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고 나서 이 소설이 오래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길래 영화를 찾아 보았다. 단편을 긴 영화로 만들다보니 원작에 굉장히 충실했는데 1870년대의 프랑스 요리다보니 실제 재료들을 공수해오는 장면이나 재료 손질을 하는 장면에서 약간 혐오스러웠다. 요즘은 귀여운 메추라기를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하기 어렵고 실제로 메추리 털을 하나 하나 뽑아 손질해서 조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에겐 그런 요리는 특별한 날에나 먹는 만찬이었지만 요즘은 매일 고기가 흔하게 식탁에 오르내리니 공장식 축산이 성행하고 `동물`과 `고기`를 최대한 분리해서 생각하는게 자연스럽다.
우린 날마다 `고기`를 먹지만 `소`를 먹는다 생각하진 않는 습관이 들여졌으니 바베트가 요리하는 장면에 소머리가 떡하니 올려져 있고, 커다란 바다거북이 요리되길 기다리며 꿈틀거리고, 닭장 속에 메추라기들이 털이 뽑혀 빵속에 영계 모양으로 장식되고, 화룡점정으로 메추리 머리가 떡하니 올라갈 때 기겁을 할 수 밖에.
항상 검소하고 청렴한 생활이 미덕인 청교도 들에게 프랑스 요리사가 내놓은 만찬은 힐링이 되어 북유럽 찬 겨울 사람들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녹아내리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것이 과잉인 지금, 너무 잘 차려진 식사로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정갈한 식사로 내 혀의 자극을 다스리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금욕적이고 단정한 두 자매와 마을의 분위기에 더 끌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인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수다 1 : 뇌 과학에서 암흑 에너지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8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1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의 어려움을 여러번 고백한 바 있듯이 나는 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학교 다닐때 과학 점수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건 당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암기로 해결했기 때문이고 사실 지금의 과학은 그때의 과학에 비해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나와있는 과학 서적들은 훨씬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에는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정도로 구성된다고 배운게 고작인것 같은데 요즘은 세상을 구성하는 17개의 입자들, 쿼크니 렙톤이니 힉스입자까지 밝혀졌다 하니 당연히 과학은 나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학문이 되었다. 더구나 하나의 이론을 파고드는 과학서적은 대하기가 엄두가 안난다. 그러다보니 주로 공략하는게 `영화로 보는 과학`이나 `쉽게 풀어 쓴 과학강연`류들이다.
이러한 사정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닌지 과학자들이 항상 듣는 말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달라` 라는 것이라고 한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 조차도 생각의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대한 친절히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에서 이 책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전문 과학자들이 모여서 그 주제에 대해 가볍게 수다를 떠는 것이다. 말그대로 가벼운 과학수다다 보니 듣는 독자의 입장에선 이해가 안가는 건 음~ 하고 흘려 들어도 되고, 새로운 개념이 나오면 오~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들어도 된다. 너무 깊지 않으니까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이 간다.
실제로 나는 최소한 현대 과학에 대해 이정도만은 알아야지, 지루해도 하루에 한 챕터만이라도 봐야지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신문에서 많이 접하긴 했지만 도대체가 뭔지 몰랐던 개념들을 수다를 듣는 동안 그게 우리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좀더 친숙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문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과학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에 나도 부끄러워졌다. 과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하려고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하는데 최소한 이책을 읽는 정도로는 보답해야 도리가 아닐까 하고 구입한 책이지만 사실 사놓고 안읽을까봐 1,2권이 나왔지만 1권만 구입하는 꼼수를 부린것을 반성한다. 바로 2권을 장바구니에 담으러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독일인구의 10프로도 안되던 히틀러의 나치당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할때 대부분의 독일국민들은 왜 그걸 막을 수가 없었을까? 당시 독일인들의 행동은 역사의 수수께끼다. 그 수수께기를 풀어보려고 미국에서 교실실험을 계획했던 사람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실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역사 수업시간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자료를 본 아이들은 끔찍한 참상에 놀라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역사고 그런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겠냐는 생각을 한다. 역사 교사 벤 로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해보는데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모토로 절도와 훈련, 공동체와 실천을 강조하는 새로운 행동방식은 곧 아이들에게 놀랄만한 파급을 일으키게 된다. 그것은 왕따도 사라지고 학습효율도 높아지고 아이들 스스로 자부심도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 회원이 아닌 아이들에 대해 폭력적이 된다던가, 자기 스스로의 사고를 포기하는 맹목적인 아이가 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우리에게도 조금씩은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유에는 책임과 무질서가 따르게 마련이므로 누군가가 명령을 내리고 그것에 질서있게 따르는 경험이 때론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 즐거움에 맹목적으로 따르다보면 집단에서 배제되는 행동을 하기가 두려워지고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도 나 혼자 돌출 행동을 하기가 두려워서 모른척 따르게 되는 일들...
벤 로스의 이 실험은 애초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끝에 겨우 수습된다. 이 실험과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것인데 독일에서는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같은 가해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직도 역사를 왜곡하고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되는 데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끔찍한 독재와 국가주의 시절을 지나왔는데도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는 태극기나 애국가를 그때처럼 공동체를 강조하기 의해 사용하고 싶어한다. 역사 수업시간에 아직도 우리들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파시즘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역사시간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고마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것을 영화 <디 벨레>로 먼저 접했다. 그것도 역시 독일영화인데 그 영화도 매우 훌륭하다. 그 영화보다 이 책은 청소년도서라 그런지 훨씬 내용이 간결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한번쯤 읽고 내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벤 로스 선생님이 실험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한 말.
˝그동안 우리는 아주 특별한 감동을 맛보았지. 여기 모인 친구들이 하나가 되어, 여기 오지 않는 친구들과는 뭔가 다르고, 조금이라도 더 훌륭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을 거야. 너희들이 말하는 `평등`을 이루기 위해 너희 각자의 자유를 포기했지. 하지만 그건 평등이 아니라 `파도` 회원이 아닌 친구들에 비해서 우리가 조금은 더 낫다는 우월감의 시작이었어. 그 다음은 집단의 목표를 위해 자기 소신을 포기하고,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은 멸시하고 상처 입햐도 괜찮다는 식으로 변해갔어. 영원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여유가 없었지. (......) 이번 실험을 통해 깨달았을거야. 앞으로 다시는 누군가를 무작정 따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늘 묻는 버릇을 갖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이 출간된지 50년이나 지난 후에야 전 세계를 매료시킨 이유가 뭘까. 책을 읽는 내내 묘하게 나를 붙들던 이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성공한 것도 없는 한 남자의 평범한 삶에 끌리는 이유.
처음 이 소설을 소개받았을 때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외국의 평범한 남자의 삶에까지 관심을 두기엔 주변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훌륭하다고 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번 읽어나 보자고 도서관에 대출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항상 예약이 밀려 있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거지??
처음 몇페이지만 읽어보아도 나는 알것만 같았다. 그리고 빠져들었다. 한남자의 인생을 관통하면서 나는 내 모습을 자주 보았다. 시대도 사회도 직업도 어느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는 남자의 생애에서 자꾸만 내 모습을 보다니... 책 뒤커버에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라고 써있는 글을 금방 이해하게 되었다.
스토너는 항상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항상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에 자기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고 나를 잊고 남들이 원하는 나로 살아가기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스토너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길로 슬퍼도 고독해도 뚜벅 뚜벅 가니까. 착한 그가 좀더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그는 자기가 한 선택과 자기에게 닥친 상황에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만 아쉬워 할 뿐 후회하거나 실망하지도 않는다. 독자를 자주 안타깝게 하지만 그의 삶은 격동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에도 자기만의 스텝으로, 자기자신의 결정으로 뚜벅 뚜벅 지나왔다. 거의 역사의 소용돌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고요하고 진중하게.
그런 점에서 스토너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영웅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요즘에 와서야 더욱 이 책이 조명을 받은 이유인것도 같다. 책을 읽으며 그를 알아가는 동안 한없이 그를 존경했고 또 그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해서 결국 눈물이 쏟아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07-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글 덕분에 저두 스토너가 궁금해지네요^~^

살리미 2015-07-12 11:30   좋아요 0 | URL
줄거리랄 것도 없이 그저 한사람의 일생인데 희안하게 몰입이 되는 소설이었어요. 소박하지만 품격이 느껴진달까...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7-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구입을 미루고 있는데~ 사고 싶게 만드네요~^^

살리미 2015-07-12 12:3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오래 미루다 결국^^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열린책들 / 199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유명했던 이 소설은 당시엔 내게 그렇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듯 하다. 분명 내가 좋아했을 법한 책인데 무슨 내용이었을까 궁금해져서 많은 신간들을 뒤로 하고 다시 펼쳐 보았다.
어린 소년의 시각으로 우리동네 이상한 아저씨 `좀머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실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성장기에 양념처럼 버무려져있다. 어른들은 별 관심도 없고, 그도 ˝제발 날 좀 가만히 놔두시오.˝라고 외칠 뿐 하루종일 쫓기는 사람처럼 걸어다니는게 전부인 사람. 그를 유일하게 사건의 중심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 주인공 소년이다.
제목은 좀머씨 이야기지만 사실 흥미로운 건 소년의 에피소드다. 어른들은 좀머씨는 밀폐공포증 때문에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하루종일 걸어다닌다면서 `밀폐공포증`이란 단어의 어원까지 굳이 밝혀가며 그를 이해하는 척 하지만 소년은 더 세심하게 그를 이해하고자 애쓴다. 단지 걸어다니는게 행복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걸어다닐때 얼핏 보앗던 그 괴로운 표정은 뭐지? 한마디 말로 단정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것이 아이의 시선인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세심한 준비를 하고 또 했는데 허무하게 계획이 틀어져 버리는 것이라든가 무서운 피아노선생님과의 에피소드에서 자살을 결심하는 내용들은 어린이다운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이다. 그럴때마다 소년과 별 관계가 없어보이는, 아니 마을 사람 모두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좀머씨가 곁을 지나가거나 하는 식으로 엮인다. `좀머씨는 가끔씩 사람들 눈에 띄기는 하였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자면 세월 다 보낸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성장해 나가고 이제 소년의 일상은 `언제나 반드시 해야만 하거나, 도리상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된다거나`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는 삶을 살게 된다.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고 무슨 일이든 항상 끝마쳐야 하는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아주 가끔씩만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던 어느 날, 호수로 성큼 성큼 걸어들어가는 좀머씨를 목격한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그를 보고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은 그 순간 ˝제발 나를 좀 가만히 놔두시오˝라고 외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순수하던 때의 소년이었다고 해도 그랬을까? 책에서 소년이 더이상 나무를 타지 않던 그 시기에 좀머씨의 죽음을 보게 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의 배경이 2차 대전이 막 끝난 후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좀머씨는 아마 전쟁의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일 것이고 그 트라우마로 하루종일 괴롭게 걸어다니는 것이다. 그런 그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가 성큼성큼 호수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말릴 수 없었던 소년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얇지만 여운이 긴 이야기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7-10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은 다시 읽을 때마다 결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