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나타나서 ˝어이가 없네˝ 라고 외칠 법한 간장 두종지 사건이 있고나서 한겨레 그림판에 패러디가 등장한 것을 보았는데, 오늘 페이스북에서 이종필교수가 그 칼럼을 읽고 패러디한 글을 읽다가 도저히 옮겨오지 않을 수 없었다!!
북플에서 링크를 하면 서재에서는 링크가 되질 않기에 여기에 전문을 옮겨본다. 과학책만 잘쓰는 줄 알았더니 이런 솜씨까지!! (ㅋㅋ 이 환단고기나 읽고 떨어질 놈아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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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간장 두 종지 칼럼 보고 문득 생각나서.
논문보다가 심심하길래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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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리 학교 앞에는 좋은 서점이 없고 모든 남의 학교 앞에는 좋은 서점이 많다. 개운사를 사이에 둔 성신여대 학생들이 고려대 앞에 와서 책을 사고 고려대 학생들은 성신여대 쪽에 가서 책을 산다. 기이한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 서점에 갔다. 역사교과서와 수학 과학 사회책 등을 시켰다. 역사책이 먼저 나왔는데 종류가 하나뿐이다. 우리 일행은 사관이 네 가지인데 교과서는 한 종류. 종업원을 불러 ˝역사책 세 개 더 주세요˝ 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역사책은 무조건 하나입니다.˝
역사책은 무조건 하나. 대가리 개수 상관없이 하나. 역사교과서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환단고기나 읽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여기가 무슨 북한사회인가. 내가 아오지에 끌려가다가 ˝마지막 소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물리책 한 권과 역사교과서 몇 권 읽는 것이오˝라고 애걸하고, 검은 제복을 입은 간수가 ˝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마. 그러나 역사교과서는 무조건 하나˝라고 말하는, 뭐 그런 것인가. 내가 사기 본기를 시키고 ˝본기 시켰지만 열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것도 아니고 ˝삼국지 시켰으나 초한지를 서비스로 줄 수 있나요˝라고 물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역사교과서는 무조건 하나라니. 당장 쿠팡이나 위메프에 역사책 한 박스를 주문해 이 집에 배달시키고 다음에 와서는 ˝내가 킵해놓은 역사책 있지? 그것 좀 가져와. 우리 학파별로 돌려가며 읽을 테니까 책상도 네 개˝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
매표(買票)가 일상인 정치인들과 매표(賣票)가 생계인 유권자들은 항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번 만큼 세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그 서점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교과서 네 종류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 서점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새민련` `정의당` `노동당`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