
어깨를 잠시 꽃게처럼 내리고, 순대국이 끓는
중앙시장 정순집으로 기어들 수도 있고, 레테라는 집도 좋지
밤 12시 넘으면 포장마차 로진으로 가 꼼장어를 굽지
해직교사가 무슨 돈으로 술타령이냐 묻고 싶겠지만
없으면 외상이라도 하지, 외상술 먹을 곳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는가
날이 새면 우리 김제 만경 들녘 보러 가세
지평선이 이마를 치는 곳이라네, 자네는 알고 있겠지
들판이야말로 완성된 민주대연합 아니던가
갑자기 자네는 부담스러워질지 모르겠네, 이름이야 까짓것
개똥이면 어떻고 쇠똥이면 어떻겠는가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오기만 하게
==========================================================================
아직은 어울리지 않지요? 어찌 보면 늦되고, 또 어찌 보면 되려 이르니..
저는 어제 선배 언니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신랑, 신부가 다 학교 선배라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졸업 후 처음 만난 과 동기며 가까운 친구들, 서울 사는 선배들까지..
청첩을 받고도 결혼식에 참석 못해 못내 죄송했던 선배도 한 분 뵈었는데
오랜동안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남의 식장에서 마주치게 되어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오늘 만큼은 여유롭게 웃어 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저도 친구들도 선배들도.. 세시 반 열차 시각에 좇기고, 톨게이트 입구에 좇기고,
저물어가는 휴일 오후에 좇겨 마음껏 보듬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일 년만의 안부는
'요즘 어떠니? 잘 지내지?'
'그럼요, 선배도 잘 지내죠?'
'그저 그렇지, 뭐..'
초등 영어회화 수업처럼 끝이 났습니다.
다들 마음은 뜨거울텐데, 내려오는 차 내내 설레고 달뜬 호흡에 절로 상기 되었을텐데..
표현하기조차 바빴을까요? 아니면 이젠 그런 반가움도 민망한 시간에 닿았을까요?
돌아오는 열차 소리가 조금은 둔탁한 날이었습니다.
무열님은 좋은 벗을 두고 계시군요.
제가 다도와 서화에 밝았더라면 더 어울리는 시를 선물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제게도 그런 벗이 있답니다.
무열님 덕분에 오늘은 저도 그 친구의 새벽을 깨워 보아야겠네요^^
무열님의 말씀처럼 세상엔 참 많은 연이 있나 봅니다.
지난 며칠은 참으로 귀하고 따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겐 더욱 특별했구요.
'자유게시판'이라지만 쇼핑몰에서 나눌만한 글들은 아닌 것 같아 인사로 적어 봅니다.
좋은 기업, 좋은 사원들, 좋은 경영자, 그리고 좋은 벗 하나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박가분과의 좋은 인연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열님과의 연도..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렇게 따듯하고 깊은 글.. 너무 아깝네요.
바쁘시더라도 조금만 짬을 내시어 홈피 안에 칼럼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처럼 좋은 시 한 편에 그 날의 일기처럼, 감상처럼 댓글을 달아..
매일이 버거우시면 주마다 한 편씩도 좋겠구요.
사장님의 감성이라면 푸근하고 넉넉한 수필집 같은 칼럼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럼, 저도 출근부에 도장 찍는 모범적인 독자가 될 수 있을텐데^^
그냥 가기 아쉬워 부담스런 청 드려봤습니다.
벌써 2월 첫 주네요.
1월 보다는 차분한 호흡으로, 그러나 1월에 못지 않은 열의로 좋은 2월 맞으십시오.
### 오는 4~18일. 과천 시민회관에서 '추사체의 진수, 과천 시절 - 추사 글씨 탁본전'을 개최한답니다.
'以威亭記'에서부터 서울 봉은사 현판 '板殿'까지 70여점 가량이 전시 된다는군요.
오늘 신문에 전시회 소식이 있어 덧말을 달아 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한 번쯤 향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이미 알고 계시던 자리가 아닐까 싶지만, 혹여 관심이 가실까 싶어 몇 자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