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이었을 껍니다.
청소를 하다가, 엄마가 바퀴벌레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제 성격 같으면 그대로 두꺼운 뭔가를 찾아서 그위를 덮쳤을 겁니다. '바퀴벌레'하면 질겁을 하는 나로서는.
그런데 울 엄마, 바퀴벌레도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이 놈도 살아야 되는게 아니냐면서, 밖으로 가지고 가시더군요. 전 멍하니 엄마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죠.
잠시후, 엄마가 침울해져서 돌아오셨습니다.
"엄마, 왜?"
"내가 바퀴벌레 살려줄려고 밖으로 던졌거든" -母
"왜? 살려줄려면 마당에 놓아주지. 뭐할라고 밖으로 던지노?"
"그냥. 운명을 시험에 보고 싶었다. 살려주니, 높은 곳에서 던져도 살수 있음 사는거고, 죽으면 할 수 없는 거지. 그게 지 운명인데..." -母
"그래서 죽었나?"
"그게. 내가 던지니까, 살아서 기어가는데, 어떤 아줌마가 이런거 던지면 어떡하냐고, 그 자리에서 발로 밟아서 뭉개버렸다. 난 기어서 가길래 잘살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살렸더니, 다른 사람이 죽이는구나." -母
엄마의 그 말을 들으면서, 웬지 모르게 멍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거기엔 엄마가 보내준 바퀴벌레가 그 모양, 그대로 뭉개져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바퀴벌레만 보면 기겁을 하며, 죽여야 하는 저로서도 이상하게 느낌이 묘했습니다. 아마 엄마의 그말 때문이겠죠?
'내가 살렸더니, 다른 사람이 죽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