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라베스크 -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영혼의 여행
퍼트리샤 햄플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티스의 그림 한 장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여행기다. 마티스나 들라크루아가 찾았던 오달리스크의 의미를 추적한다. 여행자만이 느끼는 흘끗봄glance(아마도)에 대한 긍정성을 이야기 한다. 흘끗보기를 통해 오달리스크가 일어난다. 화가들의 그림에 종종 등장하는 달리스크는 일상이 아닌 것에 대한 동경으로 해석한다. 미네소타 출신의 한 백인 여성이 지중해지방을 여행하면서 갖는 오달리스크를 궤적을 따랐다. 그림을 씨실로 삼아 여행 스케치를 짜낸다.  

벌써 10년 전이다. 로마에 갔을 때다. 9월 초였다. 햇볕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웠고 인구밀도는 현재 서울같았다. 버스에서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사람들 속에서 큰 소리로 세워달라고 외쳐야 했고 사람들을 비집고 나와야했다. 사소한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여행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 있는 거 같아 로마는 정나미가 떨어지는 곳이 돼버렸다. 그러다 엽서 한 장에 마음을 빼았겼다. 엽서 속 풍경에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었다. 해질녁 볕이 고즈넉한 돌길을 비추고 있었다.  

엽서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엽서 뒷면에 Old Appica Way라고 각국 언어로 쓰여있었다. 가지고 있던 여행 책자를 뒤적여보았다. 안 나와있었다. 로마 교외선에서 이 역을 발견한 것 같다. 일단 교외선 열차에 올랐다. 국철처럼 낡았지만 로마 시내를 빠져나갔다. 짜증이 사라지고 설레임과 두려움이 찾아왔다. 물어물어 엽서 속 장소에 도착했다. 폼페이보다 보존이 잘 된 유적지였다. 난 유적지를 찾아온 게 아니라 고즈넉한 길을 찾아 헤맨 거였기에 엽서 속 사진이 주었던 오달리스크는 없었다. Old Appica Way를 걷고 있었는 데 말이다. 엽서 속 사진에서 흘끗보기가 실재로 들어오는 순간 오덜리스크는 환영이 되어 저 멀리 달아났다.  

도처에 오달리스크를 남겨두려면,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이, 집이 최적의 장소이다. 일상적 공간에서 모든 것은 새롭고 신선한 오달리스크니까. 그런데 진리를 잊고 자꾸 일상을 벗어날 꿈만 꾼다. 꿈꾸는 시간만은 모든 게 신선한 오달리스크가 되고 위안이 된다. 비록 나중에 경험이란 게 오달리스크를 산산이 부숴도 힐끗보기를 계속한다.  

덧. 얇은 책인데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번역 때문이다. 번역이 힘든 것에 비해 가치없는 일인지 알기에 왠만하면 안 투덜거리려고 노력하는 데 이 책 번역은 불쉿이다. 역자는 이 책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단순히 사전적 단어 집합체로 문장을 만들었다. 나중에 좀 더 나은 번역이 나오면 좋겠다. 별 세 개는 순전히 번역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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