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개인적 경험이며 '일반화'할 만한 내용이 아니니 오해가 없으시길...내 주변에서 있었던 대학원 이야기여서..^^

1. 몇 년전 ,아는 직장의 형님이 대학원을 다니셨다. 회사 일을 하면서 낮에 몇 번 땡땡이를 쳐서 다닌 것이다. 부산의 모 사립대학 대학원 연극학 쪽이었다. 회사에 친한 높은 몇 명에게는 관련 업무와 연관있는 학과라고 뻥쳤다. 

한 학기 쯤 지나고 형에게 대학원 수업은 재미있냐고 물었다.대답은..

"응...공부하는 건 재밌는데..애들이 너무 무식해. 다들 뭐 전공했다는 애들인데도 어떻게 나보다 모를 수 있어.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가 뭐 토론할라 치면 유치한 것들만 이야기나누고...결국 교수가 나만 쳐다봐. 그래서 교수랑 이야기를 많이 할 기회가 있어서 좋긴 한데...자꾸 그러다보니까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하여간 대학 졸업한 애들이 왜 그렇게 무식하냐? 

2. 어떤 일 때문에 부산의 모 국립대 00학과의 대학원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일종의 청강같은 것. 교수님은 이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분이다. 이건 야간 대학원 수업이었는데 사회계열 수업이었다. 주로 선생님들이 주를 이루었다. 1시간 30분 가량 대충 발제해온 것과 토론이 이어졌다. 내 기억에 '한국 근대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문제는 교수가 질문으로 이끌지 않으면 모두 꿀먹은 벙어리라는 것이다.뭐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학문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들은 거의 없었다. 내가 보고 있던 걸 의식했던 교수님이 너스레로 " 지켜 보는 분들도 계신데..좀 열심히 해봅시다...허허허..."

결국 교수 혼자 질문하고 비판하고 또 반비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거기에 온 자칭 사회학과계열 선생님들은 '뭐 그랬다더라' '그런 것 아닌가요.' 식의 대여섯 줄을 넘지 못하는 술자리 담론의 용어와 수준의 이야기로 대충 빈 공간을 메꾸었다.

3. 어느날. '사회학 개론'을 들고 다니던 여자 동료에게 물었다. 그녀는 부산의 모국립대학 사회학계열 대학원에 다닌다.원래 전공은 문학쪽이고 사회계열은 아니었는데...워낙 진보적인 분이여서 더 많은 공부의 욕구가 그녀를 덮쳤을 것이다. 프리로 일하는 분이여서 낮에 시간 날 때 주간 대학원을 다닌다. 개인적으로 학부가 그쪽 계열이고 또 관심도 있어서 수업료 및 등등을 물어봤다.

"어..대학원 다닌다면서요?"..."네"

"나도 한번 다녀 볼 까? "...... " (약간 놀람과 자부심을 섞어서)  ...저 주간 대학원이에요"

(방백)...'파,,,하 주간 대학원이 뭐 그렇게 대단한건가? '

"아..알고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제가 그런 공부를 좋아했어요. 00대는 교수진들이 어때요.어떤 성향이에요."

"네...줄라 줄라 줄라...(대략 정리하면 대개 미국에서 공부한 구조기능주의자들이다.라는 뜻이다.아 그리고...000교수는...(잠시 멈칫..눈치 한번 보고)...음...앙리..르베브르라고 아세요? 일상사라는 건데요...그걸로 쫌 유명하시지요."

'아..네.<현대 세계의 일상성>이란 책...얼마전에 표지바꿔서 나왔는데"

"음...그런 책일꺼에요 아마.."

(방백)..켁켁켁...앙리 르페브르라고 압니다.마님...사회학 개론은 내려놓고 말씀하세요...

음...이 진보적으로 나서시는 이 분의 한계는 '푸코'에서 반짝였다.

"음,,,그러면 푸코같은 것도 배우나요? "

"(잠시 생가하다)어.. 그 동성애자.......뭐 다음 학기에 현대 사회학 같은데 가면 배우겠지요."

................................

나는 개인적으로 학문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함부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그 쪽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약간 화가 난다. 특히 내가 갖지 못한 기회를 이런 저런 이유로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질투같은 것도 있다.

 물론 '너도 그런 어려운 책 보고 공부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나는 학문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하는 것이고 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세상을 좀 볼 수 있는 교양인이 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교양인의 독서와 학자의 독서는 다르다. 나는 대학이 교양을 쌓는 곳이고 대학원부터는 학자의 길  또는 공부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대학에서 쌓이지 못한 교양은 대학원에도 쌓이지 않는다. 행여 뒤늦어서 대학원에서 교양의 길에 들어섰다 할 지라도 그걸 3번째 예처럼 뻐기지는 말자. 매우 웃긴다.

이름에 속지 말아야하며 또 이름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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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4-2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입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어디 학교를 나왔다, 어느 학과를 나왔다, 어느 대학원을 다닌다, 주간이다 야간이다 모두 무의미합니다. 어디 유명한 대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박사과정에 진입했다고 해서 대단하게 볼 게 못됩니다. 어느 학교에 있고, 어느 과정에 있느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죠. 마치 예를 들어 서울대가 워낙 서울대 서울대 하니까, 자신이 서울대 박사과정생이면 자신의 사유 능력이나 교양과 상관없이 마치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 같이 생각하면 그 사람만의 생각인거죠. :) 저도 뭐 대학원 나왔지만, 그냥 졸업장과 빚이 있다는거 빼고는 별 의미 없습니다.

드팀전 2008-04-22 18:03   좋아요 0 | URL
아프님의 빚보다 제 빚이 더 많아요.저희집 3분의 1은 아직 은행꺼 ㅜㅜ

마늘빵 2008-04-23 00: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집은 있으시잖아요. 크크.

드팀전 2008-04-24 09:14   좋아요 0 | URL
ㅎㅎㅎ...아프님보다 10년 가까이 제 노동을 팔아서 화폐로 바꾸었으니까.

sweetmagic 2008-04-23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원은 공부가 아니라, 학위가 필요하면 가는 곳이다.
(내가 똥창 같은 학교를 다녀서 그렇나 ? 하는 고민을 하며 대학원 생활 골빠지게 하고 얻은 결론입니다.몸과 마음과 세월을 바쳐 우려낸건 허울 뿐인 학위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

드팀전 2008-04-23 08:3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하긴 박사까지 계속 공부하려면 일단 대학원은 다녀야하니까.
해리코닉 주니어랑 같은 동네에 사신다면..반상회에 꼭 나오라고 하세요. 안나오면 벌금물리거나 동네 마을회관에서 노래 한곡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