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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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항상 잔병치레가 심했다. 태어날 때부터 면역력이 떨어져 병원신세를 졌고 자라면서는 몸이 약해 자다가도 코피를 철철 쏟기도 하고, 걸핏하면 체하고, 오래달리기를 하고나면 항상 구토가 뒤따르며, 일년 중 감기에 걸린 날이 안 걸린 날보다 더 많은(오죽하면 어떤 선배는 내가 지금의 이 추세라면 신종인플루엔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40세 이후에는 감기에 안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겟 소리를 했을 정도였으니까) 일명 걸어다는 종합병원이였다. 

  남들보다 떨어지는 체력과 잔병치레에 대해서는 사실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음을 조심스레 밝혀본다... 난 왜.. 난 왜 항상 감기에 걸리는 걸까? 난 왜 남들처럼 운동장 4바퀴 쯤 거뜬히 뛸 수 없는 걸까? 하고..

그런데 키토 아야를 만났다. 앞으로 씩씩하게 전진하던 그녀에게 느닷없이 닥친 불치병은 건강했던, 건강했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미련으로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몸상태의 변화는 나의 경우에서의 면연력이라든가 기초체력이 떨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을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포자기하지 않고 나날이 둔해져가는 몸상태임에도 어떻게하면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몸이 아픈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엄마에게 감사하는 한편 그럼으로써 덜 관심받는 다른 형제들에게 미안해 했다. 한해 한해 더욱더 힘겨워지는 삶속에서도 용기를 내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간 그녀. 더 이상 보통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되었을 때도 원망보다는 아쉬워했던 그녀. 그녀가 매일매일 남몰래 흘렸을 1리터의 눈물들...그리고 그런 어린 딸을 보면서 더욱 눈물을 흘렸을 그녀의 엄마...걷지 못하는 딸을 위해 자신도 딸 뒤에 기어가면서 늘 함께 해주겠노라고 힘이 되겠노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나 또한 1리터의 눈물을 흘렸다.

일기장 속에 담겨있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그녀의 큰 선물에 그리고 그 선물을 전해준 그녀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 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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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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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넘치는 인물들의 이리쿵! 저리쿵! 좌충우돌이야기!! 인생역전! 10억을 향한 세 주인공들의 이판사판 행진의 세계가 열렸다.  

사기! 돈! 여자꼬시기라면 팽글팽글 잘돌아가는 두뇌를 가진 양아치 중의 양아치 25세 겐지 

뛰어난 암기력 천재이면서 둔한 행동때문에 회사에서 미운털이 박혀있는 미타! 미타가문의 이름덕을 슬쩍하고 있다.  

세련되고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이자 돈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그 주머니에서 나온 돈맛에 길들여진 25세 치에 

한군데 갔다놔도 전혀 서로 관심 둘 것 같지 않은 이 세명이 우연한 사건들로 얽혀 단합된 조직으로 10억 가로채기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철저히 세웠지만 이들말고도 이 돈을 노리는 이들이 곳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야쿠자와 중국인 이인조 사기꾼 어리숙한 치에의 동생과 전문적인 사기범 치에의 아버지까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10억이 손에 잡힌 듯 해도 곧바로 빼앗겨 버리니 시종일관 반전속에 허덕일 수 밖에(이건 나뿐만 아니라 소설속 인물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런 젠장할 신문지!! 잡지!!)   

그럼에도 각기 그려지는 인물들을 통해 얼핏얼핏 풍겨지는 현재사회의 안타까움 또한 히데오 만의 특징이겠지! 돈을 쫓고 돈이 최고가 되버린 세상.. 돈을 벌어 남들에 땅땅거리면서 살기위해 도덕적 관념은 조금쯤 무시해도 당당한 세상과 그렇게 살아야만 바보취급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물들.. 하지만!! "한밤중의 행진"만은 이런 씁쓸한 깊이에서 벗어나 한편의 코믹영화처럼 낄낄거리고 키득키득거리며 읽고싶은 맘이 더 강한 이야기이다.사람을 완전히 잡고 여기돌렸다 저기돌렸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놓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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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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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식속을 썩히는 아버지가 있다.   

국민연금같은 세금따위를 걷으러 오는 공무원에게 자신은 국가없이 살테야! 라며 거구의 몸과 천둥같은 목소리로 겁을 주고, 집에서 하는 일도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엄마고생만 시키고, 걸핏하면 자식들에게 학교가지 말라고 하고, 무엇보다 깡패같은 중학생 녀석의 시달림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멍이 들어서 집에 돌아오는 지로를 괴롭히고 그것도 모잘라 지로의 학교에 찾아가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는 아버지. 이런 유난스런 아버지가 너무 못마땅한 지로는 자신의 덩치도 아버지만큼 커지면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는 단순한 한량은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세우고, 자신의 주장을 (지금은 일반화된 어떤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에 반할지라도)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과거 혁공당원으로 여러가지 운동권에서 싸우다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이치로는 지금의 국가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을뿐이다. 

물론 평범한 아버지, 남들과 같은 가정을 원하는 지로에게는 이러한 아버지도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는 어머니도 이해하기 힘든면이 많겠지..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사회관념에 익숙한(지로)가 점차 극으로 치닫는 사건들 때문에 결국 남쪽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후에는 정말로 국가없는 생활에 조금쯤 호의를 보이는 소설이다.   

모든 가제도구를 홀랑 팔고 대책없이 자신의 고향인 남쪽섬으로 이사를 하자마자 빈둥되기만 했던 도쿄에서의 아버지는 밭을 갈고, 집을 고치고, 어부를 자처하는 등 일하는 아버지, 자식들을 돌보는 아버지로 탈바꿈한다. 저거 진짜 우리아버지 맞아? 의아할 정도로..그리고 이 섬 역시 도쿄에서는 꿈도 못꿀 일들 천지다. 우리집을 자기집드나들듯 하는 마을사람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뭐든 다 나눠주고 받는것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곳... 뭐랄까? 아버지의 사상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정확히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런곳이라면.. 비록 전기와 TV는 나오지 않더라도 살만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된다...스머프마을같다고나할까? 중학교 시절 시간에 공산주의에 대해 배울 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우리가 현재의 처지로 인해 공산당=빨갱이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탓에 다른 사상이나 이념을 생각해서도 따라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자유공화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종교, 사상등의 자유를가지고 있음에도..) 이론상 공산주의만큼 매력적인 통치이념이 없다는 것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만족하면서 사는 이유는(1년전부터 부쩍 실망을 많이 하고 있지만) 공산주의만큼 매력적인 통치이념이 없음에도 이 앞에 붙은 세글자 때문이다. 바로 이론상!! 그래서 더더욱 정말 이곳 섬과 같은 곳이 일본내에 진정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가시질 않는다.  

아무튼 화목했던(?) 섬생활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이곳에도 도시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주의의 병패때문에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더욱더 멀고 깊은곳으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지로와 누나, 여동생은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어리지만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의 이념을 쌓아가고 있는 지로가 어른이 되가면서 어떤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덮었다. 

결론은 아주 무거운 주제를 지로네 가족의 일상에 접목시킴으로써 매우매우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며 스펙터클한 모험이 가득한 지로의 성장일기로 탈바꿈한 책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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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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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구성, 속도감, 흡입력, 신선함 그리고 현실성..  

추리나 스릴러를 고를 때 내가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잘 부합이 되는 소설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혀를 내두를 만한 치밀한 구성을 지닌 그녀의 장편소설을 주로 접해왔던 나로서는 그녀의 초창기 작인 단편집 "대답은 필요없어"는 새벽에 배달된 신선한 우유한잔을 쭉 들이키는 느낌이였다. 역시나 속도감과 흡입력이 대단하다. 고향집을 달리는 버스안에서 책한권을 후딱 읽어 넘길만큼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다.   

타작품에 비해 범인의 검거(?)에 이르기까지 조마조마한 느낌은 덜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아니 일어나고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씁씁함과 여운을 대변해준다고나 할까? 한 인물에 대한 입체성과 그 인물이 가진 관계도는 기존 작품에 비해 부족하지만(단편이다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 대신 다양한 인간상이 표현되어 있다는 점도 이책의 강점이겠지... 미야베의 장편소설에 살짝 힘이 부친다면 혹은 그녀의 명성만 알고 그녀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먼저 이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쪽번호란에 각각의 단편의 제목이 씌여있는데 그중에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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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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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내 가슴한편이 아련히 아파오는 것은 나에게도 이런 엄마가 있기때문이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라는 첫글귀를 읽자마자  

엄마를 잊은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퍼뜩들었다. 이 글속에서처럼 실제로 엄마를 잃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을테지만.. 나는 엄마를 잊고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반항하느라. 대학생활때는 자취하는라 졸업을 하고나서는 사회생활을 하느라 그리고나서 결혼하고 출가외인이 된 이유로 엄마를 잊고있었다.  

000이라는 이름의 한 사람보다 "엄마"라는 존재로 더 먼저 내게 인식된 사람이기에 엄마 자신의 삶 (사람으로서, 여자로서의)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나는 엄마를 잊어버린지 도대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엄마의 자식들은 잊어버린 엄마를 찾아간다.그리고 나또한 잊었던 엄마를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 내가 모셔야할 시어머님 생신상을 차려드린날 밤...여태껏 엄마의 생일상 한번 차려드리지 못한게 미안해서 항상 나를 모시듯이 키워줬던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서 울면서 전화기를 붙들고 돌아오는 엄마생일상은 꼭 내가 차려드리겠다고 했다.  잊었던 엄마를 찾아가고 있다..  

엄마를 잊고 있는 사람이라면..아니 엄마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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