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 시티 - Kansas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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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캔자스 시티를 배경으로 만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그린다. 헤이헤이 클럽에서는 영화내내 재즈가 울려퍼진다. 흑인 갱단의 아지트기도 하지만 대공황 당시 캔자스 시티는 번영했다고 한다. 마약, 술등 검은 돈에 개방한 정책 도시라고 하는데 감독은, 캔자스 시티 출신으로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영화 속에 촘촘이 짜냈다고 한다. 헤이헤이 클럽 장면은 귀도 흥겹고 눈도 흥겹다. 밖에서 사람이 죽어 개 밥이되든, 안에서 보스가 뭘 하든 색스폰 연주자들은 색스폰을 부는데 열중하고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에만 춤을 추는 이는 음악에따라 몸을 열심히 움직인다. 클럽 안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넘실거리며 흥에 겨운 사람들의 움직임과 섞인다.    

걸쭉한 재즈 선율과 달리 줄거리는 섬뜩하다. 흑인 갱한테 잡혀간 남편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 고문의 부인을 블론디가 납치한다. 납치범 블론디가 인질 캐롤린을 데리고 다니면서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캔자스 시티의 이모저모가 퍼즐조각처럼 드러난다. 주유소, 극장 밖, 두 여인의 의상은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호퍼의 공간이 공허와 쓸쓸함으로 채워졌지만 영화 속 공간은 계급과 인종에 대한 차별, 선과 악의 혼재, 부정한 선거와 정치 부패로 채워진다. 알트만 감독이 주로 다루었던 주제들로 두 여인의 동선을 따라 배경으로 차오른다.  

흥미로운 건 납치범 블론디와 인질 캐롤린의 관계다. 블론디는 로맨티스트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기 기관의 일부라고 여긴다. 캐롤린은 백인 상류층이고 짐작건대 공허함 때문에 아편중독자가 되었을 터라 블론디의 사랑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몽롱한 눈빛을 보낸다.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다. 나중에 캐롤린은 오히려 대화 상대자들을 만나 즐거운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블론디는 납치범으로서 마음가짐도 점점 희미해지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캐롤린에게 털어놓는다. 잠시 두 사람은 진짜 친구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캐롤린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은 친구도 기회가 닿으면 죽일 수 있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같다. 캐롤린은 블론디를 죽이고 냉랭한 얼굴로 유유히 블론디의 집을 빠져나온다. 헤이헤이 클럽에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여전히 재즈 가락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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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계시 - VISION: The Life of Hildegard von Bi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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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한 수녀가 의지로 지켜낸 수도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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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여인 - Puccini and the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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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버금가는 영상 미학으로 풀어낸 푸치니의 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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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 아인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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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알래 드 보통이 네이버 지식인 서재에서 추천한 책이다. 존 러스킨 책이 여러 권인데 찾아보니 한글 번역본이 별로 없는 분이시다. 한글 번역본이 없다는 말은 한국에서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선뜻 원서로 읽다 말기보다는 러스킨의 책을 원서로 읽을 만한가, 하는 간 보기 독서가 되겠다. 

논문집이서 그런지 아님, 경제 이론사를 몰라서 그런지 얇은 책인데 읽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서 뭘 구체적으로 기록해놔야할 지 잘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의 멘토 같은 저자인데 다시 한 번 훑어봤지만 내가 행간을 많이 놓치는 건 알겠는데 뭘 놓치는지는 모르겠다.-_-; 가볍게 읽으려면 얼마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말하건대, 이 논문들은 내가 지금껏 써 왔던 어떤 글보다 훌륭하고, 진실하며, 필요한 말들만 사용했고, 또한 사회에 유익을 주는 글이라 믿는다." 

이런 말을 머리말에 떡 하니 써 놓은 걸 보면 실제로 독자들은 이 논문집을 안 좋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저렇게 대 놓고 논문에 당위성에 대해 토로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존 러스킨을 모르는 상태에서 간 보기 책으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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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전 1 - 혁명기
이정근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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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역사소설을 읽었다. <뿌리 깊은 나무> 덕분이다. 1,2회 보고 긴박한 상황과 조선 건국초기에 대한 자료를 좀 쉽게 접근하려고 고른 책이다. 이 책은 연재물이라서 같은 말이 자꾸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기억환기에 보조 장치로 아주 좋았는데 2권으로 가니까 너무 반복되서 조금 눈살이 찌푸려진다.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내는 작가들께 부탁드린다. 단행본으로 낼 때는 반복되는 부분을 좀 정제해주시길. 

이 소설은 역사 뿐 아니라 작가의 사관史觀까지 드러나는데 거슬리기도 하지만 작가의 한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열정, 과거 역사에 대한 회한까지 두루 경험하게 된다.ㅋ 

내가 흥미로운 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역사를 알 게 된 점이다! 일종의 야사지만 사실, 외국인 친구들이 왔을 때 궁을 함께 돌기는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다. 이제 해줄 말이 생겼다!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준비하려면 가이드서보다는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의 유일한 유적지인 이 궁들이 어찌 지어졌고 각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생하게(나중까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기억할 수 있다.  

먼저 경복궁은,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려고 할 때 짓게 된 궁인데 이성계 집권기가 짧고 왕자의 란도 있고 해서 이방원이 집권하고는 창덕궁을 짓는다. 피 비린내난다고 경복궁은 이성계가 돌아오길 거부하고 그래서 덕수궁을 지어 이성계가 덕수궁에 기거한다.  

천도하는 과정이 좀 지루하게 길게 묘사되는데 풍수지리에 대한 설왕설래 때문이다. 사방이 코크리트인 곳에서 살아온 현대 서울인들한테 풍수지리는 미신처럼 들린다.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단열재 정보가 더 유익하지. 옛날에는 단열재도 없고 냉난방을 자연에 의존해야하고 무엇보다도 오랑캐와 여진족 등등 무력 공격으로 부터 막아줄 수 있는 산세가 아주 중요했다. 중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서구 기독교 문화권이 돌로 견고한 성벽을 쌓고 요새를 만들기를 주로 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자연을 이용했다. 좋게 말하면 친환경을 실천했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능하게 보인다. 현대는 이런 무력 침략에서 해방된 환경인데도 산세와 지형을 따지는 건, 좀...비논리적으로 보인다.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흐르면 건강에야 더할 나위없이 좋기야하겠지만..   

지지난 주 페낭에 남아있는 한 중국 자본가, 체옹 팟 트제의 집에서 풍수의 원리를 들었다. 집 자체가 풍수의 음양이론에 따라 건축되었다는데 내가 느낀 점은, 들어오면 나가는 곳이 있어야하고 나가는 곳이 있으면 들어오는 곳이 있어야한다, 였다. 우리처럼 앞에 물이 뒤에는 산이 아니었다. 없으면 만드는 거다. 집안에 물이 흐르게하고 통풍이 되게 하고.. 이런 거 보면 우리 민족은 융통성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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