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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독일인구의 10프로도 안되던 히틀러의 나치당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할때 대부분의 독일국민들은 왜 그걸 막을 수가 없었을까? 당시 독일인들의 행동은 역사의 수수께끼다. 그 수수께기를 풀어보려고 미국에서 교실실험을 계획했던 사람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실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역사 수업시간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자료를 본 아이들은 끔찍한 참상에 놀라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역사고 그런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겠냐는 생각을 한다. 역사 교사 벤 로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해보는데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모토로 절도와 훈련, 공동체와 실천을 강조하는 새로운 행동방식은 곧 아이들에게 놀랄만한 파급을 일으키게 된다. 그것은 왕따도 사라지고 학습효율도 높아지고 아이들 스스로 자부심도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 회원이 아닌 아이들에 대해 폭력적이 된다던가, 자기 스스로의 사고를 포기하는 맹목적인 아이가 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우리에게도 조금씩은 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유에는 책임과 무질서가 따르게 마련이므로 누군가가 명령을 내리고 그것에 질서있게 따르는 경험이 때론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그 즐거움에 맹목적으로 따르다보면 집단에서 배제되는 행동을 하기가 두려워지고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도 나 혼자 돌출 행동을 하기가 두려워서 모른척 따르게 되는 일들...
벤 로스의 이 실험은 애초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끝에 겨우 수습된다. 이 실험과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것인데 독일에서는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같은 가해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직도 역사를 왜곡하고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되는 데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끔찍한 독재와 국가주의 시절을 지나왔는데도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는 태극기나 애국가를 그때처럼 공동체를 강조하기 의해 사용하고 싶어한다. 역사 수업시간에 아직도 우리들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파시즘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역사시간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고마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것을 영화 <디 벨레>로 먼저 접했다. 그것도 역시 독일영화인데 그 영화도 매우 훌륭하다. 그 영화보다 이 책은 청소년도서라 그런지 훨씬 내용이 간결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한번쯤 읽고 내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벤 로스 선생님이 실험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한 말.
˝그동안 우리는 아주 특별한 감동을 맛보았지. 여기 모인 친구들이 하나가 되어, 여기 오지 않는 친구들과는 뭔가 다르고, 조금이라도 더 훌륭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을 거야. 너희들이 말하는 `평등`을 이루기 위해 너희 각자의 자유를 포기했지. 하지만 그건 평등이 아니라 `파도` 회원이 아닌 친구들에 비해서 우리가 조금은 더 낫다는 우월감의 시작이었어. 그 다음은 집단의 목표를 위해 자기 소신을 포기하고,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은 멸시하고 상처 입햐도 괜찮다는 식으로 변해갔어. 영원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여유가 없었지. (......) 이번 실험을 통해 깨달았을거야. 앞으로 다시는 누군가를 무작정 따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늘 묻는 버릇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