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끔은요, 가끔은 ...
누군가 기다려 주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당신 생일은 어제이고,
그래서 촛불을 밝히고
내 생일인 것처럼 축하해 주는 사람들
후~~
보고싶어 우는데, 그렇게 기쁘냐고
생크림을 뒤집어 쓰고
엉 ... 엉 ...

사랑만 해도 좋을 당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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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5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superfrog > 그녀와그녀의고양이

 

 
계절은 초봄으로, 그 날은 비가 왔다.

Sec.1 [Introduction]

그래서 그녀의 머리카락도 내 몸도
무겁고 눅눅해졌고
주위는 너무 좋은 비 냄새가 가득했다
지축은 소리도 없이 천천히 회전하고
그녀와 나의 체온은 세상 속에서
조용히 계속 열을 빼앗기고 있었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용건을 남겨 주세요 」
그날, 그녀가 날 주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고양이다.

Sec.2 [그녀의 일상]

그녀는 어머니처럼 상냥하고
연인처럼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금새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그녀는 혼자서 살며
매일 아침 일하러 간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며
관심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을 무척 좋아한다
깔끔하게 묶은 긴 머리
가벼운 화장과 향수 냄새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서
갔다 올께 라고 말하고서
등을 쭉 펴고
기분 좋은 구두 소리를 내며
무거운 철문을 연다
비에 젖은 아침의 풀밭같은 냄새가
잠시동안 남아 있다.

Sec.2 [그의 일상]

여름이 되고
내게도 여자친구가 생겼다
새끼 고양이 미미다
미미는 작고 귀엽고
응석을 부리는 솜씨가 좋지만
역시 그래도 나는
나의 그녀처럼
어른스러운 여자쪽이 좋다
있잖아,쵸비
왜 미미
결혼하자
미미, 전에도 얘기 했지만
내게는 어른인 연인이 있어
거짓말
거짓말이 아냐
만나게 해줘
안돼
어째서?
있잖아 미미, 몇번이나 말했듯이
이런 얘기는 네가 좀 더 큰 다음에
어쩌구 저쩌구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된다
다음에 또 놀러와
정말로 와야 해
정말 꼭 와야만 해
꼭꼭 와야만 해
이렇게 나의 첫 여름은 지나고
점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게 됐다.

Sec.4 [그녀의 외로움]

그러던 어느 날
길고 긴 전화 통화 후
그녀가 울었다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곁에서 오랜 시간 울었다
나쁜 건 그녀 쪽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만이 언제나 보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누구보다 상냥하고
누구보다도 예쁘고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Sec.5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끝없는 어둠 속을
우리들을 태운 이 세상은
계속해서 돌고 있다
계절은 바뀌어 지금은 겨울이다
내게는 처음인 눈 오는 풍경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겨울에는 아침이 늦어지기 때문에
그녀가 집을 나가는 시간이 되어도
아직 바깥은 어둡다
두꺼운 코트에 감싸진 그녀는
마치 커다란 고양이 같다
눈냄새에 빠진 듯한 몸의 그녀와
그녀의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과
먼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와
그녀의 마음과
나의 기분과
우리들의 방
눈은 모든 소리를 삼켜 버린다
하지만 그녀가 타고
있는 전차의 소리만은
쫑긋하게 서 있는 내 귀에 닿는다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상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 animation makoto shin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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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흔 2004-03-2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서재에서 끌어와서 화면이 바로 뜨도록 수정했습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네요. 저런 생각을 하고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superfrog 2004-03-2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흔님 꺼 다시 퍼갈까요?^^

갈대 2004-03-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습니다. 저 고양이 성별만 바꿔서 가지고 싶어지네요^^

김여흔 2004-03-25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고양이랑 같이 사세요?
저도 고양이랑 살고픈데 ...
아주 어릴 적에 몇번 같이 살았는데 그땐 사랑을 몰라서 ...
다시 같이 살아 보면 어떨까요?
저런 철학적인인 놈이면 좋으련만 .. 간지런

갈대 2004-03-2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좋아라 할 뿐이고 여건상 같이 살지는 못하고 있답니다.
독립하면 꼭 동거하고 싶은 녀석이죠^^

2004-03-25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일 두통이란 놈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봄 하늘은 왜 저리도 맑고, 바람은 또 왜 그리도 이쁘게 산들거리던지.
그 하늘 아래에서 그 바람을 쐬여보면 나아지려나 했죠.
잠시 맑은 머리가 되는가 싶더니 아직까지도 괴롭히며 미열까지 만들고 맙니다.

친구는 내일 속리산에 같이 다녀오자 하더군요.
몇 년전 겨울, 그 곳에 함께 올랐더랬는데
이 녀석, 고민거리가 생기면 불쑥 전화를 걸어서는 이렇게 떼를 쓰곤 해요.
연일 날도 좋고 하니 다녀올까도 했지만 두통 때문에 마음을 접고 말았죠.  

산보다는 자꾸만 제주의 푸른 바다가 보고 싶네요.
제주에는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드문데 ...
그만한 여유가 생기지 못하면 무지개라도 보고 싶은데,
요즘 빗줄기는 무지개도 만들어 주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보고 싶은 것들을 바라볼땐 당신과 함께라면 좋으련만,
늘 곁에 있는 듯해도 아쉽기만한 당신.

오늘도 소리없이 다녀간 당신 발걸음의 흔적,
그 흔적을 처연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사랑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가 하고 미안해졌답니다.

그러나 내 그리움은 여전해요.
왠지 다른 그대,
말론 다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노래 하나와 무지개 하나 선물합니다.


 
 
Photo  Mandoo_over the rainbow
Music  박주연_그댄 왠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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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3-2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둘러 꾸역꾸역 밀어넣은 아침밥이 소화되기도 전에 후다닥 버스 타고, 청약 때문인지 은행앞에 길게 줄서있는 사람들 쳐다보며 출근한 아침 - 님의 편지 몰래 훔쳐보며 이렇게 차분한 음악에 무지개를 묘하게 쳐다봅니다.
무지개를 마지막으로 본지가 언제더라? 아니, 하늘을 여유있게 쳐다본지가 언제더라? .....
(정말, 여흔님은 왠지 다르군요...이렇게 여유를 선물 하시다니...)

2004-03-2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2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 다 전하지 못 하는 안타까움...그 마음 노래와 무지개가 예쁘게 전해줄 겁니다....
 


 

 

 

 

 

 

 

 

 

 

 

 

 

 

 

 

 

<북 치는 곰과 이주홍 동화나라>

이 책 속엔 "북 치는 곰", "은행잎 하나", "우체통"....이 세 편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북 치는 곰>

밤에 인간 세상에 내려와 몰래 신발을 훔쳐 달아나는 짖궂은 야광귀 가족 중의 막내 똘똘이!

식구들의 걱정엔 아랑곳 않고 신발을 훔쳐 무사히 돌아오겠노라 큰 소리 뻥뻥치며 한 인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똘똘이가 그만 북치는 곰 장난감에 넋이 빠져 신발을 훔쳐 가기는커녕, 오히려 새벽이 되어 급히  집에 돌아 오느라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놓고 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잎 하나>

가을이 되어 엄마(은행 나무 둥치) 곁을 떠나야만 하는 은행잎.....엄마는 "걱정할 거 없다.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되건 너희들의 마음은 다 엄마의 마음 속으로 와 있는 거니까. 한 겨울 동안 긴 꿈 속에서 즐겁게 쉰다고 생각만 하면 그만이야."라고 어린 은행잎을 달래 줍니다. 엄마와의 이별이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아무래도 떨어져야 한다면 이왕이면 저 아이한테로 떨어져 내려갈래. 내가 저 아이를 좋아하는 만큼 저 아이도 반드시 나를 좋아할 거야."하면서 은행잎은 아이의 스케치북에 살푼 내려 앉게 됩니다.

"내 눈엔 너만 보여"라는 복순이 언니 님의 코멘트와 김여흔 님이 남겨 주신 예쁜 이야기 설명의 감동이 책을 읽는 내내 이어졌습니다 .

 

 


 

 

 

 

 

 

 

 

 

<우체통>

숙희라는 여자 아이는 생각합니다. "옳지, 그 통(우체통)에서부터 땅 속으로  쭉 구멍이 뚫려 있구나. 그래서 편지를 넣으면 그 편지가 땅 밑 구멍을 굴러가서 저 쪽에 닿는구나. 그러면 내가 아빠한테 보내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그 편지가 쭉 땅 속을 굴러가서 아버지가 있는 (일본)공장까지 가겠지...." 

그래서 숙희는 엄마가 저 먹으라고 챙겨주신 개떡을 아버지께 보내드리고자 유지로 곱게 싸서 개떡을 우체통에 넣습니다. 비록 숙희가 아버지께 보내고자 했던 개떡은 우체부 아저씨를 통해 집으로 되돌아 오게 되지만.....

<우체통>...이 이야기 속엔 일제 시대 우리 민족의 고통과 애환(일본으로 징용간 숙희의 아버지와 남겨진 그 가족들의 궁핍)이 우체통을 통해 아버지에게 개떡으로 상징되는 그리움과 사랑을 실어 보내고자 했던 숙희의 예쁜 마음으로, 슬프지만  가슴 따뜻하게 그려져 있는 예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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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3-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 서재에서 바로 나의 보관함으로 쏘~옥 집어 넣은 이 책은 곁에 두고 봐야할것 같아요. 두고두고 보면 괜히 착해질것 같은....느낌이 드네요...(쉽게 착해질수있을까??)

프레이야 2004-03-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빛을 머금었다 하늘도 보내는 샛노란 은행잎 아래 착하디착한 얼굴들...
멀리 간 아버지께 빨간 우체통에 실어 보내는 예쁜 마음.
씁쓸하지만, 요즘 이런 아이들 있을까요?
김동성님의 그림이 순수한 동심을 멋지게 되살려놓았어요. 아, 포근하다.

비로그인 2004-03-2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서 동화책은 결코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란 걸 새삼 깨닫고 있죠.
동화책엔 분명 그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여흔 2004-03-2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맘이랍니다, 님.
 

만나지 말아요.

그러지 마는게 좋을 듯해요.
죽을 듯 사랑하고,
미칠 듯 보고 싶지만,

조금 더 참아 보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당신의 손가락, 머리카락
그 내음 맡아보고 싶은데
조금 더, 조금 더,
참아 볼게요.

참아보도록할게요.

참아볼게요.



눈물만,
눈물만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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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연서 받는 분은 정말로 행복하실 겁니다.....정말로....

김여흔 2004-03-2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서는 종이편지에 자필로 전해야 좋겠지만 보고 있는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 그게 또 제 행복이겠죠.

2004-03-24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