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찬이와 재원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부산 알라딘 중고 서점에 다녀왔다. 최근 책 구매 패턴을 봤더니 알라딘 신상보다 중고책의 비율이 2:8 로 높다. 몇 몇 중요(?) 신간을- <바벨17>이나 <마술적 마르크스주의> 같은 제외하곤 새 책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 새 책이 나와도 좀 기다린다. 물론 알라딘에서 하는 50%할인은 꼭 챙겨본다. 보관함에 오래 있었던 <야생종>도 50%할 때 샀다. 예찬이 녀석은 최근 <마법천자문>에 완전히 꽂쳤다. 일주일에 오로지 토요일과 일요일 1시간 정도만 DVD나 영상물을 보여준다. 요즘 토요일 낮에는 <마법천자문>을 순서대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는 가족들이 함께 '런닝맨'본다. 오늘 김병만이 담장 타는 장면은 대박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는 바람 쇌 겸, 지하철을 타고 갔다. 동화책 몇 권 사려고 말이다. 서점에 들어가자 마자 사태가 급반전되었다. 서가에 꼽혀있는 <마법천자문>시리즈...동생 재원이까지 덩달아 '아빠, 마법천자문...' 한다. 한자는 고사하고 낫놓고 ㄱ자로 모르는 꼬맹이가 말이다. 결국 각 각 한 권 씩 사고 말았다. 지하철로 돌아오는 동안, 사온 책을 보던 아내는 꼬박 꼬박 졸고, 아이들은 졸졸졸 앉아서 마법천자문 보고 있고, 나까지 책 보고 있으면 훈훈함으로 유난 떠는 가족티를 낼까 싶어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지하철에 주루룩 앉아서 책 보고 있는 가족들을 보니 가장 흐뭇한건 사실 나였음은 말하지 않아도 ...
2. 아내와 지하철 통로를 빠져나오다가- 어디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묻는다. " 자기는 우리 예찬이가 제일 잘하는게 뭐 같아?" ....순간...'어..잠깐...뭐지?'
... "아하...자전거 타기"
아내가 접시꽃처럼 커다란 웃음을 터트린다.
3. 예찬이가 자전거를 잘 타는 건 맞다. 자전거 신동까지는 아니어도, 자전거를 씽씽 신나게 탄다. 몇 년 전에 예찬이가 자전거 배우던 날에 대해 썻던 글이 떠오른다.
..
(이건 무슨 자동기술도 아니고...) 갑자기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이 생각이 난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왠만한 영화 사이트에서 쉽게 다운 받아서 볼 수 있다. 흔히 '자전거' 영화 하면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이나 <시네마 천국> - 물론 <E.T>에도 진짜 멋진 자전거 씬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내게 '자전거'가 등장하는 가장 아름답고 기억할 만한 영화는 다르덴의 몫이 되었다.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숨을 죽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살짝 들리는 가슴을 꾸욱 하고 눌러준다. 꾸-욱하고.
영화가 끝나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흘러나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메인테마처럼 몇 번쓰인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 느린 악장이라고 생각한다.(때에 따라 바뀌긴 한다. 내가 그렇지 뭐 ㅋㅋ) 다르덴은 원래 다큐 만들던 사람들이라 음악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 마지막은 다르다. 그러니까 영화 끝나고 확 일어나서 가버리면 안된다는 거.( 영화<아이언맨>은 진짜 반성해야 된다. 양치기 소년같은 깡통 로봇들 같으니라구. 스크롤의 압박을 견디며 엄청 기다렸다만 남은 건 '뭐 어쩌라구.'였다.)
유명한 곡이다 보니 워낙 좋은 연주들이 많다. 아래 영상에 있는 크리스티안 짐머만 연주, 클라우디오 아라우,한스 리히터 하저,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연주를 자주 듣는다. 처음으로 산 '황제'CD는 미켈란젤리 연주였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