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입동)]-문형렬
어머니를 묻고 돌아온 친구는 밤새도록 우리와 화투를 쳤다.
차디찬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 화투장이나
힘껏 내리쳤다 이제
물이 얼거야,
낮은 말소리로 내리는 무서리는 서로의 이마에 허옇게 피는데
우리는 화투장에 가려서 몰랐다 이마가 뜨거워서 몰랐다
그래서 흐흐흐 이따금씩 웃었다.
왜 웃느냐고 묻지 않고 한 판을 쓸어가고,
솜씨 좋게 패를 돌리다가 오줌이
자꾸 마렵다고 방문을 나가서는
한참 있다 돌아오는 친구의 눈에 마른
黃土(황토)가 맺혀서 화투창 위로 슬슬 날렸다.
우리는 다투어 광을 따갔다.
부지런히 어깨 위로 손을 올려 내리쳤다.
화투장은 아프지 않는 몸,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은 가벼운가
빈 신장같이 슬픔은
가벼워라, 흩어진 화투장을 더욱 흩뜨리고
오줌을 누러 다시 다시 밖으로 나간 친구를 기다리다 삶 조각같이,
바삐 끌어모아 소리나게 간추리고 끝내는
땀에 찔리도록 광땅을 쪼으며
우리는 오늘 오후 1시에 보았던 下棺(하관)을 생각했다.
화투만 치면 쓰고 싶은
속임수로 下棺(하관)을 가릴 수 있으리라고 이리저리 화투판을 바꾸어 가면서
빠른 손놀림으로 패를 갈랐다.
속임수로 가릴 것이 무어 있느냐고 아무도 탓하지 않듯이
광땅은 화투장에서야 잡아보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듯이
그러나 우리의 위로는 화투를 치는 일이 아니다.
백동전을 두 개씩 던지고 패가 돌아가면
좌르르 흙이 쏟아지는 우리들 가슴에
시퍼렇게 화투장을 내려치면서 이제
땅이 언다고
슬픔은 잊을 때 가장 커진다고 스물 일곱 살 맏아들인 친구여
왜 우리는 말하지 않는가?
살아서 가릴 일이 무어 있는지,
우리는 자꾸 손이 시려서 피멍이 맺히도록 광땅을 쪼은다.
그리움만 파묻고 돌아가는 세상......
더러는 속임수를 쓸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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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열아, 나는 이제 완전 고아다. 두 분 다 가셨으니...
이제는 맘껏 자유롭다를 되뇌던 친구의 눈에 맺히던 물기를 그예 보고야 말았구나.
졸업하고 이십 수년만에 만나, 적수공권 서울 어둔 땅 빈 하늘만이 네 차지라던 친구야.
풍문으로 전해지던, 하늘 만 평 이제야 사두었다니....
나도 잊은 내 옛 노래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니....
-밤마다 잔인한 선인장꽃은 잃어버린 풍선처럼 /높으게 일어서서 놓쳐버린 풍선처럼 /............/......../하늘이 멀어 가난한 친구 멱 메기는 상여꾼들/....../슬프게 아프게도 바람만 맞는다/밤은 기울고 꽃은 쓰러진다.
청도 효신병원 영안실, 오줌누러 나와 이서국(伊西國) 옛 땅에서 잠시 길을 잃다.
풍각면,이서면,각북면,운문면..모든 길은 연해 길로 이어지고
새벽이 되자 때마침 내리던 숫눈발 회초리되어 볼따구니를 쳐대는데
아아, 친구야 나도 진작에 반 쪽 고아구나!
살아 계셨다면 일흔 여덟이 되셨을, 당신께 용돈 한 번 드릴 수 있다면..
짜장면 한 그릇 사드릴 수 있다면...
"올인'이라구?
절반의 책임쪽에 패를 던지시겠다면...진작 뒤질 서가도 없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