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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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벼르고 벼르고 별러왔던... 그래서 이번에도 빨간책방의 힘을 빌려서, 드디어 읽게 된 책!
너무 유명한 책들은 왠지 읽지 않아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작 책장을 넘기게 되기는 쉽지가 않은데.. 오~~ 이 소설 정말 명성만큼이나 독특하다! 안 읽었으면 이 말맛을 모를 뻔 했다.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이 책을 읽으며 매우 힘들었다고 하던데 그 방송을 들을때 이미 읽고 있었던 나는 `아니, 이렇게 재밌는데 왜 읽기 힘들다는 거지?`하고 의아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 수록 그 느낌을 알 듯 했다.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읽다보면 이야기는 뜬금없이 또 너무 천연덕스럽게 갑자기 환상이 되고 마법이 되고,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워지는데 그 환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또 혼란스럽고, 도대체 이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죄다 그렇게 고통과 절망속에 고독하고,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거나 풍요롭거나 공포스럽거나 상관없이 고독하거나 또는 그 고독을 끌어안으려고 애쓰거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생생함때문인지 책을 읽다보면 꽤나 힘들어진다.

하긴 마콘도 마을을 건설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100년 7대에 걸친 세월동안 결국 그 마을의 멸망을 목도하게 만드니 그 삶을 다 살아낸 듯 힘드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천연덕스러운 이야기 솜씨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다가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곰곰 생각해보면 또 굉장히 다양한 해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읽고 나니 다시한번 읽으며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사실 또 읽자니 엄두가 안난다. 첫 페이지에 가계도가 나오는데 나만의 가계도를 좀더 상세히 적어가며 읽으면 좋을 듯하다.

"자네는 너무나 군사정권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하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해왔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 못지않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어. 그토록 비참한 타락을 겪으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고귀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 (179쪽)

"아버지는 지금 무척 슬퍼하고 계시단다." 우르슬라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네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슬퍼하시는 거란다."
"그럼 이렇게 말씀드려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람은 꼭 죽어야 할 때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있을 때에 죽는다고 말입니다." (271쪽)

수천번이나 되풀이해서 발표되고 정부가 온갖 통신수단을 동원하고 마음대로 조작해서 전국 각지에 퍼뜨려 결국은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진 공식발표에 따르면, 마콘도에서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만족한 노무자들은 모두 가족을 찾아 돌아갔고, 바나나 회사는 비가 끝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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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세월 - 사라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
주하아린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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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고 콧물 훌쩍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울 자격이 있나?˝
그런데 이 책은 말해준다.
`부끄러움은 늘, 부끄러움을 아는 자의 몫`이라고.
그게 또 위로가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정작 부끄러워야 할 사람들은 뭐하고 있을까. 이런 세상에서 안녕들 하신가요.

P. 5 멈춰버린 세월은 병든 세월과 동의어다.
아무도 아프지 않은 세월은 모두가 아픈 세월과 같은 말이다.

서민교수의 <집 나간 책>에서 이 책 서평을 읽고 읽어볼 책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도서관에 간 길에 찾아보았다. 좌린이란 분의 사진에 꼼마라는 분의 글. 좌린도 꼼마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이 책의 사진과 글은 바로 심장에 와서 꽂히는 힘이 있었다. 첫장부터 아프고 마지막까지 가슴조임이 나아지질 않았다.
2013년 11월 16일, 안개 낀 잠실대교 사진으로 1부가 시작한다. 그 짙은 안개가 걷히고 사고소식이 들려왔다. 김포공항에서 잠실로 가던 LG그룹 소속 헬리콥터 한 대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부딪쳐 추락한 것. 안개 속에서 발생한 사고는 안개 속으로 묻혔다. 기장과 부기장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사고 당한 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근처의 고급호텔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안녕하지 못한 모습들과, 철도 노조 파업, 이남종의 분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는(?) 어버이 연합 - 사진과 함께 읽다보면 때론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2부 가만히 있으라를 읽으려면 손수건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기록이다. 잊지 않겠다던 다짐도 순간 순간 잊혀졌었다는 죄스러움과 함께 지난 세월들이 아프게 복기된다. 시민들이 추모를 이어갈 동안 경찰은 시민을 감찰하는 나라.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구호가 대통령을 구하라는 구호가 되어 돌아오고, 아이들이 수십번도 외쳤을 `살려주세요`를 정치인들이 외치는 나라.

P.123 자식을 잃고 찬 바닥에서 딸의 영정을 안은 채로
김밥을 우겨넣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나는 기필코 헤아릴 수가 없다.
아비가 된다는 건 그런 것이구나 했다.
자식을 지킬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이제 살아 남아서, 그 이유를 밝혀야 하는 일이다.

그 사진은 콧물을 훌쩍이던 내게 끝내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함께 운다는 건 함께 산다는 뜻이다.

멈춰버린 세월동안 사라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있는지.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있기에 망각을 재촉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다움을 잊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기록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을 보낸다.
요즘 대입 수시 원서접수들을 할 때이다보니 각 대학마다 단원고 전형이 생긴 것을 보게 된다. 단원고생 325명중 살아돌아온 75명을 위한 전형이다. 살아 돌아온게 죄스럽다고, 할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안산에서 국회까지 울며 걷던 아이들. 희생 학생의 장례식비용을 보상금에서 제외하라는 정부의 말에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서도 물한모금 안먹고 돌아왔다던 아이들. 내 딸 또래의 아이들.
그 아이들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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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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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필요한 전업주부 미나코, `보장`을 원하는 독신녀 다에코. 그리고 생각이 많은 미나코의 어린 딸 리나. 다양한 상황에 있는 여자들... 과연 이들이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마스다 미리는 정말 여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내 맘속에서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꼬집어주는 느낌이다.
˝그래.. 이거였어... 이런 느낌...˝
간단히 한번 훑어봤을 땐 ˝이건 내 얘기구나˝ 했지만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여성을 이해하는 교과서로 딱!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삶아 빤 잠옷을 입고 더운 여름이라 빳빳하게 풀까지 먹인 모시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 머리맡에 살짝 놓아두었다. 꼭 읽어보라고.
읽고 나서 함께 얘기할 게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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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9-0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든요 신랑이 꼭 읽어주면 좋겠는데 ㅎ 저희 신랑은 아직 ㅠㅠ 여성 교과서라는 말에 공감 팍팍하고 갑니다 ㅋㅂㅋ

살리미 2015-09-01 09:10   좋아요 0 | URL
읽다보니 내가 남편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거에요^^ 제가 직접 말하는것보다 이걸 읽어보는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마스다 미리! 완전 애정하게 됐어요!
 
유배중인 나의 왕
아르노 가이거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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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 불리는 피할 수 없는 패배 앞에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가능성은 그것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 밀란 쿤데라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르노 가이거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자전적 이야기다.

˝삶이 아버지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 아버지의 인품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 이분이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아버지라는 느낌은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 부자도 여느 집처럼 처음부터 사이가 아주 좋은 건 아니었다. 사춘기를 지나며 부자 관계는 소원해졌고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를 깨닫지 못했던 초기에는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더욱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병을 깨닫고 나서는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알츠하이머가 잃는 것만이 아니라 얻는 것도 있으며 아주 절망적이지많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 사이에 뭔가가 있다. 세상을 향해 내 마음을 더 활짝 열게 만든 뭔가가. 그것은 말하자면 보통 알츠하이머병의 단점이라고들 하는 것, 즉 관계 단절의 반대다. 때로는 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병에 걸렸지만 순간 순간 위트와 지혜가 넘치는 말들을 하고 그 대화를 보는 재미가 이 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그리고 작가가 담담히 풀어놓는 아버지의 성실한 생애는 (안나 카레리나의 남자 주인공 레빈을 닮았다고 작가는 평했다. 뭐든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한 평범한 농부의 숭고한 인생의 감동을 더한다.

˝이제 아버지가 내 세계로 건너올 수 없으니 내가 아버지에게로 건너가야 한다. 저기 너머에서, 아버지의 현재 정신 상태의 한계 내에서, 객관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우리 사회 저편에서. 아버지는 여전히 주목할 만한 사람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언제나 온전히 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어떤 식으로든 빛나는 구석이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작가의 태도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의사 올리버 색스가 보여준 태도와 오버랩되며 인간을 대하는 관점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준다.

아버지는 집에 있으면서도 자꾸만 집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치매 환자들은 삶의 방향감을 상실한 탓에 어디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서 안식처를 갈구한다고 한다. `유배중`이라는 것은 자신의 안식처를 잃어버린 세상과 단절된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를 잃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멋지게 살아내는 아버지를 `왕`이라 표현한 참으로 멋진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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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8-28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글이 없길래 표지랑 제목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금방 올라오네요! ㅎㅎ
리뷰만 읽는데도 많은 생각이 들어요. 저도 꼭 읽어봐야겟습니다

살리미 2015-08-28 02:13   좋아요 2 | URL
늦은 밤에 이렇게 만나뵈니 반가워요^^ 저는 이 책 다 읽고 마무리 좀 하느라 늦어졌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해피북 2015-08-28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제 아버지가 내 세계로 건너올 수 없으니 내가 아버지에게로 건너가야 한다`는 글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그리고 오로라님 처럼 제목을 다시 살펴보고 또 다시 울컥. 멋진 제목이였어요. 저두 보관함에 잘 담아둬야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오로라님^~^

살리미 2015-08-28 12:17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을 읽고.. 서로 같은 마음을 나누고... 책이 있어 행복한 오후네요~^^ 해피북님도 맛점~ 하세여!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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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와무라 시로 70세. 어머니 사와무라 노리에 69세. 딸 사와무라 히토미 40세.
평균 연령 60세인 사와무라 가족.
˝미래의 우리집인 것 같습니다.˝ 라는 띠지의 문구가 심상치 않다.
요즘 마스다 미리에 빠져서 하나 하나 읽어 가고 있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너무 한꺼번에 몰아 읽은 탓인지 감동은 점점 덜해진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급하게 읽어서는 안될 듯 하다. 한 편을 읽고나면 곰곰이 되새겨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만화를 읽듯 마구 넘겨 버리지 말고.
그런데 큰일이다!!
자꾸만 40세 딸에게 감정이입되는게 아니라 69세 엄마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딸은 노처녀이고 나는 아이와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 그렇다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씁쓸해진다.
40세! <40대의 이별>이라는 꼭지가 있다. 어느 순간 하나씩 포기하게 되는 것. 무릎위 스커트, 민소매옷, 긴머리... 나도 매해 이별하는 아이템이 있다. 올해는 운동할 때 즐겨 입었던 레깅스를 포기했다. 이젠 너무 몸에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운동복이 더 나이에 맞다고 느껴진다. 앞에 말한 건 이미 포기했던 것들이고.. 그리고 이제 곧 돋보기와 만나게 되겠지.. ㅠㅠ
우리 딸은 언제까지 우리랑 함께 살까?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히토미에 공감할 줄 알았던 독서는 엄마 노리에와 너무 공감되는 걸로 웃프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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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8-27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마다스 미리의 책을 읽으며 오로라님과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모든 책이 다 마음에 들어오진 않더라구요 ㅎ 그리구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들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시구나 하는 찡한 마음 이 들기도 했답니다 ㅋ 저는 마다스 미리하면 여자공감 만화 시리즈가 제일 좋았고 그 다음으로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와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뭐지` 그다음으로 `내누나` 였어요 치에코 시리즈는 정말 소소한 이야기 였구요 ㅎ 마다스 미리 여행 잘하시길!

살리미 2015-08-27 08:32   좋아요 0 | URL
저도 여자공감 시리즈가 제일 좋네요^^ 그녀의 책은 멈춤 기능이 있는 거 같아요. 빨리 읽어버리면 잘 못느끼는... 그래서 아껴가며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