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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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 때 그 나라는 '소련'이라고 불리웠다. 그 나라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바로 그 때다.전 세계를 붉은 물결로 만들 야욕도,지구를 몇 번 파괴할 핵무기의 공포도 그 때보다 강하지 않았다.

영화 <백야>에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만남.

왜 나에게 이러한 야생마들이 주어졌을까?
끝까지 못살았고, 나는 마지막까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나는 말들을 노래하리라. 못 다한 노래를 부르리라.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야생마>

 지축을 찢으며 허공을 나는 바리시니코프라는 '시각'이미지와 갈라진 땅을 타고 흐르는 '비소츠키'의 '청각 이미지'가 텅빈 무대 위에서 서로 뒤엉켰다. 죽음을 앞둔 수컷 사마귀의 사랑처럼 두 가지 이미지는 투쟁하고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물론 이들에 대해 알게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당시 나는 중학생이었으니까....하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는 어린 마음에 빗금을 그었다.

'아...저런 것.내가 아는 그 부드러운 선율들과 흥쾌한 분위기와 다른...그것이.... 있었구나.'

 나이가 들면서 음풍농월하다 보면 '러시아 예술'을 피해갈 수 없다. 그것은 서울역에 내리면 대우빌딩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그런데 '러시아 미술'은 이상하게 낯설다. 이 책의 저자 이주헌도' 러시아 음악과 문학이 비교적 체계적인 방식으로 한국에 소개된것에 비해 미술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물론 러시아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음악도 문학도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것이겠지만 장르적으로 보면 미술이 더 소외받은 듯 한 것 사실이다.

나만 하더라도 러시아 작가와 음악가에 대해 적어 보라면 그래도 몇 명 적을 수 있을 듯 했다. 그런데 미술가라고 하면 두 세명 안팎이었다.(이 책을 봐도 몇 명 더 기입하긴 쉽진않다.러시아의 '..스키' "...초프' 들은 한 두번 들어서 이름 적어내기 쉽지 않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은 하얀 눈위에서 더 선명한 핏자국처럼 러시아 미술의 큰 족적들을 따라간다. 대중적인 글쓰기로 인기가 있는 이주헌은 러시아라는 비행기의 쌍발 엔진인 샹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두 곳 미술관을 중심으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미술관-여행을 시작한다. 러시아가 혁명 이후 미술작품들을 국유화하면서 이 두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일정에 제한을 받는 여행객들에게는 역사의 상흔이 오히려 도움이된 아이러니이다.

이 책에서는 서유럽 미술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는 러시아 미술의 특징적인 면모가 부각된다. 여기는 러시아가 역사와 종교면에서 서유럽의 전통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비잔틴에 영향을 받은 러시아 정교, 벨에포크 시대에도 강력하게 존재했던 차르 통치,그리고 비참함을 견뎌야 했던 러시아 민중의 삶,나폴레옹과의 애국전쟁에서의 승리....러시아 예술은 서유럽의 문화에의 편입과 슬라브의 독자성 사이에서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갖게된다.

이 책에서는 러시아의 이콘화,장르화,종교화,풍경화,초상화 등이 소개된다. 대제목을 장르별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작가별로 작품을 소개한다.

나의 눈길을 오래 잡아 두었던 작품들은 일랴 레핀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자포로지예 카자흐>콘스탄틴 플라비츠키의 <타라카노바의 황녀>,알렉산드르 베네치아노프의 <봄의 들판>,미하일 브루벨의 <앉아있는 악마>니콜라이 게의 <무엇이 진리인가?>,바실리 페로프의 <수도원의 식당> 등이었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에서는 러시아 미술만 다루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미술관을 찾아가는 형식을 띠고 있기때문에 러시아가 콜렉션한 서유럽의 작품들도 소개가 되고 있다. 대략 책의 3분의 1정도는 거기에 할애하고 있다. 기획의도가 있기는 했겠지만 차라리 러시아 미술로만 한정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다. 물론 덕분에 루벤스의 <로마의 자비>나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같은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날이다.

러시아 작품들을 만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미술과 삶이 서로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를 응시하며 또는 서로를 고발하며서도 따뜻하게 서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서점에서 이 책을 고르면서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와 무게질을 했다. 최근에 머리를 많이 움직이게 하는 책을 보다보니 쉬어가는 요량으로 고르겠다는 취지였기에 부피가 좀 더 가벼운 책을 골랐다. 그런데 결국 <러시아 미술사>도 구매하고 말았다. 뒤에  산 책은 대충 훑어보았는데 일단 중복되는 내용들이 꽤나 있다. 한 쪽에 빠진 그림이 다른 한 쪽에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일랴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미술사>는 장르를 구분하되 작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즉 사조와 작가를 최대한 가깝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서술해 놓은 듯 하다. 그리고 20세기 러시아 미술에 대해서도 조금 더 할애한다. 대신 이주헌은 러시아에가서 만날 수 있는 서유럽작품들을 더 소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러시아 미술에 푹빠졌다.그와 더불어 내가 가고 싶은 도시중에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수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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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8-03-21 21:30   좋아요 0 | URL
러시아 애호가가 한분 느셨네요.^^

드팀전 2008-03-21 23:52   좋아요 0 | URL
로쟈님 애호가(?)이기도 해요

비로그인 2008-11-01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칸딘스키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로 인해 러시아 예술을 평생 사랑할 것 같습니다. 생각난김에 두 인물의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네요~

드팀전 2008-11-01 14:58   좋아요 0 | URL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예전에 즐겨(?)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