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자식속을 썩히는 아버지가 있다.   

국민연금같은 세금따위를 걷으러 오는 공무원에게 자신은 국가없이 살테야! 라며 거구의 몸과 천둥같은 목소리로 겁을 주고, 집에서 하는 일도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엄마고생만 시키고, 걸핏하면 자식들에게 학교가지 말라고 하고, 무엇보다 깡패같은 중학생 녀석의 시달림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멍이 들어서 집에 돌아오는 지로를 괴롭히고 그것도 모잘라 지로의 학교에 찾아가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는 아버지. 이런 유난스런 아버지가 너무 못마땅한 지로는 자신의 덩치도 아버지만큼 커지면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는 단순한 한량은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세우고, 자신의 주장을 (지금은 일반화된 어떤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에 반할지라도)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과거 혁공당원으로 여러가지 운동권에서 싸우다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이치로는 지금의 국가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을뿐이다. 

물론 평범한 아버지, 남들과 같은 가정을 원하는 지로에게는 이러한 아버지도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는 어머니도 이해하기 힘든면이 많겠지..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사회관념에 익숙한(지로)가 점차 극으로 치닫는 사건들 때문에 결국 남쪽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후에는 정말로 국가없는 생활에 조금쯤 호의를 보이는 소설이다.   

모든 가제도구를 홀랑 팔고 대책없이 자신의 고향인 남쪽섬으로 이사를 하자마자 빈둥되기만 했던 도쿄에서의 아버지는 밭을 갈고, 집을 고치고, 어부를 자처하는 등 일하는 아버지, 자식들을 돌보는 아버지로 탈바꿈한다. 저거 진짜 우리아버지 맞아? 의아할 정도로..그리고 이 섬 역시 도쿄에서는 꿈도 못꿀 일들 천지다. 우리집을 자기집드나들듯 하는 마을사람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뭐든 다 나눠주고 받는것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곳... 뭐랄까? 아버지의 사상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정확히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이런곳이라면.. 비록 전기와 TV는 나오지 않더라도 살만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고 생각된다...스머프마을같다고나할까? 중학교 시절 시간에 공산주의에 대해 배울 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우리가 현재의 처지로 인해 공산당=빨갱이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탓에 다른 사상이나 이념을 생각해서도 따라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자유공화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종교, 사상등의 자유를가지고 있음에도..) 이론상 공산주의만큼 매력적인 통치이념이 없다는 것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만족하면서 사는 이유는(1년전부터 부쩍 실망을 많이 하고 있지만) 공산주의만큼 매력적인 통치이념이 없음에도 이 앞에 붙은 세글자 때문이다. 바로 이론상!! 그래서 더더욱 정말 이곳 섬과 같은 곳이 일본내에 진정 존재하는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가시질 않는다.  

아무튼 화목했던(?) 섬생활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이곳에도 도시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주의의 병패때문에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더욱더 멀고 깊은곳으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지로와 누나, 여동생은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어리지만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의 이념을 쌓아가고 있는 지로가 어른이 되가면서 어떤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덮었다. 

결론은 아주 무거운 주제를 지로네 가족의 일상에 접목시킴으로써 매우매우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며 스펙터클한 모험이 가득한 지로의 성장일기로 탈바꿈한 책이라고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