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며칠 전 케이블에서 때 맞춰 봉준호 감독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틀어줬다. 몇 번 볼 기회가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비슷한 부분만 반복해서 보게 된다. 사소한 에피소드로 긴장감을 만는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유머까지.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 코엔 형제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도 이런 감독이 있다구..하고 으스대고 싶은 영화다. <괴물>같은 블록 버스터 말고 봉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같은 작품을 만들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뭐 내 바람을 알 턱 없겠지만-.-) 

 
<마더>는 전작들에 비해 유머가 많이 사라졌다. 게다가 세계관은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계속 보는 건 그의 유머 때문인 것도 같은 데...유머가 없으니 재미는 사실 없다. 영화 속 공간이 주는 비일상적 풍경과 비가 오는 골목길 같은 미장센은 익숙하다. 일상적 풍경을 공포 분위기로 낯설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괴물>이 집단 폭력을 희화화 했다면 <마더>는 집단 폭력이 생기는 과정 쯤 되겠다. <괴물>은 정의를 구현하는 법 집행 집단이 허점과 모순 투성이라는 걸 봤다. 진실을 말하자 격리되고 처음부터 진실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 <마더>의 전반부는 다시 한번 이런 집단 폭력을 환기시키다. 중반이 되면서 반전된다. 집단 폭력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확신이 자리를 바꾼다. 

 이제 엄마는 집단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투사처럼 보인다. 투사가 된 엄마는 자신의 경험과 직감만을 신뢰한다. 경험과 직감의 지지를 받는 믿음은 폭력의 변주다. 다른 사람이 보고 들은 게 순수하다고 믿는 자신의 신념을 훼손한다면 제거할 수도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은 오로지 자신으로 회귀한다. 타인의 진정성은 의심스럽다. 불신은 폭력을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폭력은 모든 걸 제자리로 잡아주는 것 같지만 결국 무능력한 금치산자로 이를 뿐이다. 진실을 보고도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갈대밭에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춤을 추는 엄마로 영화는 시작을 한다. 엄마는 지독히 현실적인 폭력의 순환과정을 겪고 사람들 틈에 끼에 다시 춤을 추면서 영화가 끝난다. 엄마는 처음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같다. 집단 폭력은 개인 폭력의 집합이다. 엄마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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