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김선굉

山너머 山너머 아득한 고향.
그리운 내 친구는 편지를 쓰네.
나는 홀로 이 아침 외로운 사람.
몇 마디 따뜻한 말씀으로 몸을 녹인다.


*어제는 고교 동기 상가집에 다녀왔습니다.
빈소에서 문상을 마치고 나온 자리
야, 이거 돌중! 니 장학퀴즈아이가.
임먀,니는 숫치질아이가.이거 시커멓게 해가 노상 축구나 해쌓더니...

천장에 고무줄로 매달린 통성냥을 당겨 피워대던 가치 담배가 있던 만화방이, 학교 스피커ㅡㄹ 떼어가 앰프에 달아 쳐대곤 하던 하숙집 키타소리가,번차례로 오명가명 훔쳐내 입던 친구집 문방구 창고의 츄리닝이,첫 째시간 마치기가 바쁘게 먹어 치우곤 하던 양은 도시락속 젖가락의 덜컹거림이, 김치국물 냄새 시큼한 이제와 외려 더욱 그리운 뗏국물들이 일시에 마구 엉키면서 한껏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답니다.

아흔 하나. 하늘끝 호올로 가실 친구 모친의 壽(수)한 자리, 오랜 자리보전 떨치지 뫃한 그 모든 미련 잠시 접어 두고 당신께서는 황망히 먼 길 떠나는 마지막 자리였습니다. 몇 순배의 술잔이 돌고 시간은 깊어가는데 지지 눌러 숨가쁘게 지내온 나름대로의 세월 오늘은 모처럼 학창시절로 돌아가 박수소리처럼 화기애애했습니다.

때로 추억의 시간들은 물구나무서거나 낮은 포복으로 혹은 멀대같이 키 큰 맨숭맨숭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봄날의 아지랑이거나 구죽죽이 비내려 흐려진 철필 글씨 같은 모습을 하고 바투 다가왔다간 이내 멀어지곤 하더군요.

그런 가운데 먼저 간 누구는 사고든 병이든 호적에서 지워지고, 복수가 차거나 당뇨가 심한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우리 중 또 누구는 날 밝은 날의 출근이 걱정되고, 다시 누구는 막아야 할 어음이 어른거리고, 교환교수로 간 동기의 독일안부가 궁금하고,날 밝을 때까지 기다려 장지에 따라붙여? 말아? 저마다 생각에 골몰하기도 했답니다.

새로 세 시 잔뜩 넘어 돌아오는 길.
어쩔 수 없이 박가분 동성로점 앞을 지나치며 바코드 가격표를 만들어야되지 않을까. 할부지 집세를 오늘은 드려얄낀데,한국문양사 책을 주문해야지,이진이는 뜬금없이 문협에 가입하라는데..이거 어쩌다 덜컥 밥먹자는 약속을 해버렸으니..해수선배하고 차나 한 잔 하고 오지 뭐, 이 참에 수철이하고 같이 적이나 올리고 공부 좀 해봐?
천갈래 만갈래 생각의 갈피속에서도,
어허, 이거 이거 참....어쩌다 이렇게 되어... 댓글 올려야 된다는 생각을 쉬 지울 수 없었답니다.

새벽에 보니까 부천 추사전시회도 알려왔던데..
적당히 게으르고 단순하자, 단순하게 살자고 깨씹으면서도 그동안 잘만 살아 왔는데.....
해마다 봄만 오면 구례나 하동 김용택의 섬진강을 가고야 말아야지 작정하고서도 늘 실행하지 뫃하고도 꿈꾸고 그리는 것만으로도 잘살아왔는데..
그래. 난 코리아나 화장품박물관에도 진작에 다녀와야했건만 늘 마음뿐인데...

아아,이거 참 이거야...
칼럼(?)이라니. 고맙긴 하지만 적당히 게으르고도 잘 살아왔는데...
숙제 하나 떠맡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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