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비밀독서단이라는 책 예능이 생겼다. 매주 화요일 저녁 여덟시에 방송한다는데 어떤 프로일지 궁금해서 한번 본다는게 매번 깜빡하고 못보다가 우연히 재방송을 보았다.
일단 책에 대한 방송이 거의 없는 (Kbs에서 하는 `TV 책을 보다`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현실에서 대표적인 예능 채널인 tvn에서 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게 신기했고, 워낙 예능을 잘 만드는 채널이니 어쩌면 책 프로그램도 대박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몇년 전 강호동을 섭외하며 야심차게 만들었던 `달빛 프린스`가 몇 회만에 사라져버리는 아쉬움을 느꼈었터라 더욱 그랬다.
내가 한동안 독서와 거리가 멀게 살다가 책과 친해진 계기는 독서 팟캐스트들을 들으면서였다. 빨간 책방이나 라디오책다방, 문학이야기 등의 팟캐스트를 심심할 때마다 듣다보니 거기 나오는 책들을 읽고 싶어졌고 그 책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다음 책 또 다음 책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다. 방송에서 쉽고 재밌게 책을 소개한다면 분명 그 책을 시작으로 독서의 재미에 빠지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비밀 독서단>은 매주 독자의 고민을 해결할 주제가 있고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명예단원들이 선정한 열권 정도의 해결책 중에서 비밀 독서단원이 선택한 책들을 각자 소개하고, 그 책중에서 오늘의 책을 선정하여 북크로싱을 한다는 컨셉이었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을 위로하고 길을 밝혀 주는 책들이 있었으니 비밀 독서단이 누구나 아는 동네.북!부터 아무도 모르는 뒷.북!까지 책 속의 넓고 얕은 꿀팁을 떠서 먹여주겠다며 본격 책.받침. 쇼!!를 자처한 홈페이지의 소개 글을 보는 순간 오호~ 감이 온다. 책에 관한 한 금사빠인 나는 이미 반했다.
독서단원이 정찬우, 데프콘, 예지원, 김범수, 신기주, 조승연 이라는 것만 봐도 이 프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볍게 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부터 인문학의 젊은 피까지. 책프로지만 재밌게 해보겠다는 성의가 느껴진다. 주제도 1회는 `갑질에 고달픈 사람들` 2회는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3회는 `부모님께 죄송한 사람들`이라니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맘에 쏙 든다.
그리고 북크로싱!! 책을 읽은 후, 책 속에 메시지를 적어 공공장소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책 돌려 읽기 운동`을 한다. 오! 멋지다. 길을 가다가 북크로싱 책을 만나면 너무 반가울 것 같다. 예전 <느낌표>처럼 이것도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내가 본 3회에서는 <고령화 가족> <윤미네 집> <마테오 팔코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가 소개되었는데, 고령화 가족 말고는 다 처음 본 책들이라 더 흥미로웠다. 다 장바구니에 넣고 싶다. (이걸 계기로 책이 좀 팔릴까? 지난번 소개된 박준의 시집은 불티가 났다는데...) 가벼운 수다처럼 책에 대해 서로 느낌들을 공유하고 다른 생각들도 듣는다. 그런 와중에 자기의 기억을 떠올리고 눈물 짓기도 하고 서로 등을 두드려주기도 한다. 너무 아름답다. 나도 같이 자꾸만 눈물이 났다. 한 회 방송을 보았을 뿐인데도 이런 프로그램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무엇보다 책 읽을 시간이 없거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애들하고도 재밌게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댓글이라도 남겨야 하나 고민중이다. 몇번 하다가 반응이 없어서 슬그머니 사라질까봐. 다행히 검색을 해보니 반응들이 꽤 좋은 듯하다.
이번 주 해결책으로는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이 선정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책마다 이 책의 `생명줄`을 소개한다. `한줄`도 아니고 `밑줄`도 아니고 `생명줄`이라니!! 이 프로의 작가들은 대체 무슨 매력덩어리들인가.
예지원 단원이 추천한 윤미네 집의 생명줄은 이것이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시간이 흐른 뒤 특별한 순간들로 다가와 그 시간들을 추억하게 했다.“ (161페이지)
아. 내가 오래 오래 이 프로그램을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