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회식 자리가 있었습니다.
부서 통폐합으로 자리이동이 있었지요.(조금 있다 출근하면 책상 옮겨야 됩니다.)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직으로 밀려나는 사람들도 있고 ...전반적으로 저희 팀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수고 했다.또 열심히 하자....뭐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자리였습니다.술 들이 조금 들어가고 현재 저와 함께 일하는 차장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이동을 보니 전부 후배님들만 보내게 돼서...마음이 좀..."
멀리 있던 부장님은 취했습니다.말을 끊더니
"그래 내가 다 보냈다.그래도 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분위기가 좀 까칠해졌습니다
차장이 한 말은 부장이나 위의 선배들도 마음 한 구석에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어떻게 보면 그 밑바닥의 것들은 건드리지 않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차장은 겸연쩍어하며
"미안하다.보내게 돼서.조금만 참아라....역사는 앞으로 움직인다.조금 만 기다려다오.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또 IMF때 살생부에 들어서 -그 당시는 그 선배도 연차가 별로 안돼었죠-2년간 쉬었다가 다시 복직한 선배는 바깥에서 커피 한잔 나누며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쯥...미안하다.마치 IMF때 후배들 중심으로 쫓아낸...그 때 생각난다"
부장은 잔뜩 취해서
"단단해지자.반드시 살아남을 거다.진짜 열심히 할꺼다.다 살아남자"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습니다.
저와 함께 가는 후배 녀석은 감정이 좀 북받쳣는지 눈물을 그렁였습니다.원망의 감정도 있었겠지요.또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에 화가 나기도 했을겁니다.
8명이 타 부서로 배치됩니다.그 팀에서도 저희는 직급상 거의 바닥 수준입니다.이래 저래 치일게 불보듯이 뻔합니다.그래서 저도 사실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이제 타 부서로 가면 더 단단하게 스스로를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왜냐구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옮겨간 사람들이 제대로 못한다면 미안한 마음으로 보낸 이들에게도 쪽팔린일이고 또 아무런 배려도 기대할 수 없는 눈총들로 부터도 쪽팔린 일입니다.
또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그동안 동일 직종 내에서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유지되온 조직에 있었습니다.어떨때는 선배가 대신 싸워주기도 하고 또 막아주기도 했지요.그러다 보니 선배들의 비합리적 모습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나서서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부장이나 팀장들에게도 같은 동류의식에 묶여 있어서 크게 저항하지도 못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습니다.비겁함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여러가지로 반성합니다.책을 보고 글을 쓰고 진보를 자청했지만 제가 가진 공간 안에서 얼마나 그것들을 구체화 했는지 반성합니다.꼴보기 싫어서 문을 닫고 그 놈들은 늘 그러니까 창을 내렸습니다.내 안의 옮은 생각은 나날이 늘어가지만 내 공간-특히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직장과 일-에서 나는 어떤 싸움을 했는가 반성합니다.그냥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진보와 변혁을 이야기한 건 아닌가 반성합니다.
다시 신발끈을 질끈 묶습니다.
이제는 내 안으로만 향했던 투쟁의 날을 바깥으로 돌립니다.또 내 안에 있는 칼 날도 다시금 풀무질을 합니다.
어제는 집에 돌아와서 음주태담을 했습니다.
볼록한 와이프의 배에 손을 대고 말했습니다.
"아가...네게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날을 세우련다.제대로 싸워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