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 시공 로고스 총서 5 시공 로고스 총서 5
J. G. 메르키오르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리뷰의 제목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수많은 푸코 연구자와 푸코매니아들이 발끈하셔서 제게 달려든다면 참으로 곤란하기 때문입니다.천규석 선생이 '유목주의'는 야만이라고 했다고 이정우 철학박사께서 '무식한 노인네.당신이 들뢰즈를 알아?' 라고 했던 전공자의 예리함을 받아낼 자신은 없습니다.저 말은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서 저자 메르키오르가 한 말입니다.(외부필자가 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드팀일보-)

푸코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사람입니다.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제가 문제적 인간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물론 이런 호기심과 친교는 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실제 문제적 인간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베토벤을 무척 좋아하지만 제가 베토벤 시대에 살았다면 그 괴팍한 영감과 친구가 되었을까요? 아닐겁니다. 아마 파파 하이든처럼 무난한 사람과 더 가까왔을 듯 합니다.그래도 문제적 인간을 매도하는 편에 설 만큼 인류애가 각박하지는 않기때문에 문제적 인간들에 대한 호기심도 마르지가 않습니다.

푸코라는 사람은 스타일부터 외계인 같습니다.잘생긴 외모지만 헤어스타일 덕분에 문어별에서 온 외계특사처럼 보입니다.저희 집 아기도 푸코의 사진을 보면 '어 어 어'(아빠의 매끄러운 번역에 의하면 '어..어느 별에서 왔어요? 정도 됩니다.) 라고 관심을 보입니다.푸코의 학문적 영역도 기발합니다.첫번째 나온 책이 <광기의 역사>. 즉 미친년놈들이 학문의 대상이 된거지요.조금 뒤에는 또 의학에 무슨 조예가 있으서셔 <임상의학의 탄생>을 쓰십니다.후기로 오면 프랑스에서 크라샹만큼 많이 팔렸다는 <감시와 처벌>이 나오지요.이건 큰집 이야기입니다.이랬던 사람이 죽기 얼마전부터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섹스에 대해 뒤적입니다.철학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는데 얼추 역사학자이기도 했습니다.본인은 '현재의 역사가'라고 스스로를 불렀습니다. 

메르키오르의 <푸코>는 이 문제적 인간이 벌인 학문적 결과물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있는 책입니다.책은 머리 속으로 따가가기 편리하게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즉 푸코의 첫번째 책 <광기의 역사>부터 출간 순서에 따라 푸코의 철학과 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갑니다.먼저 푸코가 남긴 각각의 텍스트에서 푸코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그리고 그 의미들을 설명합니다.이어서 비판이 이어집니다.이 비판에는 저자가 구성한 것도 있고 다른 푸코 연구자들의 비판을 인용한 것들도 있습니다.마지막 장에서는 총체적으로 푸코의 철학이 가진 기여와 딜레마를 정리합니다.하버마스의 비판을 인용하여 푸코철학이 가진 철학의 죽음을 도출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통해 '자유주의적 무정부주의자''강단허무주의자'로 그의 철학에 레테르를 붙입니다.  

메르키오르는 푸코가 남긴 굵직한 책들은 거의 다루고 있습니다. (인터뷰나 강의록 등은 부분적으로 인용됩니다) 분량으로 보면 가장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텍스트는 <말과 사물>,<감시와 처벌>입니다.심세광 교수의 강의를 잠깐 도강해봤는데 <말과 사물>은 대우학술총서 이후에 국내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푸코는 이 책을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을 읽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분류법에 대한 이국적 적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지요.<말과 사물>은 좀 어려운 책인 듯 합니다.별로 읽고 싶지는 않더군요.(푸코의 책이 어렵지 않은게 어디있겠습니까만은..) <말과 사물>의 주제는 경험을 정돈하는데 부과되는 근본적인 코드에 대한 것입니다.그 유명한 '에피스테메'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이것은 어떤 사유의 기초가 되면서 특정 시대의 지식의 모든 흐름밑에 있는 하부구조를 말합니다.<말과 사물>에서 푸코는 역사적으로 네 개의 에피스테메를 설정합니다.17세기 중반까지 전고전시대,18세기말까지 고전시대,그리고 근대,1950년 대 이후 현대 입니다.푸코는 이 시기에 에피스테메가 어떻게 변이하는지 그리고 담론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지요.먼저 르네상스 시대에는 말과 사물이 분리되지 않는 유사성의 시대라고 합니다.이후 고전시대에 들어오면 유추의 시대가 가고 분석의 시대가 들어서게 됩니다.표상이라는 개념이 출현하지요.푸코는 쉬운 예로 <돈키호테>를 들면서 소설 속에서 정체성과 차별에 바탕을 둔 이성이 기호와 유사성을 핵심으로 한 르네상스 지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에피스테메의 변이는 중심되는 담론의 변화도 이끌어냅니다.예를 들어 고전시대 부의 분석이 에피스테메의 변이로 인해 정치경제학으로 학문의 바톤을 넘기게 됩니다.(그러나 이후 푸코는 '에피스테메'개념을 뒤로하고 '담론'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어쨋거나 여차 저차해서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인 것 만은 사실입니다.)

메르키오르는 <말과 사물>에 대한 비판에서 먼저 에피스테메의 불연속성과 단일체적 견해 대해 비판합니다.푸코는 에피스테메에 절대적 단절을 주장했고 특정 시대에 모든 지식의 가능성을 규정하는 에피스테메는 단 한가지로 보았기때문입니다.총체성 부문에서는 <지식의 고고학>에서 푸코가 부정합니다만 저자는 이걸 단순히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어쨋거나 메르키오르는 과학사의 연속성과 세계의 수학화를 예로 들면서 푸코의 단절론과 지엽적인 담론선택을 비판합니다.또한 메르키오르는 <말과 사물>이외의 책 <광기의 역사><임상의학의 탄생><감시와 처벌>등에서도 푸코의 자료선택과 해석의 임의성,왜곡에 대해 지적합니다.그는 이 책들에서 푸코가 천착했던 주제들에 대한 역사학적 연구들을 토대로 푸코가 자료를 목적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합니다.푸코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저자는 역사학적으로 푸코의 역사적 객관성이 형편없다고 평가합니다.물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전제를 두기는 합니다. "푸코 역사의 객관성은 전반적으로 보아 역사의 여신 클리오에게 일급의 칭찬을 퍼부었던 세기에 이루어졌던 일급의 역사 연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습니다.

저자는 푸코가 계몽주의와 근대이성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에서 인식의 출발점을 잡고 있다고 봅니다.또한 구조주의 영향하에서(푸코 자신은 부인했지만) 주체 문제에 대해 등한시 했다는 것입니다.물론 <성의 역사>에서 푸코는 권력/지식 망에 완벽하게 포위된 개인이 어떻게 자기 통제화를 통해 주체화 해나가느냐에 관심을 갖습니다.저자는 그동안 푸코가 작업해왔던 방식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그런데 푸코 입장에서 보면 권력에 포위되지 않는 개인의 존재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했던 방향일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메르키오르는 엘리아스같은 문화사가들이 서구의 진보와 자기통제의 확대를 동일시하는 태도로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었던 점을 이야기합니다.하지만 푸코의 경우 근대화 과정의 '문명'에 적극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기때문에 <성의 역사>에서 언급하는 역사적 이야기(그리스의 성이야기)와 주체를 지배도구로 삼는 권력이라는 주제와 일치시킬 수 없다고 봅니다.

메르키오르의 비판은 주로 푸코의 초기,중기 사상-고고학,계보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푸코 스스로도 <성의 역사1>이후 약 8년간의 침잠에 들어갑니다.그리고 이후 <성의 역사2>에서 부터 주체의 재문제화를 꺼내들기 시작합니다.이를 푸코의 자기부정이라고 보는 견해는 푸코에 대한 또하나의 목적론적 비판이 아닐까합니다.실제로 푸코 후기 사상이며 푸코의 이론적 탈출구라고 할 수 있는 '주체화'에 대한 부문은 이 책에서 너무 간단하게 처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리고 푸코가 주체화를 이야기했다고 그것이 과거 자신의 학문과의 단절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오히려 자기비판적 문제제기와 돌파라고 보여집니다.푸코가 주체화를 이야기하지만 결코 권력문제와의 결별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푸코는 주체가 통제된 복속상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자각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주체의 모습도 상정합니다.이는 푸코를 구조주의의 한 흐름으로 파악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을 외면한다면 푸코에 대한 왜곡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저자는 푸코에게서 바쿠닌류의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를 읽어냅니다.그런데 이것 역시 푸코의 실천방식에 대한 극단적 해석은 아닐까 합니다.푸코는 권력의 격자망에 사로잡힌 개인은 '복속하기'에 대한 투쟁의 양상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보는 듯 합니다.푸코는 권력을 억압으로만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착취라는 지배형식에 대한 투쟁만으로는 해방적 가치를 획득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책의 결론에 와서 메르키오르는 푸코의 사상에 대해 몇 몇 단어로 정리합니다.푸코는 뱅상 데콩브가 말한 (폴 리쾨르가 먼저한 건 지 누가 먼저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의심의 3인방-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의 후예라는 것입니다.그러나 이들보다 더 급진적인 후배로 기억될 듯합니다.왜냐하면 마르크스나 니체는 계몽주의에 대해 푸코처럼 쌍심지를 들고 반대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또한 권력 문제에 있어 비마르크스주의적 경향을 보입니다.푸코는 권력을 억압만이 아니라 생산하는 권력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기 때문입니다.저자는 푸코가 니체의 우산 아래 있지만 대안없는 문화적 비관주의에 경도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지요. "푸코의 사상은 단정적인 니테의 에토스와 도덕에 대한 근대적인 망설임의 중간지점에 세워진 집이다.저자는 68혁명과 푸코와의 관계를 슬쩍 언급하면서 푸코를 가장 의심스러운 '반문화' 게이머로 언급합니다. " 그 게임은 근대사의 의미를 다시 말들어 내는 것이었다.그렇게 하여 근대적 이성, 자유주의적 문화의 주된 원천이며, 또 패러다임인 계몽사상에 반역하는 아주 잘못된 편견에 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하버마스의 비판을 인용하여 푸코에서 연상되는 '보편적 이성의 포기'가 '철학의 종말'을 유도할 뿐이라고 말합니다.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푸코가 활약하던 당시 프랑스 철학 시장 내에서 푸코의 위치를 말하면서 푸코의 사상이 가진 '무정부주의적 '시장성에 대해 언급합니다.결론적으로 저자는 푸코를 부정주의와 비합리주의를 대표하는 비유토피아적 신무정부주의자로 정리합니다.

푸코는 이래저래 문제적 인간이 맞는 것 같습니다.<푸코>에서 메르키오르는 흥미진진하게 책을 이끌어갑니다.이 책이 입문서로 옳은지 아니면 비판서로서 옳은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하지만 균형감을 가지고 푸코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나침반이 될 듯 합니다.이 책에서 나온 푸코 비판으로 인해 푸코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입문서 수준의 분량에서 푸코 철학의 비판과 반비판을 전부 거론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푸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고 또 푸코를 받아들인 다는 것이 전면적 수용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지난 번에 보았던 <치즈와 구더기>의 주인공 메노키오가 생각이 나는군요.그가 읽었던 책이 그의 반카톨릭적 종교관을 그대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16세기 방앗간 주인이 그랫던 것 처럼 푸코를 읽는 사람들 역시 때로는 과감한 단순화,때로는 이종결합,때로는 혼성에 의해서 '자신의 푸코'를 엮어내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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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10-03 12:10   좋아요 0 | URL
역사의 여신 클리오에게 일급의 칭찬을 퍼부었던 세기에 이루어졌던 일급의 역사 연구...가 결국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푸코를 욕할 수만도 없겠지요. 그넘의 역사 연구와 민족 연구가 결국 살상의 논리로 무장하게 된 걸 보면... 푸코는 살상쟁이는 아니니까요.
저도 푸코에 관심은 있으면서도... 가까이 하기엔 쪼매 먼 사람이란 생각을 늘 합니다.
멋진 리뷰를 잘 읽고 갑니다.
겨울 방학쯤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드팀전 2007-10-03 12:2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푸코에게 낚시밥만 던지고 있는 입장이지요.조금 더 낚시밥은 던져보고 그냥 돌아갈지 말지 생각해 볼 작정입니다.^^

로쟈 2007-10-03 12:32   좋아요 0 | URL
푸코 연구자들이 이 책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기인 2007-10-03 21:52   좋아요 0 | URL
오 드팀일보 잘 봤습니다 :) 저도 요즘 '감시와 처벌' 개역판을 주문했는데, 방에 있던 판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많이 '개역'되었으면 좋을텐데.. 신판(2003판)에 대해서는 마지막부를 제외하고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드팀전 2007-10-03 21:57   좋아요 1 | URL
제가 본 건 무슨 판인가요? 5-6년전에 봤는데 오생근 역 <감시와 처벌>나남출판사...
그나저나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