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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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미쟝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은 강혜연 감독의 [착한 아이]였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면서 엄마가 10살 난 기정이에게 마지막 날 밤에 한 말이 [우리 기정이는 착하니까 울지 않을꺼야 그치~] 이것이였다.  기정이는 동생도 돌봐야했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 지 애미와 똑같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야 했다. 그때마다 기정이는 착한아이는 울지 않는거야 라고 마음을 다잡으렴 꾹꾹 눈물을 참아왔다.  동네에서 고물과 재활용품을 모아다가 파는 할아버지가 학교 운동장회에서 엄마 대신 달리기를 뛰어주시고 안아주시면서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을 한다. 기정이는 지금껏 울지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울어댄다. 그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학교 대표로 용인 읍내로 웅변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전날까지도 대회에 함께 가주시겠다던 엄마가 아침이 되니 보이지 않는다. 뭘 입고 가야 할지, 혼자서 40분정도의 버스를 타고 나가야하는  용인 읍내까지 잘 갈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했다. 사정을 들은 학교 교장선생님은 먼저 가셔서 용인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릴테니 용인까지만 잘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버스에 올랐다. 멀미가 났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교장선생님이  꼭 안아주시며 얼굴이 새하얗네 라고 하시며 세수를 시켜주시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게 하셨다. 웅변대회는 무사히 치루어졌고 우수상을 받아 트로피를 안고 집으로 왔다. 그러나 함께 기뻐해줄 엄마는 없었다. 또 집을 나간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엄마는 자주 집을 비웠고 그때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우리집에 와서 밥을해주시고 빨래를 해주시곤 했다.  이제 엄마가 없는 것 따위 창피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위의 영화는 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착한아이]이고 아래 이야기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울어도 괜찮아]를 읽으면서 저 영화도 생각났고 나의 어린시절도 생각났다. 그래서 중간 중간 찔끔 꺼리며 코를 풀어야 했다. 서른이 넘었어도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나의 어린시절... 그것이 준서의 삶과 오버랩되어서 자꾸 마음이 무겁고 아파왔다. 동네 똥개 도돌이는 어쩌면 준서 자신이였는지도 모른다. 한쪽눈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엄마와 함께 쉼터로 따라나서던 준서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에 맺혔다.

요즘은 두 가정 중 한 가정이 이혼을 할정도로 이혼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 부모도 끝내 이혼을 했고 나는 내가 원치 않아도 이혼 가정의 아이가 된 것이다. 지금은 드라마도 현실도 이혼 가정이 흔하다지만 남의 말하기 좋아하던 손바닥 만한 시골 동네에 살던 우리집의 이혼 소식은 동네의 큰 이슈였다. 이혼을 하면 집안이 망한것과 진배 없는 분위기였다. 도망치듯 그 동네를 떠나 조금 큰 도시로 갔다. 전학을 갔던 날도 엄마가 아닌 삼촌과 함께 갔고 엄마 없는 아이들은 이상하게 티가 나도 났다... 옷차림..무엇보다 행동이... 시골학교에서 유일한 여자반장이였을 정도로 씩씩했던 나였지만 웬지 주눅이 들고 도시락도 싸가지 못해 50분의 점심 시간 동안 열심히 뛰어 집에서 밥을 먹고 다시 학교로 가야했다. 이런 나의 모습과 준서의 모습.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읽은 교화일기의 민주...의 모습 모든게 겹쳐져서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것이 동화라는 사실에 또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쳐 주는 것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 큰 희망을 품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 때문이였다. 이때 큰 희망을 꿈꾸지 못하면 언제 꿔보겠는가! 자라면서 작은 꿈도 점점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는것이 없는데... 현실을 회피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밝고 건강한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에 많이 자라잡고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난 어릴적 나의 힘듦을 말괄량이 삐삐와 함께 날려버렸던 것 같다 ^^ 그리고 참! 얘들아~~ 울어도 괜찮아! 울면 속은 시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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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님...이렇게 멋진 리뷰를 제 리뷰땜에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참으로,,,,,부끄럽사와요~~~~
그래도,,제가,,,읽게해드렸다는,,마음,,,ㅎㅎㅎㅎ

이쁜하루 2006-10-2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씩씩하니님께 감사할 따름입죠 ^^
 


이 영화를 엄청 대단한 영화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나은 영화라고 할 수 있고,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영화 [시간] 에서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하정우의 코믹한 표정, 춤, 노래... 변신이라면 변신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참 좋았다. 멋진넘.....  참 그리고 박시연! 솔직히 방송에서 볼 때 어딘가 어색하게 생기고 성형을 너무 한거 아니야! 뭐 이런 생각했었는데 영화에서의 박시연은 그야말로 인형이더군 음...에릭이 좋아할만 해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게 꿈인 (아니 이미 만들었지 단편이지만..^^) 친구는 영화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며 아직은 멀었다고 말했지만 난 이정도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  우리나라에서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을 만들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말처럼 감정을 막 이입하고 있는데 노래를 딱 해버리면 그 감이 끊기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인 우리 나라에선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은 코믹의 요소로 사용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쨋든....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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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럼 좋다는 뜻이신거죠??? 볼까봐요,,,님...

이쁜하루 2006-10-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좋았다는 뜻이에욤! ^^
 
 전출처 : 씩씩하니 > 먼지를 비춰주어야 비로서 행복한 햇살
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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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진심으로 듣고 싶어 귀 기울이는 사람에게만 전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나 마음의 귀가 없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은, 말때꾸가 되기도 하고 화를 돋우기도 한다. 때로는 오해가 되어 말썽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19쪽

햇살과 먼지, 햇살은 자기의 빛 속에 떠 있는 더러운 먼지를 보여 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먼지는 ? 어두컴컴한 곳에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햇빛에 의지해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지 때문에 햇살이 얼마나 밝은지, 또 햇살 덕분에 보이지 않던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된다. 햇살과 먼지, 그들은 함께 있어 서로가 서로를 확인할 수 있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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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22kg 정도를 뺀 상태고 앞으로 20kg 을 더 빼려고 마음 먹고 있는 요즘인지라..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다요트 계획이다 ^^;;;;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 집어 들었다.

 엄청난 의지 박약이기에 딱 8주만 어떻게 해서든 확~ 애써 볼 예정이다.

 지금 웬만큼 다 읽고 뒤에 붙은 일기장 부분 떼어놓았고 3일째 다요트 중이다.

다시 시작 하려고 하니까 처음 할 때 보다 조금 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잘 할꺼라

믿는다! 8주후...내 모습 마구마구 기대하면서~~~

아가!!! 너에게 비만체질을 물려주기 싫어서 몸부림 치는 네 애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라~~ ㅋㅋㅋ

 

 뭐 책을 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내가 살아온 모양, 내가 살았던 길을 한번 쯤

되돌아보며 책이 쓰고 싶어질 날이 오지 않을까? ^^

그래서 그냥 읽어두려고 샀다.

요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쓴다.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나에겐 전문성이 너무 결여 되어있다는 것이다.

관심분야도 너무 넓어서 매번 벌려놓기만 하지 한데 모아지질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 누구 말처럼 창작이란 걸 하면서 한데로 모아질 날이 오지 않을까..생각해 본다.

현재는 그냥 과도기라고 여기고 열심히 이것저것 들춰보고 찾아보고 놀아 봐야지!! ^^

 

 같이 방통대에 다니는 나의 유일한 동기 선 언니가 추천해준 책!

 앞으로 내가 나가야 할 길을 잘 제시해 줄꺼라고..

 예전에 김혜수랑 안재욱이랑 [눈먼새의 노래] 라는 드라마를 했던게 문득

생각이 났다. 그 드라마의 실재 주인공이신 강영우 박사님의 이야기

 글로벌 시대형 인재 교육론... 나 정말 인재가 될 수 있는건지..늦은 건 아닌지..

읽으면서 차분하게 생각해 보려한다.

3c : competence , character, commi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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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화
일디코 폰 퀴르티 지음, 박의춘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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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마다 책장정리를 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작가가 속한 국가별로 정리를 한다. 그래서 정리된 책들 중 가장 책장이 넘쳐나는 것은 프랑스, 가장 빈약한 쪽은 남아메리카 및 이탈리아권이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독일어권 작가들의 책이 내겐 그리 넘쳐나지는 않는다. 한국에는 재미있는 독일 작가의 책이 곧잘 출판되지 않으며 출판된다 하여도 시류가 조금은 늦다.

 

즉, 독일에서 대성을 한 작가가 아니고는 한국 출판계로 입성을 서두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자유의 감옥, 꿈꾸는 책들의 도시 정도가 쥐스킨트의 다양한 작품들의 시류를 한국에서는 잇고있다고 본다. 그리고, 소품과도 같은 단편모음, 중장편이 번역되어 출간되는데 그 중 몇가지가 도리스 되리의 소설과 퀴르티의 소설 정도이다.

 

 

도리스 되리의 소설은 was machen wir jetzt? (우리 이제 어쩌지?)가 독일에서는 거의 대중을 강타하여 삼사년 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지만 한국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될지가 의문이다. 또한 벤야민 야플렉의 크레이지 같은 경우도 독일에서는 영상집 영화 디브이디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한국에서는 시들한 경우. 역시 한국과 독일의 코드가 다른 것인지, 마케팅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독일어과 출신인 나는 내가 고른 대다수의 독일 소설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코라 휩시가 등장하는 `여자, 전화’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에바 헬러 시리즈는 참으로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렇다. 그 책 사서 읽다가 포기하고 지하철 문고에 기증했다.)

 

 

사설이 길었다. `여자, 전화’는 연애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다. 시간단위의 기록 형식과 한 남자에 열중하여 시시각각 고민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그런데 세상에 어느 여자가, 그리고 어느 남자가 그렇지 않는단 말인가? 무게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남자나(내가 여자인 관계로) 내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청해오면, 나는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의 꿍꿍이가 무엇인가. 친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러하다. 그런데 그 어느 남자가 내게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라고 한다면, 나는 그럴 경우에는 차후의 일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와 섹스를 하여야할까? 안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거나 하지 않은 후의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결국, 사람은 모두가 다 똑같다는 것에서 문제는 출발한다. 상황의 무거움과 가벼움이 있을 뿐, 본질은 똑같다. 그, 혹은 그녀는 내게 호감이 있을까? 있다면 어느정도일까? 이런 문제는 프랑스 소녀들의 꽃잎점과도 같다. 사랑한다, 아니다, 이 두가지를 오가는 꽃잎점과 달리 프랑스 소녀들은 `그는 나를 미친듯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조금 좋아한다. 관심도 없다’ 사이를 오간다 한다. 선택의 폭이 더 넓고 그 사이의 온도가 극단적이다. 즐거이 기뻐할 수 있는 선택과 뼈저리게 좌절할 만한 선택이 공존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라면 황진이의 시조부터 아니 에르노의 중장편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어느 것은 가볍고 어느 것은 무겁다. 굳이 따지자면 에르노는 무겁고 브리짓 존스는 가볍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꼭 심오한 뜻을 담고있어야 책값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그 시간동안 내가 온전히 즐거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두고두고 읽을 생각도 나는 굳이 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기대하는 종류의 재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때때로 책장을 덮고도 줄기차게 우연찮게 어느 대목이 생각나는 영화나 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에 대한 사색은 더할 나위 없이 발랄하면서도 할 말은 꼭 하는 스타일을 고수한다. `사랑한다’라는 그 한가지의 뜻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공굴리기를 한다 하면 좋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퀴르티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마디 하기 위해 눈물겹게 다이어트하고 피가 마르게 기다린다. 사람이 모두 똑같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 것이다. 보통과 퀴르티, 과연 둘 중 어느 하나가 가볍고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무거움만큼이나 가벼움도 중요하다. 읽고나서 그저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기분이며 다시 읽지 않아도 좋을 책이기도 하지만, 딱 떨어지는 재미를 맛보기도 힘든 때에 퀴르티 같은 작가의 작품은 그저 참, 귀여운 소품과도 같다.

 

 

참고로 나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은 다음 이 책을 읽었다. 무거움과 가벼움을 현란하게 오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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