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역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서재에 들어왔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괜히 "내것"이라는 강한 자부심이 들기도 하고...조금씩, 서재가 완성(완성이라는 표현이 이때에도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될때마다, 이 들뜨는 기분이란!
그러다,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이를 먹고, 10년, 20년이 흘러도 이 서재가 그대로 있을 것인가 하는...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는 생각인것 같기도 하고, 벌써부터 뭐 그런 걱정을 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원체 사람이란 "내것"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나타나면 집착을 하기 마련인것이다.
만약에, 갑자기 애지중지 가꾸던 서재가 사라진다면...아~그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라..낮이고, 밤이고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화단을 누군가 짓밟았다면, 아님 깜쪽같이 사라졌다면...
네버~네버~그런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대답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어지간히 할 일이 없긴 한가보다. 아니지..이런 생각은 그리 나쁜 생각도 아니고 쓸데없는 생각도 아닌것이다. 무언가에 열정을 갖고 가꾸어 나가고 그것에 정신을 쏟는다면 그건 그 무엇보다도 귀한 보물이 아닌가. 남들에게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 종이들이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귀중한 보물이듯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누군가 그랬던 말을 다시 상기시켜 본다. 정말 "문득"이라는 단어는 묘한 느낌을 풍기는 단어이다. 문득~ 웬지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방갑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문득이란 단어 뒤에 붙을 단어들은 정말로 많은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이 서재를 잘 가꾸어 나가서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에게 이 서재를 물려주고, 그 자식은 자기의 자식에게 또 물려주고...그럼 어떻게 될까? ㅋㅋ 생각만으로도 웃긴 일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때까지 <알라딘>이 사라지지야 않는다면..
갑자기 조바심이 인다. 이 곳에 옮긴 나의 흔적들을 종이에 옮겨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그러다 킥킥 거리며 웃고 만다.
오늘도 서재에 들어와서 나의 흔적들을 남기면서 참으로 난 많은 생각을 한다.
ps)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을 읽었다. 아! 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사실, 처음에는 그 여행이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차츰 차츰 그 속에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처음엔 글자들만 읽었고, 뒤에 갈수록 난 <여행의 책>에 계약을 나도 모르게 이행하고 있었나 보다.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의 작품들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씩 다 읽고 싶다. 그의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에 경이로움을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