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유성우라는 것을 관측하기에 좋은 날이라는 뉴스를 신문에서 봤다. 별똥별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할 때마다 오빠에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오빠는 늘 관심없어 했는데 오늘은 웬일로 귀담아 두었는지 별 보러 나가자고 한다. 소원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면서... 이제 빌고 싶은 소원도 많아지고 마눌이 해달라는 것도 잘 들어주고 싶은 건지... ㅎㅎ

도심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 위해 차를 타고 일단은 광명역사 근처로 갔는데 어두컴컴한 곳은 죄다 사유지였고 방향도 맞지 않아 삼막사로 향했다. 지난 겨울밤 어떤 곳인지 한 번 가봤을 때 그 길에는 가로등조차 없어 무서울 지경이었는데 이제 도로가 완전히 개발되어 있었고 도로 양편에는 더위를 피하러 나와 돗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여들었는지 '치킨 배달'이라는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가장 꼭대기 주차장엔 그나마 가로등도 없고 하늘도 가리지 않아 여기다, 싶었더니 웬걸,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주차장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나도 나중에는 그와 다름없는 처지로 있긴 했지만 불을 켜면 달아나는 바퀴벌레 같았다. 헤드라이트가 고장이라도 났다면 어쨌을지...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는 함께 별똥별 하나를 발견했다. 별도 잘 보이지 않고, 차들은 계속 들어오고, 공중화장실 냄새도 심하고, 목도 아프고 해서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은 상태였고, 그 바람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소원도 빌지 못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시간은 매우 짧다. 그래서 오빠는 소원을 네 글자로 짧게 빌자고 한다. 내가 "만사형통"이라고 했더니 "꼭, 너같은 소원이다"라고 실쭉거리며 자기는 "백년해로"란다. 귀여운 오빠 같으니...ㅋㅋ

하지만 우리는 그 소원을 빌 별똥별을 찾지 못한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내려왔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부르며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시원한 여름밤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환경 탓이었다. 일단 하나 봤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도시에서 맨눈으로 별똥별 보기가 어디 쉬운가. 밤이어야 하고, 달이 없어야 하고, 게다가 도시에서 불빛 없는 곳 찾기란 정말이지 힘들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빌어야 꼭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그 소원은 언젠가는, 아니 언제라도 꿈이 아닌 현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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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8-1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까지 별똥별 떨어지는 것 못봤는데... 그리 보기 쉬운 것은 아니군요..

superfrog 2004-08-1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빌어야 꼭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그 소원은 언젠가는, 아니 언제라도 꿈이 아닌 현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일테니까.
님의 요 마지막 글들이 별똥별 만큼이나 아름다워요..^^ 님 말씀대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셨군요.. ㅎㅎ

아라비스 2004-08-1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네. 제 경우도 무지 행운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옥상에서 열 개나 봤다는 사람도 있어요...
금붕어님/솔직히 전 마지막 문장이 너무 나이브하다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