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의 출현] 서평을 올려주세요
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박문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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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문과생으로서 자연과학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두려움이 있다. 인문학도가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다. 바로 과학적 사고다. 인문학이 평면도형 분야라면 자연과학은 입체도형 분야다. 평면에서 볼 수 없는 감춰진 면까지 탐지할 수 있는 다각적 시각을 필요로 하는 그런 입체도형 파트. 인문학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입체적 사고의 결핍에서 나오는 내 주관적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생각해왔고 빵만으로는 살 수 없고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인문학이다. 반면에 같은 질문에 대해, 자연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 600리터의 산소와 2.5리터의 물, 3000kcal의 식량, 그리고 300mmHg 이상의 기압과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장치"(140)로 산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명징하면서도 낯선 서술인가. 지금까지 이런 정보는 필요없다고 여겨왔고,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책들은 피해왔다. 수치나 뇌의 미세한 부분에 대한 이름을 열거하는 대목은 그 어떤 표현보다도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낯선 서술을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강의체로 쓰여진 문체도 한 몫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다른 곳에 있다. 단순한 뇌에 관한 설명이라면 읽다가 말았을것이다. 일반인이 편도체, 시상하부, 창백핵 따위의 뇌의 물리적 용어를 대체 어디서 사용하겠는가. 이런 물리적이고 생리적인 구조를 인식하고 관심을 끌어가는 건,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뇌에서 어떻게 생각이 나오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고의 깊이와 입체성을 물리적, 생리적 현상을 축으로 해서 그 함수관계를 밝힌다. "의식은 진화된 내면화된 움직임", 뇌의 운동과 관련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 없이 희뿌연 세계에서 사물의 대략적인 형체만을 구별하면서 지내다 라식 수술을 받고 모든 사물의 색과 형태를 정확하게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이 책은 가져다준다.

며칠 전 신문에서 자연과학, 특히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한 생물학 교수의 칼럼을 읽었다. 철학이나 인문학은 환갑이 넘어서도 학습이 가능하지만 미분, 적분을 나이들어 배운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즉 수라는 개념은 뇌가 굳어지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데 이 책을 읽으면, 동의하게 된다. 더 나이들기 전에 이 책을 쓴 저자처럼 풀어 쓴 과학서적을 접하는 데 부지런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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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학과 젊은 뇌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12-16 09:14 
    * 넙치님의 [뇌, 생각의 출현]의 서평 ‘뇌와 사고의 함수 관계’에서 발췌  며칠 전 신문에서 자연과학, 특히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한 생물학 교수의 칼럼을 읽었다. 철학이나 인문학은 환갑이 넘어서도 학습이 가능하지만 미분, 적분을 나이들어 배운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즉 수라는 개념은 뇌가 굳어지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라는 데 이 책을 읽으면, 동의하게 된다. 더 나이들기 전에 이 책을 쓴 저자처럼 풀어
 
 
마립간 2008-12-1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내용을 저의 서재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