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에 대한 어떤 분의 페이퍼에 짧은 댓글을 단적이 있다. 생각난 김에 잠시 쉬어가는 코너삼아...

이번 집회에서 미디어에 집중 플레시를 받은 것은 '유모차부대'와 '예비군부대' 다.  TV 화면을 통해 보았을 때 나는 "왜 군복을 입고 나왔지? " 라는 생각과 "CNN같은걸 보는 외국인들은 군인과 전경이 싸우는 장면으로 오해하고 신기해할수도 있겠다"

그러니까...알라딘의 많은 분들이 환영한 '군복의 재평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봤다는 결론이다. 그것을 무슨 패러디로 보지도 않았고,기표의 재전유로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는 교련시간이 싫었던 그 맘때부터 '군사주의'가 싫었다. 특히 당시 화두는 '군부종식'이었기 때문에 내 생각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거기에 도련님의 자유주의적 성향과 낭만적 예술 감성은 군대의 획일적 문화, 명령지시체계와는 상극일 수 밖에 없었다.

대학에서도 나는 선배들의 위계가 싫었다. 그러니 선배들에게 그다지 깍듯하지 않았고 후배들에게도 별 대접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그건 지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군대는 군대 가서도 싫었고 군대를 그만 둔 다음에도 싫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다들 그런다.)

하여간 나는 딴따라가 되지 못한 딴따라근성으로 인해 '반권위적' '반군사문화적'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으며 가장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저항할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상화된 군사주의 코드' 다.내가 저항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이번 일도 그래서 내게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몇 년 전에 부산대 '월장' 사건이란게 있었다. 예비역과 복학생들의 인터넷 언어 난동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잘 모르는 분들은 포털의 도움을...) 그 때 진중권은 여성주의 입장에 서서 예비역들을 비판했다. 그 중 명언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고.. 대충 이런 것이다.

" 정체성이란게 있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데는 크고 작은 수 많은 정체성이 있다. 그건 복학생도 예비역도 마찬가지다.그들은 남자일 수 도 , 학생일 수도, 어머니의 아들일 수도, 아버지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하고 많은 그 정체성 중 왜 하필 '예비역' 정체성에만 집중하는 가? 왜 예비역 정체성 아래 하나로 단결하는가? "

나는 집회에 나온 예비역 군복을 보면서 그 말을 떠올렸다. 왜 굳이 예비 군복의 정체성 속에 자신의 정치적 올바름과 열정을 담아 놓으려 하는가? 예비군이란 무엇인가? 계보적으로 보자면 박정희 아저씨의 '전 국토와 국민의 병영화'를 위한 상비군 아니었던가

내게 그것은 '군복'이 일상적으로,아니 최소한 일상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그다지 거부감 없이 느껴지는 것이 한국 사회의 평범한 군사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자유분방한 웹2.0 세대들도 과연 한국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그런 '권위주의'와 '군사주의'에 자유로울까.상대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그들이 일상에서 행하는 행동들을 본다면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 만은 없다. 물론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예비역도 시민이고 군복을 입고 저항할 수 있다' 는 패러디 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예비역들이 아침에 군복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 패러디는 다분히 상투적이다.나는 오히려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군복을 입었을 것 같다. 거리에서 통제를 맡고 시민들을 최소한 지키기 위해 눈에 띄는 복장이 필요하다는 정도 말이다. 동네 축제마다 가면 교통정리하러 알아서 모여주는 해병대 아저씨들도 똑같이 그런 말을 하신다. 그 분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난 눈에 늘 거슬린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일상적인 경험이다.오해를 막기 위해 조금 더 정확히 말해야하겠다.건강한 성인 남성들만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적인 경험이다.여성이나 장애인,기타 고위층들은 자제들 등등은 배제된다. 그럼에도 일상적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국민의 절반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한 그 남성들이 한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쉽게 농담처럼 일상용어로 '기상','야..머리 박아' '이게 빠져가지구'  이런 말을 쓴다. 나도 가끔 그런 말을 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그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그런 용어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 도심에서 군복 입은 군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다지 해외 출타가 잦은 사람은 아니지만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호주 시드니에서 1년 가량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1년 동안 딱 한 번 군복입은 사람을 봤다. 도쿄에서 1주일 있었던 적이 있는데 단 한번도 자위대 군인들을 만난적이 없다. 그런데 서울은 그렇지 않다. 기차 역 부터 술집까지 어딜 가든 군인이 있다. 

물론 그렇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역사적 정황이 다르기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사적 결과는 한국인이 군대나 군사문화에 노출되어 있고 그걸 당연히 여기는 풍토라는 것의 예가 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국민개병제'가 사라지고 '모병제'가 되는것.그리고 그렇게 군대를 '일상영역'으로 겪은 것이 아니라 '특수영역'으로 겪었던 세대들이 사회 중심이 되는 시점이 되어야 '군복'이 낯선 것이 될 듯 하다. 즉 지금의 세대들은 군대라는 특수 영역을 일상영역으로 겪고 있고 그것이 평생 따라다닌다. 군대를 군대 안에만 가두어 놓는게 '군부종식'이고 그 문화를 '군대'안에만 가두어 놓는게 '군사주의 문화'의 척결이다. 더 쉽게 말하면 '군대를 담장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일상생활의 군사주의문화와의 싸움의 시작이다. 

상상이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육군이 대한민국 사관학교 생도들이 군복을 입고 시청앞에서 그렇게 행동해 주었다면 나는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것다. 그들은 원래 군복을 입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군복은 군대에서 입는 것이다.아니면 집에서 페이트 칠 할 때거나...

나는 촛불집회에 나온 예비역들에 박수를 보낸다. 그것은 그들이 입고 나온 군복때문이 아니며 군복안에 땀으로 쩔었을 흰 런닝셔츠와 그 안에 있을 뜨거운 심장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이 군복을 자연스럽게 꺼내 입을 수 있는 일상적인 반응과 그 군복이 좋은 의미로 전화만 된다면 별 상관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군대를 제대하면 아무도 군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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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군사주의와 군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드팀전님 못지 않을거에요. :) 이번에 제 평생에 유일하게 예비군들을 환영한 이유는, 이런데 있습니다. 예비군 시민들이 나와서 같은 국가 공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상징적인 의미. 그러니까 제가 갖고 있는 강한 거부감은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들이 아니라 국가폭력에 있는거죠. 국가, 공권력을 상징하는 예비군복을 입은 이들이 나와서 그들에 맞설 때의 쾌감이란. 그러니까 사실상 예비군이나 예비군복에 긍정적이라기보다는, 그 옷을 입고 같은 무리에 대응한다는 것이 좋았던거죠. 다음달에 예비군 가는데 대학원 졸업해서 3일 짜리입니다. 하루 동안 입어도 미칠 것만 같은데 3일간 그 옷을 입으라니.

라주미힌 2008-06-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거랑 예비군복은 같은 선상에 있던데요 ㅡ..ㅡ;
예비군들이 보이는 행동에서 질서와 통제, 보호라는 마초적 근성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났고요.
시위대에서 여성들에 대한 배제가 있었다면서요? 보호하겠다믄서...
차라리 부르카를 씌우지...
시위대의 자발성을 억누르는 빠워가 군복에서 나왔잖아요.
권력과 힘의 작용방식이 전경하고 다를거 없다고 봅니다.

상징? 패러디? 그것들은 제 3자의 상상일 뿐. 좋게 생각하면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마늘빵 2008-06-05 10:49   좋아요 0 | URL
본래 그들의 취지가 그거였다면 유감인데요. -_- 보호와 질서, 통제를 위하였다면. 국가에 맞서는 군대의 상징,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던건가요?

라주미힌 2008-06-05 11:04   좋아요 0 | URL
모르죠 뭐... 그런 상징으로 입고나왔는지 어땠는지.. 흐흐...
드팀전님이 쓰신 페이퍼대로 예비역들의 사고방식이 '군사주의'에서 벗어났을리는 없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나름 자기들은 좋은 의도로 그랬겠죠.. 그것에 대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마늘빵 2008-06-05 11:08   좋아요 0 | URL
머 나나 라주미힌님이나 예비역인데요. -_- 난 전혀 안 예비역같은 예비역이지만. 아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어느 세월에 예비군 끝내냐.

이게다예요 2008-06-0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비를 볼 때마다 그 군복이 참 낯설게 느껴졌는데(그 군복때문에 시민들과 전경들과는 또다른 이질적인 느낌, 또다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 같은 느낌이랄까), 드팀전님이 꼭 집어주시네요. 아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볼만한 문제네요.

드팀전 2008-06-05 18:08   좋아요 0 | URL
전 예비군도 쫓겨난지 오래되서 군복도 없습니다.있어도 허리가 쫄려서 입지도 못하겠지요

나비80 2008-06-0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명확하게 가시적인 적들의 기표에만 눈이 가게 마련이라 시민과 경찰 사이의 완충 역할, 혹은 저지선 구실을 하는 예비군들의 뚜렷한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처음에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성급히 거리로 몰려나온 기특한 청년들인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5월은 예비군 훈련이 집중되어 있는 시기거든요. 그런데 예비군복은 불가피한 의상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상징이었더군요. 집중적인 명령을 하달하고 지휘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라니. 또 이 예비군들은 '시위대와 전경을 동시에 보호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거리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국가에 의해 내몰린 전경이라는 권력의 최종 하위 심급에 대한 인정적인 동정과 폭력에 노출된 시민들을 동시에 보호한다는 다소 휴머니즘 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폭력을 덜 소유한 시민들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호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지만 다시 명확하게 정의하면 지금의 예비군은 시민 시위대가 아닙니다. 드팀전 님처럼 국가의 폭력이 연장된 형태의 예비군에 반대한다는 논리에도 십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저는 지금 거리의 상황이 명확하게 적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회색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예비군의 필요가 조금 덜 만족스럽습니다. 아프락사스 님처럼 전복적인 퍼포먼스의 차원에서 지금 거리의 예비군을 이해하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로 한복판의 해병대전우회의 얼굴이 아닌 좀 더 촛불과 닮은 얼굴을 하고 거리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드팀전 2008-06-05 18:11   좋아요 0 | URL
전 실제로 시위에서 예비군들의 활동을 목격하지 못해서 시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님의 말씀은 그런 절충 영역이 전선을 불분명하게 하고 시위가 어떤 종류의 형태로든 전화되는 것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동의하는 부분이 있군요.

누에 2008-06-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의생각과행동들개인적으로응원합니다.(고장난기보드로쓰느라죄송..)비록틀릴때도있고미숙할때도있을지라도전자신의목소리를내고그걸곱씹어생각해보고때론반성하기도하는분들의이야기들참소중하다생각합니다.좀더많은분들이책임있는하나의목소리를낼때사회적합의에까지도달하지않을까생각합니다.전어쩌다가군사용어라도입에서나올라치면몸서리를칠정도로거부감이강합니다.'부대'어쩌구얘기만으로도미칠것같습니다.그냥'유모차를끌고나온사람들'이러면될껄..그리고'밀리터리룩'이라불리우는종류의옷을봐도미칠것같고..에구구고장난기보드로말이길었습니다.

드팀전 2008-06-05 18:13   좋아요 0 | URL
이상의 시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예술적인 패턴을 보는 듯 하네요.
전 알러지 반응은 아직 발견되고 있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Koni 2008-06-0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의 글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미리 알고 가지 못했어서, 시위대 가운데에 등장한 '군복'에 깜짝 놀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