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죽음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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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법의관 후 콘웰을 바로 들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섬유 한 올,집안에 진열된 술병 위에 먼지 두께,타버린 종이 재,소화가 정지된 위 속의 음식물...어떤 것이 의미가 있고 어떤 것이 사건과 별개의 소재들인지 변별해 내는 능력이 감탄스럽다. 현상만을 보고 사람의 행동 반경,환경,행위의 순서를 꿰어가니,나의 물건들은 나를 어떻게 대변해줄까. 

콘웰은 첨단 기기의 도움으로 사실에 접근해 간다. 허나 소설 속에선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로 지금보다 10년 전쯤으로 짐작된다. (초기작 두 편으로 미루어 ) 콜린 덱스터의 소설은 더욱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콜린 덱스터는 현미경이나 DNA분석 같은 기술 없이 순전히 범죄 동기나 시간의 재구성등 발품 팔아 누덕 누덕 기워낸다. 기껏해야 혈액형이나 범행 현장에 떨어져 있는 단추나 모자 정도...서로 얽혀 있는 이해 관계 속에 범죄 동기가 선명한 해답을 내준다. 그래서 콜린 덱스터를 덮을 즈음엔 개운하게 기지개를 주욱 펴곤 했다.

콘웰을 읽을 땐, 결말에 가까워올 수록 초조했다. 남아 있는 분량은 10여 페이지도 안되는데, 결론은 나오는 거 같고 결국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남은 표지를 뒤적이게 된다.  이 찜찜함은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가 재수 없이 걸려들어 사건에 연류되는,동기 없는 범죄를 발생하는 거친 세상에 살고 있음을 탓해야 할까, 아님 콘웰의 글쓰기에 책임을 지워야할까.

증거들이 법의관보다 좀 더 넓은 공간에 흩뿌려진듯 했고,그 입자는 더욱 작아졌다. 훨씬 재미있었는데,역시 의외성의 결론은 나에게 허탈과 더불어 범죄 동기에대한 허기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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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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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세를 탄 책이라 기대도 엄청났을 터.

이제까지 나는 추리소설 앞에서 능동적이지 못했다. 대체로 가쁜 호흡 덕에 스토리에 이끌려 사건을 멍~~지켜보기 밖에... 치밀하게 읽었더라면 단서를 잡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자책은 책을 덮을 즈음 꼭 따라오는 아쉬움이다.  

그러나,,,[법의관]은 달랐다. 범인에 대해선 한마디도 흘리지 않았다.  범인은 소설 밖에 있었던 것 같은 띵한 허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이완이 짜릿하지 않아 쪼금 심심...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건 접근 과정에서의 긴장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포석이 곳곳에 깔려 있었으나 내가 알아채지 못해서 범인을 가려내지 못한 경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단백한 느낌이었다. 스토리에 이끌려 한 호흡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결말은 무성의하다 싶게 간략했다. 범인에대한 부연이 있었으면 간이 맞았을려나. 재미지게 빠져들었으나, 좀 더 견고한 구조를 기대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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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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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렸을때 책을 읽은 기억이 잘 안난다. 오히려 엄마한테 책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은 기억이 많이 난다.  이미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재미있어 했던 장면이 몇 컷 떠오르지만, 주로 학교공부에 많은 시간을 쓰며 어린날들을 보냈었던것 같다. 그래서 그 시기에 진작 만났어야 하는 명작들을 다 놓치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지금에 와서야 고전명작들을 내 책읽기 목록에 간간히 끼워넣고 있다.

대부분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오만과 편견도 굴곡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살랑살랑 부채를 흔들며 소근소근 귀엣말을 하듯 잔잔하다.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이런 가치관이 일반적인 시대였고, 이들은 만난지 하루 이틀만에 청혼을 받기도 결혼을 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주로 허영덩어리 수다꾼들이고, 남자들은 막강한 재력으로 이런 여자들의 욕구을 채워 준다.  지나치게 완곡한 표현들, 입에 발린 칭찬, 불필요한 공손함,예절 차리기를 베이스로 깔고 산다.

재기발랄한 엘리자베스와 오만해 보이는 다아시의  사랑이야기.  오해와 편견을 한꺼풀씩 벗겨가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550페이지의 느린 압박을 통과한 내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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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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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앞에 버틴 절망의 실체는 무엇이었기에,극단적인 자기몰입으로 자신으로 황폐화 시킨걸까. 

그들은 각각 다른 형태의 전환의 계기를 잡았다 싶으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자기 파괴로도 보이는 수난을 거쳐, 가까스로 끈을  붙들고 솟구쳤다가  다시 혼란.  이런 순환이 어쩜 인생인지도 모르나 그 파동이 너무나 거칠어, 안정은 오히려 낯설었고  들이닥칠 혼란 앞에 불안하게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고단하고 고단하여라. 

브루클린풍자극은 브라운계열 스웨터를 걸친 자상한 목소리를 내게 남겼고, 달의 궁전은 사막과  후미진 샌트럴파크 남겼다.  이번 글엔 수많은 사건이 담겨 있으나-3인의 인생사,445페이지의 분량-오히려 브루클린 풍자극보다 보다 정막했다. 가끔 그런 얘기 그만 듣고 싶어 귀를 막고 싶기까지 했다. 너무나 비참하여서. 제발 거기서 박차고 튀어 나오라고 소리치고도 싶었다. '내가 가둔 나'를 바라보던 누군가도 내게 소리치고 싶었을까...

나도 그런 침잠의 그늘속에서 버티고 버티며 나오고 싶지 않을 때가 종종 온다.  내가 온전히 나만을 책임지고픈 이기적인 욕구앞에 당당하고 싶은 때가.  랜덤으로 찾아오는 우울한 기운을 떨치고자, 난 햇빛을 따라간다. 햇빛쫓기에 상식을 넘어 매달린다. 나는 책을 통해 무거운 기운이 전달되면 공포 분노 압박 비스므리한걸 느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근거하여 리뷰의 별 개수가 매겨진다. 그래서 3개. 그래서 리뷰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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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 연대기 2 - 아발론의 총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예문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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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즈니에대한 궁금증으로 그의 책 중 최고라는 앰버 연대기를 선택했다. 시적이며 세련되고 간결하다는 그의 판타지를 만나고 싶었다. 다들 그의 책중 앰버 연대기를 최고로 꼽기에 1권을 구입할 수 없다는 심각한 결점에도 불구, 2권을 구입하고 말았다. 

1권을 읽지 못한 상태라서, 앰버에 대한 기본 정보가 전혀 없었으므로 그 세계가 뭘 의미하는지는 2권의 마지막장을 덮은 지금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배경이 반지의 제왕처럼 고전적 장소인듯도, 현재인듯도,이도 아니면, 미래인지, 또 다른 세계인지 아직 분간이 힘들다.  

이탈리아령 알프스, 짐마차, 트럭, 스키, 요시토시 모리의 목판화, 군사과학, 군마, 용, 검, 타로카드, 도서관

1권을 읽었더라면 이런 혼란은 없었으리라. 그나저나 1권은 어디서?

인물들은 초인적인 존재들이다. 181k의 돌을 가비얍게 들어 석총을 쌓을 수 있을 뿐더러, 타로카드로  서로 소통 할 수 있고,  바로 불러 들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판타지류인 만큼 다들 초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의 존재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는. 허나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처럼 "이름"이 존패와 직결되는 설정은 아니었다.

2권에서는 앰버의 여러 왕자들중 하나가 왕위로 접근해가는 전투 과정을 담고 있다.  대결은 대체로 짧은편이었다. 서정적이며 세련된 그의 글은 나를 쉽게 집중시켰고, 담긴 내용은 유혈이었으나, 작가의 목소리는 카프치노의 거품보다 더욱 그윽하게 들렸기에 거칠어도 거칠지 않았다. 모험하듯 1권없이 2권을 잡았지만, 너무나 만족스런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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