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vard Munch/The Scream/1893/캔버스에 유채/91*73.5cm/오슬로 국립미술관

 


 

어느 날 해질녘에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밑으로는 강줄기가 돌아나가고 있었다.
마침 해가 떨어지려던 때여서, 구름이 핏빛처럼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하나의 절규가 자연을 꿰뚫으며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절규를 정말 들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 사람의 친구와 길을 걷고 있었고,
약간 우울한 기분이었다.
돌연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나는 멈추어 서서 난간에 매달렸다.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피처럼 칼날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이 보였다.
바다와 곧은 푸른색을 띤 검은색이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가 버렸다.
나는 거기에 멈추어 서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자연을 관통하는 커다란 절규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을 들었다.

-Edvard Munch


 
 


Music  지예/엄마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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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2 2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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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4-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때 부터 저그림을 볼 때마다 항상 저 자세를 쫓아했었던 ...어떤 느낌이었을까..뭔가 들은걸까...

김여흔 2004-04-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저도 은연중에 저렇게 많이 하는 듯 하네요.

프레이야 2004-04-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이 살아나네요.
 

오랜만에 비가 오네요.

며칠 전부터 비나 좀 오지,하면서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아침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저녁 어스름녘에 내릴 거라며
오늘은 꼭 우산을 가지고 나가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구요.

바람도 분다는데,
비 오고 바람도 분다는데
당신,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정말 오려나, 창밖을 보면서 멍해져 있는데
몇 번인가 센 바람이 오가더니 빗방울이 ...
정말이네요.

새벽에 영화 <마들렌>을 보고 잤어요.
거기에서 두 주인공이 비 오는 날, 노란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오버 더 레인보우>에선 기상학과 학생인 주인공이
기억상실로 잊어버린 연인을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씌워 주며 찾게 되고,
<4인용 식탁>에선 어느 교회에서 긴 가뭄에 비를 내려달라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는
밖으로 나서는 순간 기도가 닿았는지 고마운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준비한 사람은 어느 꼬마 한 명뿐이었다는 씁쓸한 내용이 있죠.

창문에 송글송글 앉아 있는 빗방울을 보면서 왜 그런 장면들이 떠오르는 건지 ...

아직도 창 밖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네요.

당신, 그리 아픈 몸 이끌고 찬 바람 맞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요.
 
부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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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2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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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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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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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여기도 저녁부터 촉촉해요. 이 비 그치면 벚꽃이 좀더 만개하겠죠. 송알송알 매달린 고 조그만 얼굴이 어쩜 그리 화사한지요. 4월의 첫날 우산에 내려앉는 빗방울이 꽃송이처럼 환한 기억들을 불러오면 좋겠어요. 오버더레인보우의 우산, 기억나네요. 두 사람의 사랑이 참 예뻤죠.

김여흔 2004-04-0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죠. 빗방울 머금고 더 화사해지겠죠. ^^
오버더레인보우, 기억하시네요. 몇 번을 봐도 여운이 남죠.

비로그인 2004-04-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봄비는 여름의 장맛비와는 틀려요.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턱을 괴고...청승을 떨며 비 내리는 풍경을 온 종일 바라보기만 해도 실증이 안 나죠...^^

김여흔 2004-04-0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 영화의 한 장면 같구료. 상상만 해도 즐거운 풍경이에요. ^^

2004-04-02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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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2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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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봄볕이 좋아서 마당에 가만히 서있는데
한쪽 구석에 콩알만한 연보라빛 꽃이 피어 있는 들풀이 있지 뭐에요.
저 작은 놈에게도 이름은 있겠지, 하며 살펴보는 순간
꿀벌 한 녀석이 윙윙거리고 오더니 그 꽃에 폭 파묻혀서는 꿀을 빨아먹더군요.
사진기라도 있으면 그 순간 담아 보고 싶더라구요.

주위를 둘러보니 땅에는 새순들이 파릇 파릇하고
나무들은 누구에게라도 질새라 제 각각 뽀송뽀송한 눈들을 틔워놓고 있었어요.

봄은 이렇게 소리없이 와 있는데, 제 무딘 심성이 고장나 있었나 봅니다. 
조금만 가까이 바라보면 알 수 있는 것을 ...
나만, 내 아픈 구석만 보며 애태웠던 거예요.

당신, 몹시 아파서 몇 날을 그렇게 앓고 있는데
잘 먹으라고, 잘 쉬라고 그런 엄마같은 말만
그런 말로만 건넬 수 없음이 못내 안타까웠어요.

그리 성치 않은데도 투정도 없는 당신
내 서툰 사랑도 달게 받는 당신

어떤가요?
당신 아픈 몸, 오늘 아침엔 가뿐해지라고 기도하며 잠들었드랬는데 ...

오늘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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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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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2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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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1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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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1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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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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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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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1 2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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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생각한다.
...
봄은 나에게는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로 느껴진다.
...
나는 봄을 슬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잊기 위해 도취와 광기를 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미친 듯이 그로크를 마시고, 회전 당구를 끝없이 회전시키고, 흰 수선화를 잔뜩 사들고 ...
...
혼돈과 깨어남, 감미한 비애와 도취 이것이 나의 봄이었다.
...
그러나 관능을 흔드는 먼지 섞인 봄바람과 해이하게 풀린 연한 하늘을 보면 먼 메아리처럼 취기의 여음이 가슴 속을 뒤흔든다. 그래서 막연히 거리를 걷고 있는 자기를 문득 발견할 때가 있다.
...
공동 묘지에 갈 것이다. 가서 조각과 꽃으로 에워싸인 조용한 어둠 속을 돌아다닐 것이다. 이름을 하나씩 읽고 살았던 기간을 세어 보고 풀밭에 주저앉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갈 곳이 정말 없다.
...
그래서 나는 나의 먼 메아리 같은 광기를 가슴 속 깊이 꽉꽉 닫아 놓고 어떤 상실감에 앓고 있다. 내 봄은 언제나 괴롭다. 올해는 더구나 그렇다. 찬란했던 겨울과 결별한 후 나에게는 지칠듯한 회한과 약간의 취기의 뒷맛이 남아 있다. 그것을 맛보면서 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 끔찍한 여름을 향하게 된다.

 

 
 
Write  전혜린 /봄에 생각한다 中
Photo  랴우랴우 /Sweet Dreams(Are Made Of This)
Music  Marilyn Manson /Man Son Of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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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짦은 생을 서럽게 마감한 전혜린의 시네요...역시...
시와 사진과 음악과 그리고 혼돈과 깨어남, 감미한 비애와 도취의 지금의 이 봄과....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 아무 기대도 없이 끔찍한 여름을 향하게 된다.".....
바라지 않습니다..그럼요.

김여흔 2004-03-2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Rahmaninov를 듣듯 저는 Marilyn Manson을 들어요.
평상시에 즐기는 음악은 아니지만 머리가 깨질 듯 할때 가장 높은 볼륨으로 취해보면 그나마 나아지는 것 같거든요. 아마도 당분간은 Manson에게 빠져있어야겠네요.
끔찍한 여름은 없겠죠. 암요.

2004-03-30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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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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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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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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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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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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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선배를 등에 없고 내 침대에 눕혔어요.
새근새근, 몇 번인가 못되게 굴다가 이내 콜콜 잠들어 있네요.
그렇게 곤한 잠을 함께하면 좋으련만 ...

아까 당신 번호를 한참 보다가 망설이기만 했어요.
그럴때 왜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은건지...
그러지 말아야 하는건데 ...


콜콜 당신 숨소리,

들으며 잠 잘수 있다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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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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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콜....?
님의 당신이 콜콜.... 주무시는 옆에서 님께서도 주무시고 계신가요?
님의 서재를 방문하는 (저를 비롯한) 객들의 빈 발걸음이 느껴지십니까? zzzzzzz....


님을 위한 헌정시(개화기 가사)....한 편 인용하여 놓고 갑니다!


<동심가> -이중원

잠을 깨세, 잠을 깨세,
사천 년이 꿈 쇽이라.
만국이 會同(회동)하야
四海(사해)가 一家(일가)로다.


區區細節(구구세졀) 다 바리고
샹하 同心(동심) 同德(동덕)하셰.
남으 부강 불어 하고
근본 업시 回賓(회빈)하랴.


범을 보고 개 그리고
봉을 보고 닭 그린다.
文明(문명) 開化(개화)하랴 하면
實狀(실샹) 일이 뎨일이라.


못셰 고기 불어 말고
그믈 매자 잡아 보셰.
그믈 맷기 어려우랴
同心結(동심결)로 매자 보셰.


김여흔 2004-03-2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깊이 가라앉아 마음을 삭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 서재를 방치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나봐요.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님이 저를 깨웠나봅니다.

"잠을 깨세, 잠을 깨세" ... 그렇게 주문을 외워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