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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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나에게는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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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봄을 슬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잊기 위해 도취와 광기를 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미친 듯이 그로크를 마시고, 회전 당구를 끝없이 회전시키고, 흰 수선화를 잔뜩 사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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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깨어남, 감미한 비애와 도취 이것이 나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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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능을 흔드는 먼지 섞인 봄바람과 해이하게 풀린 연한 하늘을 보면 먼 메아리처럼 취기의 여음이 가슴 속을 뒤흔든다. 그래서 막연히 거리를 걷고 있는 자기를 문득 발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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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묘지에 갈 것이다. 가서 조각과 꽃으로 에워싸인 조용한 어둠 속을 돌아다닐 것이다. 이름을 하나씩 읽고 살았던 기간을 세어 보고 풀밭에 주저앉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갈 곳이 정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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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나의 먼 메아리 같은 광기를 가슴 속 깊이 꽉꽉 닫아 놓고 어떤 상실감에 앓고 있다. 내 봄은 언제나 괴롭다. 올해는 더구나 그렇다. 찬란했던 겨울과 결별한 후 나에게는 지칠듯한 회한과 약간의 취기의 뒷맛이 남아 있다. 그것을 맛보면서 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 끔찍한 여름을 향하게 된다.
Write 전혜린 /봄에 생각한다 中
Photo 랴우랴우 /Sweet Dreams(Are Made Of This)
Music Marilyn Manson /Man Son Of 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