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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마트쇼핑 갈때도 동선을 생각하며 장바구니 리스트를 작성할만큼 계획 않고는 견디기 힘든 이여, 호어스트의 얘기를 한번 들어 보시라. 거품 물고 자빠져 뇌진탕으로 어이 없이 떠나게 될 수도 있으니 뒤통수쪽에 푹신한 쿠션하나 준비하시든지.
호어스트에게 세상은 무지하게 테클을 건다. 피곤한 건 세상이다.
정리해야할 정확히 2백만 개쯤 되는 영수증,각종 서류,종이쪼가리들이 보기 싫어 가출 결정. 결국 9일간 밖을 헤매이다 쌓아 놓은 종이산으로 컴백 홈. 불만 안켜면 집안 꼬락서니를 안봐도 되니 잠시 안심. 어둠 속에서 전화벨 소리에 전화기를 찾다가
'피자 범벅인 발로 서류더미를 헤치며 전진,먼저 식탁과 접촉,호되게 부딪치며 그 위로 엎어진다. 유리컵과 잔이 쨍그랑 깨지는 소리, 몸을 굴려 피해보려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파편 위로 구르고 이어서 바닥으로 넘어진다. 전화벨 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보아 목표물에 접근한게 분명하다. 몸을 벌떡 일으켜 피자 다리로 서류더미를 마구 헤집는다. 다음 순간 엄지발가락이 서류더미 속에 숨어 있던 책상 모서리에 명중,나는 비명을 지르며 한 발로 겅중거리다가 균형을 잃고 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그 통에 머리가 전화기에 명중한다. 얏호,찾았다! 거봐, 되잖아! 무슨 일이든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다 되게 마련이라고! '
심하게 긍정쪽으로만 치우친 그의 시각. 너무나 명쾌하지 않은가. 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과, 가장 낙관적이고 환한 영혼을 갖고 있는듯. 그에게 찰싹 붙어 있는 문제들? 딱해보이는가? 그러나 그는 문제 삼지 않더라.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그의 절대적인 나태와 터무니 없어 보이는 낙관에 책 읽는 내내 나도 흐물흐물해졌다. 생활이 고단한이들이여 진지하게 호어스트의 얘기를 들어보시길. 요긴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