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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팝니다 -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알라딘에서 절반 값 행사를 하길래 반신반의하고 샀다. 제목을 보고는 소비심리분석 쯤 되는 책인 줄 알았다. 별 흥미없지만 그래도 반 값이니까..하고 주문했다. 도입부를 읽다보면 이 뭥미? 하게 된다. 자본주의체제를 옹호하고 반문화counter-culture에 대한 반기를 들면서 반문화를 정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중반쯤 들어가면 반문화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가 선명해진다. (난 counter-culture에 대한 우리말이 반문화보다는 대항문화로 익숙해서 반문화가 와닿기까지가 꽤 걸렸다.) 이 책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반문화의 이면에는 개성이란 미명하에 차별화 욕구가 숨어있다고 한다. 이 말에 반박하기 어렵다. "지극히 방어적인 보헤미안 정신"을 정당화하는 게 반문화의 실체라고 집약할 수 있겠다. 저자들은 왜 동질화가 나쁜가? 환경생태적 생활방식이 타인의 노동을 더 필요로하지 않는가? 그 이유를 소비사회를 비판하는 게 지식인다워보이고 대중과 차별화된다고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들과 같은 물건을 사는 게 순응주의자처럼 보인다고 비판 받아와서 개성있고 독창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광고는 소비자의 이런 내재된 욕망을 읽고 부추길 뿐이지 광고 자체가 힘이 있는 건 아니다. 반항적 문화 이면에는 또 다른 착취 사슬과 연결되어 있다. 웰빙이나 친환경적 생활방식을 택하면서 불러일으키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을 역설하다. 저항 문화가 아니러니하게도 시장경제를 오작동하게 하는 뿌리가 될 수 있다. 시장경제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시장경제가 오작동된 결과 쏠림이 생기고 착취를 낳는 탓이라고 하면서.
물론 그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문화를 넘어서기 위해 제시하는 예들이 극우처럼 여겨질 때도 있고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모든 게 그렇게 단순히 도식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내 소비 행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주장은 의미있다. 이런 주장을 읽으면서 내가 마음 한쪽에 늘 죄책감을 갖고 있는 근원을 들여다보았다. 3초백인 루이 비통 가방을 사는 대신에 그보다 두 배는 비싸지만 로고는 안 새겨져있는 다른 브랜드를 산다. 여행지에 가서도 관광객이 적은 현지인 식당을 기웃거리며 같은 관광소비를 하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자부심마저도 갖는다. 커피 맛과 세계 맥주 맛을 구별하는 걸 취미로 삼는다. 무의식속에 '동질화'에 대한 학습된 부정적 이미지가 가득 쌓여있다. 고로 나는 차별화 욕구를 꺼내 은연중에 실현 중이다.
내 개인주의가 타인의 개인주의에 정말 해를 끼치지 않는지.. 그러나 이점이 내 우울의 샘이다. 내 생계 자체가 타인의 물질욕망을 자극해서 지식을 팔아먹는 행위다. 내가 진정으로 깨닫고 용기있는 인간이라면 난 내 안락한 일을 그만두고 편의점 시급 알바라도 해야한다. 편의점 시급 알바로는 내 삶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독서가 무익하다고 여기면서도 차별화를 위해서 의식은 적어도 깨어있게(?)하려고 문화와 지적 소비에 많은 시간과 번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자책하는 반성문을 올리고 면죄부를 발행한다. 최소한 경쟁사회에서 흔히들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자위하면서. 체제 내에서 허점을 보완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들의 관점을 나는 또 역이용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느냐,를 결정하는 건 참 어려운 과제다. 책을 읽는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도 한 가지, 내가 선택한 게 타인의 노동을 더 필요한 거라면 포기하려고 노력하련다. 모두가 소비행위를 하기 전에 이 사소한 질문만 떠올린다면 체제의 허점, 시장의 오점을 조금은, 조금은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덧. 원제가 rebel sell 이다. revolution이 아니다. 미묘한 차이지만 혁명보다는 반반항counter-rebel에 관한 글이다. 혁명은 반항을 통해 이루어지질 수 있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