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보석 - An Inspector Morse Mystery 3
콜린 덱스터 지음, 장정선.이경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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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모스를 만나면 멍해져 넋 놓고 있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그리하야 등장인물들 이름과 특징들을 잘 메모하면서 화살표도 간간히 그려가면서 나름대로 분석들어갔건만.    학교 다닐때 수학 선생님께서 판서하며 문제를 풀어주면 아하 아하 하며 다 이해하는듯 해도 막상 그 문제 앞에 혼자 남겨지면 막막했던 당황스러움 바로 그런 기분.  

영국 애쉬몰리언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중세 보물 '울버코트 텅'을 직접 운반하던 노부인이 기증 하루전 갑작스레 사망한다.  그녀의 사망과  사라진 보물의 행방.  모스와 루이스의 가설이 세워지고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 내용이다.   

많은 인물들, 또 그에 따라붙는 많은 알리바이, 모두 요긴할 것만 같은 제재나 대화들. 가비얍게 던지는  암시들.  절대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 같은 두 사건.  세상사 참 많이 얽혀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거나,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손해를 본 적이 있었던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추려서 나도 가설을 세우는데 집중해 보려고 잠깐 모질게  책에서 눈떼기를 시도, 몇 초?  금방 책  속의 글을 따라 가게 된다.  눈 앞에 해답지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법.  내가 이렇게 생각하기 싫어 하는 인간이었나?  책 중반에 거의 결론이 난 것처럼 그러다 어 이게 아니네. 그럼 다시 수사는 원점으로.  진짜 그럴싸한 현실적인 가설들은 죄다 버리고, 인연의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 가설.  이번엔 정말 후미진 곳에 해결 열쇠를 숨겨 놨으니.  모스 혼자만 알고 독자에겐 야금 야금 정말 감질나게 한다.  막바지에 마감에 쫓기듯 술 술 풀어지는 형식. 중반 까지는 상황만을 제시하여 머릿 속을 마구 흐트려 놓은데, 후반부엔 너무나 친절하게 사건을 술술 설명하고 정답을 콕콕 찍어준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쉽게 사건 해설을 해준다.

여하튼 엄청난 흡입력으로 짧은 시간에 책장 덮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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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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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총사. 

 초반부에 등장인물 넷의 공동 관심사가 포르노 잡지이고, 그들의 대화가 그쪽으로만 기우는가 싶어, 그렇고 그런 얕은 소설이려니 짐작하고 살짝 기분 나쁠 뻔 했다.  허나 그들은 맞닥뜨리는 문제앞에서 각자 갖고 있는 깜냥을 지대로 써서 멋지고 재치있게 착착 문제를 해체하고 해결했다. 두뇌와 덩치와 부와 평균.  정의로운 네 친구들.   후반부로 갈 수록 그들의 성인잡지에 대한 취향이 민망하기보다는 귀엽게 보이고 그 나이의 당연한 통과 의례려니 너그러워졌고, 초반부의 소재에대한 거부감은 이미 사라졌다. 문화적 차이는 장담 못하겠다.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답을 만들어 냈고, 문장들도 대부분 경쾌하고 깔끔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치과 진료실에서도 겪어 보지 못했다', 등의 표현은 그 나이의 아이들만 끌어 낼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닌가.  좋은 비유나 풍부한 묘사들로 번역 소설을 읽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서적인 충족도 충분히 됐다.  소용 없는 장치는 없었다. 명함 한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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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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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은 예전에도 느껴본 적 있었다.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그와 개인적인 경험을 교류하지 못해서인가 그의 글은 내겐 많이 겉돌았다.  눈썹에 힘을 주고 여러번 반복해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속속 등장, 내 소양이 많이 얕다는 책망이 들고 뒷맘이 허전했다.  간혹 용어 사전을 펴놓은건가 싶기도하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문장들을 누덕누덕 기워낸 듯도 하고.... 이러한 열거들은 작가의 박식을 눈치채게 하기보다  나를 그의 글에서 소외 시켰다.   얄팍한 책의 두께, 큼지막한 글씨,넓은 행간 간격. 작가의 말대로 다음 작품을 내기전에 특별판으로 낸 글이라고,그리 알고 읽어 달라는 말이 책을 덮고 나니 정말 옹색한 포석이었다는 느낌과 함께 머리가 띵해진다.   

그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경한 어휘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80년대를 살아낸 선배들은 지금도 술자리에서 그런 대화를 나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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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의 여왕 (구) 문지 스펙트럼 3
알렉산드르 셰르계예비치 푸슈킨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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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글이든 단시간에 폭풍처럼 읽어제낀다면 띄엄띄엄 토막토막 시간나는대로 놨다 들었다를 반복한 경우보다 그 감도는 강하리라. 누구에게라도. 허나 예외인것만 같은 책을 만났으니 바로 이 책이었다. 내겐.   

너무나 갑작스런 문화환경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머리 속이 곤죽이 되어버린  최근의 내 어수선한 생활속에서도 이 책은 너무나 잔잔하고 다정하기만 하였다. 다소곳한 새색시 마냥.    격렬하지 않았으나 마음을 울렸고, 낭만적인 사랑과 유머로 미소도 끌어내었고, 목가적인 풍경화를 꺼내보여주기도, 우연을 기대하게도, 환상을 얘기해주기도 했으니.  자그한 책. 짧은 글들.  

푸슈킨이 1799년 모스크바 출생이라는데,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필체는 너무나 세련되고 우아하여라.  나도 스페이드 여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미소를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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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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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허기와 함께 찐빵이 떠올라 얼마전에 교외를 달리다가 발견한 찐빵집으로 더듬더듬 돌진. 어디였는지 분명치 않고 그저 한 번 지나친 도로 위였던 찐빵집 입간판.  한 장 사진으로 머리속에 박혀 있다가 뜬금없는 허기와 함께 선명히 떠 올랐다. 그 당시 멈춰 한 봉지 들고 오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쳤던 아쉬움이 이리 오래 남아 결국은 다시 먼 길을 되짚어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진빵을 뜯어 먹으며 바라 본 차창 밖 빨간 벽돌이 가득 쌓여 있는 벽돌공장.  어찌 이런 우연이있단 말인가.

벽돌 공장이 내 눈에 들어 오기 전에 마주친 또 하나의 우연이 있었으니. 점심 식사 중 옆 테이블에서 탁자 세 개를 붙여서 고만 고만한 아이들 넷에게 연신 숫가락질을 해대던 덩치 큰 한 여인. 그 엄마를 보면서 아마도 춘희가 그 정도의 체격은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우연. 키 180에 체중은 120k  정말 보기 드문 체격이었는데.

고래를 읽고 있었기에 눈에 들어 온 것들일까.  난 책을 읽으면서 내 현재 속에서도 소설의 조각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종종 한다.

고래는 가련한 춘희를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옆에서 본 것같이 말하다가도, 가끔 전해들은 것처럼 얘기하다가, 또 가끔은 그 속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풀어 놓기도 한다.  변사처럼 끼어드는 작가의 해설이 생뚱맞기도 했고, 띠엄띠엄 말해줘서 마치 남의 집 사랑방에서 옆 동네 떠도는 소문을 귀동냥하는 기분도 느꼈다. 화자는 확실히 뭔가 바쁜일이 있었는지 무지 급하고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끝내자,듣는 나 조차도 휴~~  그가 전해준 춘희의 이야기는 여러 인간들의 희안하고 다양한 원초적인 욕망과 가학, 분노, 야만, 찐득한 인연, 동일 패턴의 노골적 암시,열거하기도 버거운 여러 종류의 법칙(소문의 법칙, 아랫것들의 법칙, 구라의 법칙,사랑의 법칙,무지의 법칙 기타 등등의 법칙)을 담고 있었다. 특히 욕망부분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었다.  책의 부피만큼 길고 아픈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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