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전 1 - 혁명기
이정근 지음 / 가람기획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읽었다. <뿌리 깊은 나무> 덕분이다. 1,2회 보고 긴박한 상황과 조선 건국초기에 대한 자료를 좀 쉽게 접근하려고 고른 책이다. 이 책은 연재물이라서 같은 말이 자꾸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기억환기에 보조 장치로 아주 좋았는데 2권으로 가니까 너무 반복되서 조금 눈살이 찌푸려진다.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내는 작가들께 부탁드린다. 단행본으로 낼 때는 반복되는 부분을 좀 정제해주시길. 

이 소설은 역사 뿐 아니라 작가의 사관史觀까지 드러나는데 거슬리기도 하지만 작가의 한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열정, 과거 역사에 대한 회한까지 두루 경험하게 된다.ㅋ 

내가 흥미로운 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역사를 알 게 된 점이다! 일종의 야사지만 사실, 외국인 친구들이 왔을 때 궁을 함께 돌기는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다. 이제 해줄 말이 생겼다!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준비하려면 가이드서보다는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의 유일한 유적지인 이 궁들이 어찌 지어졌고 각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생하게(나중까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기억할 수 있다.  

먼저 경복궁은,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려고 할 때 짓게 된 궁인데 이성계 집권기가 짧고 왕자의 란도 있고 해서 이방원이 집권하고는 창덕궁을 짓는다. 피 비린내난다고 경복궁은 이성계가 돌아오길 거부하고 그래서 덕수궁을 지어 이성계가 덕수궁에 기거한다.  

천도하는 과정이 좀 지루하게 길게 묘사되는데 풍수지리에 대한 설왕설래 때문이다. 사방이 코크리트인 곳에서 살아온 현대 서울인들한테 풍수지리는 미신처럼 들린다.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단열재 정보가 더 유익하지. 옛날에는 단열재도 없고 냉난방을 자연에 의존해야하고 무엇보다도 오랑캐와 여진족 등등 무력 공격으로 부터 막아줄 수 있는 산세가 아주 중요했다. 중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서구 기독교 문화권이 돌로 견고한 성벽을 쌓고 요새를 만들기를 주로 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자연을 이용했다. 좋게 말하면 친환경을 실천했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능하게 보인다. 현대는 이런 무력 침략에서 해방된 환경인데도 산세와 지형을 따지는 건, 좀...비논리적으로 보인다.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흐르면 건강에야 더할 나위없이 좋기야하겠지만..   

지지난 주 페낭에 남아있는 한 중국 자본가, 체옹 팟 트제의 집에서 풍수의 원리를 들었다. 집 자체가 풍수의 음양이론에 따라 건축되었다는데 내가 느낀 점은, 들어오면 나가는 곳이 있어야하고 나가는 곳이 있으면 들어오는 곳이 있어야한다, 였다. 우리처럼 앞에 물이 뒤에는 산이 아니었다. 없으면 만드는 거다. 집안에 물이 흐르게하고 통풍이 되게 하고.. 이런 거 보면 우리 민족은 융통성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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