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이었을 껍니다.

청소를 하다가, 엄마가 바퀴벌레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제 성격 같으면 그대로 두꺼운 뭔가를 찾아서 그위를 덮쳤을 겁니다. '바퀴벌레'하면 질겁을 하는 나로서는.

그런데 울 엄마, 바퀴벌레도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이 놈도 살아야 되는게 아니냐면서, 밖으로 가지고 가시더군요. 전 멍하니 엄마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죠.

잠시후, 엄마가 침울해져서 돌아오셨습니다.

"엄마, 왜?"

"내가 바퀴벌레 살려줄려고 밖으로 던졌거든" -母

"왜? 살려줄려면 마당에 놓아주지. 뭐할라고 밖으로 던지노?"

"그냥. 운명을 시험에 보고 싶었다. 살려주니, 높은 곳에서 던져도 살수 있음 사는거고, 죽으면 할 수 없는 거지. 그게 지 운명인데..."  -母

"그래서 죽었나?"

"그게. 내가 던지니까, 살아서 기어가는데, 어떤 아줌마가 이런거 던지면 어떡하냐고, 그 자리에서 발로 밟아서 뭉개버렸다. 난 기어서 가길래 잘살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살렸더니, 다른 사람이 죽이는구나."  -母

 

엄마의 그 말을 들으면서, 웬지 모르게 멍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거기엔 엄마가 보내준 바퀴벌레가 그 모양, 그대로 뭉개져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바퀴벌레만 보면 기겁을 하며, 죽여야 하는 저로서도 이상하게 느낌이 묘했습니다. 아마 엄마의 그말 때문이겠죠?

'내가 살렸더니, 다른 사람이 죽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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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파랑새 2004-04-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만 가끔씩 이래요. 멍한듯 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생각이 많은것 같고. 또 어찌보면 이해하기 힘들 행동을 하고. 하지만, 참 이상하죠.
이렇게 엄마가 툭툭 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상하게 가슴에 짠 전해져 오거든요.

행복한 파랑새 2004-04-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앗싸~~ '울엄마와 바퀴벌레'이야기 적다가, 리플달다 보니, '쿠폰 당첨'이라네요.
어무이~~근데 요런 이벤트도 있었나요? 어쨋든 ㅎㅎ
난중에 책 구입할때 써야 겠네요. *^^*

*^^*에너 2004-04-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레라는 종족을 엄칭이 싫어하지만....바퀴의 명복을 빕니다. ㅡ.ㅡ

하얀바다 2004-04-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멘~!! 후다닥~

*^^*에너 2004-04-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얀바다님은 후다닥~ 사라지는걸 즐겨하시나봐요. ^^
따라서 저도 후다닥~ 사라집니다. ^^

하얀바다 2004-04-0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님 따라쟁이....^^ 후다닥~~

행복한 파랑새 2004-04-0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웬 후다닥 놀이~~ㅋㅋㅋ

*^^*에너 2004-04-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잼있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