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컬 마인드 - 21세기 정치는 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을까?
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이 기대하고 낙관적이었던 대통령 선거는 허무한 결과로 끝났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당선 확실이란 글자를 보고도 다음날 아침에는 뭔가 다른 일이 있을 거란 기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희망은 대체로 절망과 짝궁이어서 아침부터는 절망이 이어지고 말도 하기 싫었다. 이러저러한 분석 기사를 읽고 50대의 투표율과 투표성향에 경악과 동시에 이해 모드로 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어쩌겠나. 근데 알고나 좀 당하자, 하는 기분.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과학자로 뇌의 프레임화를 정치에 적용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노동자들은 왜 그들의 이익과 반하는 투표를 하나를 분석한다. 그의 요점은 이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의 작동원리와 다르게 이성은 감정에서 나오며 적절한 감정은 합리적이다. 전반적 이성은 무의식적이고 이 무의식적 이성은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사고는 경험적이고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 패턴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즉 우리의 사고는, 믿고 있듯이 성찰적이 아니라 반사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자고 일어나면 올라서 모두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달랑 집이 한 채인 사람한테 집이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대출금 이자를 바쳐야하는 애물단지인데도 마이너스라고 보지 않고 허구적 수치 상승에, 사람들은 부자가 된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보면 미친 집값이라고 욕하면서도 모두가 장밋빛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집 한 채만 있으면 든든한. 사람은 이렇게 비이성적 존재다.

 

50대가 박근혜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그러니까 비이성에 기초한 반사적 사고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주장하는 개념이 같다. 자유, 평등, 공평성, 기회. 유권자 역시 이런 개념어를 올바른 지향점으로 받아들인다. 언어에는 자의적 해석이란 게 있다. 모두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보수와 진보, 그리고 유권자들은 각각 다르게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은 불합리한 결정체여서 실제 행동에서는 양가적 태도를 갖는다. 노인복지, 아동복지가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복지 기반이 자신이 내야하는 세금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평등, 공평성이란 말은 갑자기 다른 해석으로 다가온다. 현재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혹은 현재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기울인 개인적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 채 갈취당하는 느낌이 들어 평등과 공평은 길을 잃고 불평등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과거에 들인 노력과 시간들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를 위해 나누어야하나, 이런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정치적인 승리는 언제나 개인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환상에서 사람들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택했다. 대통령이 개인을 부자로 만들 수 없었다는 걸 알았지만 사람들의 이성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박근혜한테 표를 던진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문재인은 개인의 재산을 빼앗을 거 같기 때문이다. TV토론회에서 문재인은 증세하겠습니란 말을 또박또박 말했다. 50대는 실제로 등록금을 내야할 사람들이며 대출받아 장만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고령화 시대에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국가한테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 중산층한테 증세는 곧 개인 재산 약탈이라고 프레임화 되어있다. 객관적으로 노인, 아동복지와 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이 이루어져야하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지켜내고 싶진 않은 가치다. 50대는 왜 모두 보수로 돌아섰는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정희의 태도도 심심찮게 패인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정희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정희를 보면서 많은 노동자와 중산층이라고 믿는 서민이 안도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은, 바람직한 가치와 실행 가능한 공약 이전에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에 안심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번 대선 전에는 레이코프의 프레임화에 반신반의했다. 이전의 선거들이 정책보다는 프레임화에 집중한 선거인 면이 있기 때문에 정책선거전략이라면 좀 다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번 선거는 내가 봐 온 선거 중 가장 정책에 집중하는 선거였는데 결과는 패배다. 레이코프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은, 개인의 이익과 공익을 바라보는 사람의 비율이 거의 반반지점에 도달했다는 점. 내 세대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표를 던지는 첫세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위험한 희망을 품으며 다음 선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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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누리지지자들을 위한 변설들
    from 木筆 2014-05-21 11:48 
    weekly님 올린 글은 미리 보았습니다. 성향의 차이를 지적하더군요.(합리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일처리에 상대적으로 편안해 하는 성향과 그것을 답답하게 여기는 성향의 차이) 정진석후보와 안희정후보가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비해 박근혜대통령과 친분을 통해서라도 복철사업을 관철 해내겠다는 비교에 대한 분석이 인상깊었습니다. 님이 말하신 위계를 중시한다는 말을 권위, 조지 레이코프가 말한 엄격함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말씀하시니 폴리티컬 마인드가 생각
 
 
2014-05-21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넙치 2014-05-21 12:3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여울 2014-05-26 14: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