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구에 회자되는 그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봤다.사실 누구보다 이 영화를 기다렸다만 품위가 있으니 티를 내진 않았다.이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B급 최고감독 박찬욱의 한 결을 맺는 영화이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옆에 있는 직장동료가 묻는다 왜 박찬욱이 B급이냐구..세계영화제에서 감독상도 받았는데 A급 감독아니냐구... 물론 B급 영화라는 것도 상대적 개념에서 나온 것이니 그런 질문도 가능하다.하지만 하위장르 개념이니 나 역시쓴 것 뿐..내 대답은 '영화책 찾아보시지....아님 인터넷..' 

어쨋거나 저쨋거나 <금자씨>에 대한 기대는 컷다.JSA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얼간망둥이 같은 역할을 했던 이영애에게 박찬욱은 미안했었나보다.이영애가 복수할 기회를 주었고 지금까지의 흥행성적은 나른대로 복수의 성공징표로 보아도 무방하리라.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영애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그냥 무표정한 연기..그거야 이영애의 트레이드 마크 아닌가..거기에 붉은 아이샤도우칠한 것 외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옆에 있는 포스터에서도 그려지듯 키치와 고급문화 사이의 묘한 경계에 이영애가 둥둥떠다닌다. 아마 이영애의 무심함속에 담긴 복수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 아니었을까.그런데 금자의 복수심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이되지 않는다.최민식의 야수적인 모습이 부각되어 상대적인 복수심이 전이될 뿐이다.극중 인물이 갖는 복수의 심정이 더 날카로왔어야 하지 않을까. 무심한 듯-착함이란 이름하에- 칼을 숨긴 금자.날카로움이 아쉽다.그러한 면에서 연애의 순간성과 불안에 대한 이중성을 잘잡아낸 것이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였다.아마 그녀의 최고 연기가 그작품 아닐까 싶다.아직까진..

박찬욱은 복수를 좀 웃으며 하고 싶었나보다.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블랙 코미디이다.최민식의 살해를 두고 벌어지는 장면은 배꼽을 잡는다.극장에서 내가 가장 크게 웃었던 듯 하다.그냥 일차원적으로 소시민들에게도 내재된 폭력성과 행위에 대한 죄책,두려움등을 동시에 잡아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표현 방식이 이 영화의 포스터 처럼 키치적이다. 아름다운 여인과 키스를 하려는데 방구나 나오는 상황이다.한마디로 웃기는 상황이다.깔깔거리면 웃었더니 옆에서 흘깃 눈치를 준다.피가 난무하고 살인을 위한 잔인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나혼자 키득거렸다.아마 박찬욱은 나같은 관객을 좋아했을 것 같다.물론 내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영화평론가들이 <금자씨>를 가지고 이리뜯고 저리뜯고 그런다.그들의 직업이니 당연하다.나 역시 뜯고자할 수도 있으나 그러지 않기로 했다.왜냐하면 박찬욱이 마지막에 좀 부드럽고 웃기며 복수를 마감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받아 들여주면 된가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박찬욱 영화는 <올드보이>가 아니라 <복수는 나의 것>이다.하드보일 하다.굼뜨는 법도 없고 <올드보이>에서 만개할 스타일의 전형들도 힐끔힐끔 보여진다.인물들의 설정은 딱 내가 원하는 방식이다. 선도 없고 악도 없다.다 선일 수도 있고 다 악일 수도 있다.또한 두줄로 회오리모양을 만든 사탕처럼 빙빙꼬인 선악일 수도 있다. 사장 송강호 앞에서 배째는 노동자 기주봉,러닝사이로 붉은피가 쫙.신하균이 복수하러 들어간 장기판매창고에서 마취해놓은 여자를 강간하다 바지내린채 머리통에 피쭉뿜으며 죽는 악당, 유괴공범질하다 송강호한테 전기고문당해서 질질오줌싸다 죽는 배두나.송강호가 유괴범 신하균의 목을 비틀며 하는 말 '안다..니가 착한 놈인거...' .....   ....  하나도 잔인하지 않았다.굳이 말하자면 사실적이었을뿐이다. <복수는 나의것>의 하드보일에 비하면 <금자씨>는 크림빵이다 설탕 쫘악뿌린....크림빵.거기에 웃기기 까지 하니 ㅋㅋ

가끔 사람들은 웃긴다.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웃길 수도 있는데.....  돈까스를 먹는다.치즈도 얹고 지랄 발랄을 떨며 먹는다.맛있단다.근데 그렇게 아름답게 식탁에 오기 전까지 돼지가 어떤 지저분한 도살과 어떤 가공처리를 당하는지 연결이 안돼나 보다. 그리고 연결 안하는게 당연하다.나두 그런다.정상적이라 다행이다.하지만 그 둘이 완전 구분된거라 생각하는데 환상이 있다.어린애들이 그러면 그냥 귀엽다.그러려니.문제는 그 어린아이가 그대로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그래서도 여전히 그런다. 돈까스는 태어날 때부터 돈까스였다고 믿는것.거기까지 만 생각하고 돌아와 버리는 것.그게 환상이다.서태지가 그랬다.환상속에 그대가 있다고.... 박찬욱이 뭐가 잔인하단 말인가.다 찌르면 피나온다.빨간피.피가 잔인하나?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잔인한 직업은 적십자 헌혈담당원이다.그 다음은 의사.

마르크스가 내앞에서 공산당선언쓰고 있으면 마지막에 한마디 더붙이라고 그랬겠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그리고 .사장님,아줌마,고딩,중딩,초딩.....특히 중산층인척하는 분들.....그모든 분들 꿈깨라"

영화속 금자씨가 내게 '어떤방식으로 최민식을 보내시겠어요? 연장을 고르시죠? ' 그러면 난 어땟을까?

ㅋㅋ....딱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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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8-1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언급된 영화 중에 본 것은 JSA밖에 없습니다만... 영화평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드팀전 2005-08-1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것도 영화평입니까? ㅋㅋ 아무튼 ㄳ....
제가 영화만들면...확 까발리는 영화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그래 너네들이 착하다구....그래 얼마나 착한지 한번 봐 볼까? ' '네 안에 있는 악마를 그까짓 타인의 시선,법,도덕,죄책감..같은 따위들이 통제할 수 있을까?' 착한 주인공이 점차 악과 구분되지 않다가 나중에는 선/악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리는 모순적 인물을 그리고 싶어요. 너무 위악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사실 이미 많은 감독들이 써먹었던 거지요.저두 그런영화가 좋구요.매번 기억나진 않지만....

바람구두 2005-08-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 조금은 비슷한...
혹시 naked란 영화 본 적 있나요?

kleinsusun 2005-08-1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티를 내지 않고 기다리셨다구요?
전 아직 못봤어요. 이영애 화장 때문에 그렇군요.
간만에 붉은 아이셔도를 했더니 "친절한 금자씨 따라하냐?" 그러더라구요.
돈까스 얘기 정말 압권입니다. 잘 읽고 가요.

드팀전 2005-08-1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못봤어요.비디오가게가면 빌려볼수 있나요?
수선님>ㅆㅆ 요즘 tv에 이영애 cf 나오면 '금자다' 이래요.^^

marine 2005-09-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애 연기 그저 그랬어요 기대를 너무 해서 그랬나? 그냥 그런 평범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