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국주의 한울아카데미 737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제국주의'는 너무 많이 말하여져서 이제는 말하여지지 않는 용어 중에 하나이다. 이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기억처럼 과거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용어가 되버렸다.'제국주의'라는 용어의 과잉과 급속한 몰락은 금새 달구어졌다가 식어버리는 양철냄비같은 지적 토대의 부실함에도 관련이 있다.한때 '제국주의'는 '패권적 강대국'과 동일시되어 버리는 불운을 겪었다.아무 곳에나 '제국주의'라는 말을 붙이면 상대는 '악'의 콧바람을 뿜게 된다.'파시즘'이라는 말이 '권위주의적 군사정권'과는 다른 의미를 갖음에도 전부 다 '파쇼'라고 지칭해서 의미론적 혼돈을 불러일으킨 것과 유사하다.상표로서 '제국주의'를 일회용 젓가락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다.(요즘은 오히려 그런 말이 남발되던 시절이 오히려 나은 것 아니었나 싶기도하다.)실제 많은 사람들은 '미제국주의' '일본제국주의''또는 '제국주의적 속성'등이라고 하는 미디어적 수사를 넘어서서 그 속살을 고민하지 않고 사용했다.

'제국주의' 논쟁에서 언제나 중심축에는 레닌이 있다.레닌은 역사결정론적이 방식으로 고도화된 자본주의가 걸을 수 있는 길은 '제국주의'라고 언명했다.즉 병아리가 자라면 닭이 되듯이 자본주의도 궁극적으로 제국주의가 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존재적 속성이라는 것이다.20세기 초 레닌의 지적은 분명히 옳았다.(그리고 지금도 그 유효성은 현존한다.)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하물며 맑스나 레닌쯤이야..자기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교조적으로 해석되고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의미에서 맑스는 좌파내에서 훨씨 많은 비판과 재구성 작업을 거친다.'제국주의'는 그럼 어떨까?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더불어 '제국주의'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새로운가?

데이비드 하비의 <신제국주의>는 레닌의 제국주의론보다도 한나 아렌트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한나 아렌트는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라기보다는 부르주아적 정치 통치의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했다.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데이비드 하비의 <신제국주의>는 포스트모던한 '제국'논쟁과 대립되는 측면에서 고전적 <제국주의>에 더 까깝다.데이비드 하비는 이런 입장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과 새로운 제국주의적 운행방식을 '신제국주의'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책을 썻던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몇 년전이어서 하비의 예측과 분석이 현실정합적인 것은 아니다.그렇지만 하비는 '신제국주의'가 지향하고 진행되고 있는 경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지난 이야기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주의 분석은 기본적으로 세계체계론의 입장을 따른다. 함께 공동연구한-존스홉킨스대학에서-지오반니 아리기의 틀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다.아리기는 <장기 20세기>에서 역사적 자본주의를 국가를 매개로한 자본주의 헤게모니 경쟁의 차원에서 설명한다.아리기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체계적 축적순환'과 '국가간 체계'이다.그는 국가간 체계에서 헤게모니 국가의 등장은 '조직혁명'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은 마르크스의 위기론과 슘페터의 조직혁명론의 조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데이비드 하비 역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권력의 영토적 논리'와 '자본주의의 논리'의 모순적이 결합으로 파악한다.왜 이 관계가 모순적일까? 일단 '영토적 논리'(국민국가라고 이해해도 될 듯 하다)는 주권이 작용하는 한정적인 공간에 국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정치적 군사적 행동에 대한 제약등이 걸리는게 많은 체계이다.반면 '자본의 논리'는 시공간에 자유롭고 고정된 영토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자본이야말로 유목이다.역사적 자본주의를 보면 결국 이 둘의 상호배치되는 논리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변증법적 관계를 형성한다.물론 브로델적인 모델에 따라 '자본주의는 독점을 지향하고 독점을 위해 국가를 필수로 한다'라고 환원해버릴 수도 있을 것 이다.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이 둘은 논리적으로는 상호배제적이지만 실제로는 상호협력적이었다.아리리 역시 이와 유사한 질문을 던진다.

<신제국주의>를 구성하는 데이비드 하비의 두가지 중요개념은 '시공간적 조정'과 '강탈에 의한 축적'이다.먼저 '시공간적 조정'이란 무엇인가? 이는 맑스의 과잉축적의 위기를 만드는 이윤율 하락과 그에 대한 재정식화 이론으로 부터 도출된다.맑스의 위기론은 기본적으로 자본의 잉여와 노동력의 잉여와 관련이 있다.노동은 항상 잉여상태로 유지되어야하고 자본 역시 잉여가 없으면 돌아다니지를 못한다.데이비드 하비는 그중에서 축적되어 남아도는 '유휴자본'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시공간적 조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었다.즉 '남아도는 자본의 갈 곳은 어디인가? '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본과 노동력의 잉여가 주어진 영토 내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내적으로 흡수될 수 없다면 이들은 감가되지 않기 위해 이윤 창출 가능성이 실현되는 새로운 지형을 찾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금융'과 '국가'이다.흔히들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차관'이라는 것 역시 '시공간적 조정'의 개념으로 보면 미국식 소비주의를 확산하는 자본의 공간적 재조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현재 '유휴자본'이 올인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거대한 제조업의 엔진으로서 발진한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갈 곳 잃어 헤메이는 '축적된 자본'의 해우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아리기가 다음번 헤게모니 이행지로 '중국'을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은 궤를 같는다.

다음으로 중요한 개념은-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된 것이라고 하는 -'강탈에 의한 축적'이다.여기서 말하는 강탈에 의한 축적은 식민지를 만들어서 원자재 공급시장과 상품의 수요시장을 만드는 전통적 의미의 제국주의적 강탈과는 다르다.그러므로 '모든 자본주의적 축적은 강탈이다'라는 말은 구체적인 입장에서는 하나마나 한 말이다.데이비드 하비는 맑스의 '시원적 축적'이 현단계 자본주의에서 설득력이 미약하다고 본다.맑스는 기술적으로 유도된 산업예비군을 제외하곤 '시원적 축적'에 대해 그닥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말한다.또한 데이비드 하비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자본주의는 비자본주의적 세계를 자본주의화하면서 축적한다'는 테제에 대해서도 일정정도 선긋기를 한다.룩셈부르크의 테제는 자본주의 타자를 상정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제국의 안과 밖이 없다'라는 분석이 나오는 마당에 룩셈부르크의 테제 역시 고찰이 필요하다.(룩셈부르크의 비자본주의 영역이라는 것은 훨씬 광범위한 범위이기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데이비드 하비가 이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탈에 의한 축적이 수행하는 것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일단의 자산을 방출하는 것이다.과잉축적된 자본은 이러한 자산들을 취득하여 즉각적으로 이들을 이윤 창출이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감가된 자본 자산은 과잉축적된 자본에 의해 불티나는 가격으로 판매되어 이윤 창출이 가능하도록 자본순환과정에 재회전 될 수 있다.그러나 이 점은 일종의 위기를 의미하는 감가(가격을 낮춤)의 파도를 우선 요구한다.위기는 자본주의 체제를 합리화하도록 계획되고 관리 통제될 수 있다.

강탈에 의한 축적은 97년 IMF를 겪어 세계경제의 칼바람을 눈앞에서 목격은 우리들에게 오히려 쉬운 개념이다.TV 뉴스에 나오는 '00기업 헐값 매각' '00그룹 대규모 구조조정' '00노조 민영화반대' 등등이 전부 '강탈에 의한 축적'의 예들이기 때문이다.이런 것이다.과잉축적된 자본은 신자유주의-금융자본주의의 바람을 타고(IMF와 세계은행의 이름을 단) 국내에 경영합리화를 요구한다.구조조정도 하고 인원도 비정규직화하고 복지도 삭감하고 비용도 줄이고-그 중에는 또 분명 합리적 요구들도 있다-하여간 이런 걸 다 해서 기업의 똘방똘방하며 팔아먹기 좋은 상태로 만든다.즉 딱 삼광만 남기도 나머지는 팔아먹어 버린다.삼광의 가치를 높이 부풀려서 다시 팔아먹는다.그러면 자본은 또 이윤을 챙기고 이제 이 나라를 떠나면 된다.다른 화투판은 늘 있으니까...쉽게 말하면 이런게 '강탈에 의한 축적'이다.외환은행..론스타..뭐 이런거 떠올리면 된다.그 외에도 '민영화'는 '같탈에 의한 축적'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공공재의 성격이 강했던 물,전기,에너지,교통 이런 것들을 전부 '민영화'한다.(이런 관급 기관들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낸다.)그리고 매입된 공적 소유기업들을 또 이리 저리 굴려서 다시 매각한다.그리고 다른 화투판으로 간다.데이비드 하비의 '강탈에 의한 축적'은 상위 계급들에게는 그닥 여파가 없다.어차기 미국 자본주의는 전세계적으로 상위계급들을 포섭하고 동지로 어깨동무해서 영토내의 저항을 무마해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설가보다 활동가로 이름을 날리는 아룬다트 로이의 결론은 이 점을 명확히 말해준다."생산적인 공적 자산을 국가로부터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것이다.생산적 자산은 자연자원을 포함한다.땅,숲,물,공기,이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가 맡아두고 있는 국민의 자산이다...이들을 탈취하여 민간기업에 재고로 판매하는 것은 역사상 전례없는 규모로 야만적인 강탈과정이다."

데이비드 하비가 이 책을 쓴 것은 사실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석유라는 향후 헤게모니의 중요한 요소를 장악하기 위한 작업을 명백히 밝히기 위함이었다.석유를 잡아야 향후 중국의 헤게모니 부상에 대해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이 앞으로 50년간 헤게모니를 더 편안하게 유지하려면 이라크를 거점으로 하는 중동문제에 있어서 힘있을 때 반드시 잡아놓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라크의 후세인이 사형을 당하고 후견정권이 들어서고 있지만 미국의 의도가 제대로 풀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미국이 설령 전세계적 패권국가라고 하더라도 국제관계에서 내적 외적 변증접은 여전히 중요하고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데이비드 하비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적 자본축적과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뉴딜'정책을 주문한다.이를 통해 국가가 훨씬더 개입적이고 재분배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데이비드 하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들 사이의 이런 시혜적 뉴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비드 하비는 결론에서 미국내 새로운 행정부의 구성이 전환점이 될 수 잇다고 말한다.현실 정치 수준에서 분명히 현재의 일방적 패권주의에 변화는 가능할 것이다.공화당에 지친 미국은 다음 번에 힐러리든 오마하든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물론 그들중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거대한 움직임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또한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루즈벨트가 썻던 자본/노동/국가의 삼자 연합체로서 '뉴딜' 역시 그대로 제현되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뉴딜'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자본의 무분별한 유동성을 막고 국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었다.또한 노동은 포드주의적 방식으로 포섭했다,그러나 이후 국제 통화체제의 변화와 자본의 고도화.프롤레타리아층의 다변화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개입적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뉴딜'식의 전면적이 되기란 요원해보인다.

레닌의 질문과 로이의 대답 사이에 그 답이 있을 지 모른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의 세계에 발생하고 있는 것들은 포괄적으로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어마어마하다....이의 범위와 둘레를 찬찬히 생각하는것,이를 정의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들 모두와 한꺼번에 싸우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이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특정한 방법으로 특정한 전투에서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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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7-30 15:44   좋아요 0 | URL
참 어려운 책을 이리 정갈히도 쓰시는지 또 한번 감탄을 하고 갑니다. 보관함 속에 들어갑니다.

드팀전 2007-07-30 17:29   좋아요 0 | URL
늘 과찬에 몸둘바를...사실 읽기에 만만치는 않은 주제이다보니 비판적 접근보다 정리하는 쪽에 힘을 더 많이 싣고 있어요.점점 딱딱해져가는 리뷰에 대해 고민중입니다.조금 더 쉽게 풀어쓰기엔 제 내공이 아직 부족해서..리뷰에 쓰진 않았는데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처음에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고 생각했지만 그 외에도 군데 군데 국문법이 맞나 싶은 정도인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로쟈님 정도라면 원본 대조 번역문제를 찾아내겠지만..그건 제 능력 밖이어서..어쨋거나 찾으면 번역상 오류가 꽤많을 것 같다는 혐의를 두게 됩니다.별 세개 주었어야되나??^^

오월의시 2007-07-30 23:51   좋아요 0 | URL
추천합니다.

드팀전 2007-07-31 12:07   좋아요 0 | URL
^^ 아 그럼 저 이주의 마이리뷰 되는거에요..호호호

마늘빵 2007-07-31 10:45   좋아요 0 | URL
여기 한울 아카데미 책들은 다 묵직하더라구요. -_- 읽기 쉽지 않아보이던데.

드팀전 2007-07-31 12:08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끝이 나오는게 모든 책의 장점입니다.
아프님이 좋아하시는 진씨부터------>복씨까지 지루해지시면 보세요.

마늘빵 2007-07-31 12:21   좋아요 0 | URL
'진씨부터 복씨까지'라는 말이 참 많은걸 담아내고 있네요. ^^

드팀전 2007-07-31 12:41   좋아요 0 | URL
옹..별뜻 없이 생각나는 두 사람이어서 그런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