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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갑작스런 허기와 함께 찐빵이 떠올라 얼마전에 교외를 달리다가 발견한 찐빵집으로 더듬더듬 돌진. 어디였는지 분명치 않고 그저 한 번 지나친 도로 위였던 찐빵집 입간판. 한 장 사진으로 머리속에 박혀 있다가 뜬금없는 허기와 함께 선명히 떠 올랐다. 그 당시 멈춰 한 봉지 들고 오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쳤던 아쉬움이 이리 오래 남아 결국은 다시 먼 길을 되짚어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진빵을 뜯어 먹으며 바라 본 차창 밖 빨간 벽돌이 가득 쌓여 있는 벽돌공장. 어찌 이런 우연이있단 말인가.
벽돌 공장이 내 눈에 들어 오기 전에 마주친 또 하나의 우연이 있었으니. 점심 식사 중 옆 테이블에서 탁자 세 개를 붙여서 고만 고만한 아이들 넷에게 연신 숫가락질을 해대던 덩치 큰 한 여인. 그 엄마를 보면서 아마도 춘희가 그 정도의 체격은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우연. 키 180에 체중은 120k 정말 보기 드문 체격이었는데.
고래를 읽고 있었기에 눈에 들어 온 것들일까. 난 책을 읽으면서 내 현재 속에서도 소설의 조각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종종 한다.
고래는 가련한 춘희를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옆에서 본 것같이 말하다가도, 가끔 전해들은 것처럼 얘기하다가, 또 가끔은 그 속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풀어 놓기도 한다. 변사처럼 끼어드는 작가의 해설이 생뚱맞기도 했고, 띠엄띠엄 말해줘서 마치 남의 집 사랑방에서 옆 동네 떠도는 소문을 귀동냥하는 기분도 느꼈다. 화자는 확실히 뭔가 바쁜일이 있었는지 무지 급하고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끝내자,듣는 나 조차도 휴~~ 그가 전해준 춘희의 이야기는 여러 인간들의 희안하고 다양한 원초적인 욕망과 가학, 분노, 야만, 찐득한 인연, 동일 패턴의 노골적 암시,열거하기도 버거운 여러 종류의 법칙(소문의 법칙, 아랫것들의 법칙, 구라의 법칙,사랑의 법칙,무지의 법칙 기타 등등의 법칙)을 담고 있었다. 특히 욕망부분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었다. 책의 부피만큼 길고 아픈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