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는 부산에서 최초로 시행되었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었다. 서울의 투표율은 그것보다 0.1% 높다. 부산이야 '최초의 직선제 교육감선거'라서 인지도가 떨어졌다라는 핑계라도 될 수 있었다. 부산의 경우는 지역의 정치적 특성상 처음부터 2등을 누가 하냐에 더 관심갔다. 처음부터 1등은 장기 집권하고 있는 설동근 교육감의 몫이었다. 이명박을 2MB라 줄여부르듯 이 동네에서는 설동근 교육감을 '설감'이라고 한다. '설감'의 교육계 내에서의 파워를 이해하려면 부산 교육 행정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 교대'의 인맥을 이해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론과 상관없으므로 통과한다.)

아무래도 현역 프리미엄이란 것이 있다. 똥개도 자기집 앞에서 50% 먹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정택의 경우도 대표적이다. 사실 그런 비유에서 보자면 근소한 표차의 당선은 실재로 보면 '공정택의 패배' 와 같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누구나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당선자 역시도 알지만 뻔뻔하게 모른 척 외면하고 결과를 축하해야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당신의 실재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뭐라고 할 것인가? 실재 선거에서 이겼는데 '실재 패배자다' 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겟는가?

투표결과에 대해 가장 큰 반응은 '아쉽다' '안타깝다' '앞으로 다 죽었다' 뭐 이런류의 한탄들이다.그도 그럴 것이 여론조사에서 주경복 후보가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로는 이회창이 언제나 노무현을 이겼다. 여론조사가 투표와 같다면 뭐하라 투표를 하겟나? 그냥 전화로 대충 물어보고 말지. 이건 여론조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결과에는 변화들이 늘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 대로 했다면 강기갑이 어떻게 이방회를 이겼겠는가? 그것도 경남 사천에서 한나라당 중진을 말이다.

거기에 더하여 촛불집회의 진보적 분위기가 일부 사람에게는 선거에서 희망적 결과를 연상시키게도 했다. 그럴 수 있지만 그건 좀 오바라고 생각했다. 거리의 흥분과 바람은 가끔 자신을 과장하여 오판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후마니타스의 박상훈이 촛불을 아끼는 마음에서 '촛불의 과대망상'을 주의시킨 것도 이때문이다.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한다.

투표 결과에 대해 대부분 진보적인 분들은 '강남의 몰표'가 공정택을 당선시켰다고 '비분강개'했다. 실재 그렇다. 강남,서초 등 에서 무려 60 % 이상 공정택에 투표했다. 주경복은 20% 대. 그러니까 무려 40%의 지지율 차이가 벌어졌다. 그외 지역에서는 대부분 주경복이 승리했다.

이 결과를 해석하는 시각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방식인데, 그것은 '강남에 대한 비분강개식' 해석이다. 강남놈들...이렇게 시작하는 저주를 100번 한다고 그 잘난 강남이 바뀔까... 나는 가끔 강남 사람-물론 모두는 아니다만-에게 심한 이질감을 느낄때가 있다.다른 사고 구조와 다른 세상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한다. ..

대학 시절 문화론 시간이었는데 내가 정한 주제는 '압구정문화'였다. 그 때 리포트의 첫 구절로 인용한 것이 소설가 이순원의 글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하루 하루 압구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 말은 '압구정'에 대한 내 의식을 넗혔고 또 성찰을 주었다. 그래서 첫 머리에 인용했다. 그 때까지 내가 뒤늦게 어리둥절해했던 '압구정'은  '향락', '퇴폐','과소비', '나쁜 상업주의' 온상이었다. 일종의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순원은 '우리'.. 하루 하루...'압구정'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무엇인가? ... 우리들은 은근히 그들의 풍요와 그들의 향락과 그들의 세련됨과 그들이 받는 사회적 대접들을 부러워한다.

별거 아니다. 아이를 학원 1개 보냈다. 그런데 옆에 보니까 2개 보내는 사람이 있다. 아이도 2개 가고 싶다고 한다. 보낸다. 옆 집 애가 외국갔다 왔단다. 내 아이도 가야한다....대략 이 동네에서는 나와 내 아이가 TOP클라스인거 같았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사온 철수 엄마가 그런다.

"이거...그래 봐야 강남엄마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에요"....그렇다. 더 넓게 봐야한다. 촌구석에서만 우리 아이가 썩을 것도 아닌데...우리의 준거는 강남 아이들이다. 달리자...

이거 우리 가까운 집안 이야기다. 아빠 혼자 경남 어느 촌구석에서 기러기한다...아이들은 모두 강남 입성해서 여전히 빌빌거리고 있다.

그런데 부산 사는 엄마들(아빠들도 마찬가지) 서울 강남 가서 1주일만 데리고 가서  합숙시키고 오면 전부 싹 이런 마음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

"우리는 하루 하루 압구정으로 향하고 있다." 는 말은 그 문화를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문화를 최고의 선이라고 상정하라는 뜻도 아니다. (작년에 압구정 갔다 와서 이제 촌놈이 다 되어 멀미를 햇다.) 

문제는 내 안에서 절연하지 못하는 '압구정'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란 이야기다. 또한 '압구정=천민자본주의' 라는 식의 단순 구조로는-저주 퍼붓기는 좋지만- 현실을 이해하고 변혁하는데 적절한 토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90년대 압구정에서 먹던 '삿포르'맥주는 이제 '동네 편의점'에서도 판다.) 오히려 이렇게 '압구정'을 '타자화'시킴으로서 내 안에 있는 '압구정'으로 부터 고개를 돌리고 '그건 내 일이 아니야,나 같은 정의로운 사람과는 관련없는 일이야' 라고 떠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한 개인에게는  작은 일이지만 이것이 모이면 크나큰 의식의 불구성을 만든다. 그것이 '강남'에 대해 퍼붓는 저주가 가진 진보진영에게 가장 이롭지 않은 결과이다.

사실 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간 지점은 30%의 지지율이다. 다들 강남의 몰표 60%에 대해 분노하는데 나는 오히려 주경복이 이긴 구에 더 관심이 간다. 편의상 강북이라고 하자. 대개 주경복이 40%의 지지율, 공정택이 30%의 지지율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10%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 개별 구로 보면 한자릿수 표차다. (동대문구  39대 35/중랑구 38대 35/양찬구 39 대 38)

여기가 진보의 지점이다. 강남의 60% 몰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강북의 35% 이상 공정택을 지지한 사람들... 결과 통계를 보며 나를 가장 설레이게 했던 사람들은-학문적이든 실재변혁에서든- 강남의 60 % 몰표가 아니라 공정택을 지지한 강북의 35% 사람들이다.이들이 앞으도 관건인 셈이다. 진보가 혁명을 통하지 않고 변혁을 이루려면 그들을 협박하든 설득하던 꼬셔내든 움직이든 해야 되는 사람들이다. 물론 더 거대한 층이 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85%의 사람들이다.

결국 제도정치 내에서 선거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 진보가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해야할 길은 무엇인가?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진보의 무능'으로 인해 이 정권이 10년 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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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8-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이 황순원의 아, 이런이런. 이순원의 첫 구절로 생각의 전환을 맞았다면 저 역시 드팀전님의 페이퍼로 다른식으로 생각을 해봅니다. 어떻게 보면 쉽게 절망하고, 빨리 타오는게 가장 큰 진보의 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열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길게 내다보려면 어떤식의 전환을 맞아야할지... 이것 역시 길게 내다보려구요. 그냥 떠오른 생각이라고 하기엔 참 촘촘하세요.

드팀전 2008-08-05 09:01   좋아요 0 | URL
점심시간에 쓴 거라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썻어요.촘촘하긴요. 구멍이 숭숭하지요,.

Arch 2008-08-04 22:59   좋아요 0 | URL
그럼 촘촘으로 본 난...

드팀전 2008-08-05 09:01   좋아요 0 | URL
칭찬에 익숙하신...^^

로쟈 2008-08-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마니타스의 표정훈 ->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거기에 더하여 촛불집회의 진보적 분위기가 일부 사람에게는 선거에서 희망적 결과를 연상시키게도 했다. 그럴 수 있지만 그건 좀 오바라고 생각했다." 방심한 면이 있었다고 봐야죠.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게으르다는 걸 진보주의자들은 자주 간과합니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진보의 무능'으로 인해 이 정권이 10년 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다." 뒤집어서, 그런 무능이라면 정권교체를 다시 해도 문제가 아닐까요...

드팀전 2008-08-04 14:44   좋아요 0 | URL
맞네요.표정훈은 주말에 읽었던 신문 기사...ㅋㅋ <표정훈 스승 강연안에게 다시 묻다> ㅋㅋ
맞습니다. 그런데 가끔 억울한 건 그런거지요. 무능해도 그들은 계속 갈 수 있는데..바꾸려는 세력은 여간해서는 힘들다는.
'수성'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역시 '성'을 빼앗는 것은 열배의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