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굳이 아인슈타인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모두가 시간의 상대성을 알고 있다. 어디서 본 글인지, 10대 때는 아무리해도 시간이 가지 않아 괴롭고, 20대에는 하루 잠깐 지난 것 같은데 1년이 가 있고 30대 때는 돌아서면 10년이 가 있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것에 대한 그리움 탓일까, 사람들은 그 지겹던 10대를 가장 아련하게 그리워한다. 10대의 무엇이 사람을 그렇게 끌어당기는 걸까.
가끔, 도저히 그 책에 관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 한편씩 있는데, 그런 소설의 서평을 쓰기는 참 난감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하자니 모두 해야 할 것 같고 줄이자니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성장통, 날개가 부러지는 아픔.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어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면 어떤 곳에라도 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샐리에게 홀든은 「대학을 가고 난 다음에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할 거」(p. 178)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사회에 편입된다는 것은 결국, 하고 싶은 것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홀든이다.
성인의 사회를 상징하는 도시, 규칙이 있는 학교 펜시를 홀든은 그래서 끔찍해 한다. 그에게 무엇이 될 것이냐, 물으면 그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호밀밭에 지켜서서 그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순수와 자연에 대한갈망, 타락하고 싶지 않아 하는 그의 열망은 그의 꿈에 드러난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 했던 홀든은 피비의 연극을 보기 위해 돌아오고, 결국은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어른들은 그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공부를 잘할 수 있겠느냐고 묻고, 그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다. 사랑하던 동생이 죽은 것을 제외하면, 가정은 유복하고 화목하며, 이해심 있고 똑똑한 형 D.B와 귀염성 있고 사랑하는 동생 피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도 불행하고 괴롭다. 사춘기를 지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지옥 같은 일이다. 그 사춘기를 앓는 아이들의 영원한 연인이 될 홀든.
이 소설은 그 사춘기의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다.
아아, 역시나, 고전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